겨울은 여기에

그림책 수업 시간에 ‘겨울은 무슨 색일까요?’하고 물었더니 다섯 살 친구가 ‘빤짝빤짝 색’이라는 깜찍한 대답을 했어요. 하얀색도 아니고 회색도 아니고 빨간색도 아닌 빤짝빤짝 색이라니, 아이들의 눈은 참 예리하고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차가운 날씨에 온몸이 자꾸만 움츠러드는 겨울이 찾아왔지만 아이들은 절대 움츠러들지 않아요. 그런대로 투덜거리고 또 그런대로 즐기며 시시각각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그저 이 순간을 느끼고 즐길 뿐이죠.

바로 지금 여기 찾아온 겨울이 그림책 가득 넘칠 듯 담겨있어요. 모자, 장갑, 목도리, 두툼한 옷, 투명한 나뭇가지, 하얀 지붕, 얼어붙은 호수, 눈 덮인 언덕…

겨울은 하늘에서 펄펄 내려요.
겨울은 지붕에 내려앉고
처마 끝에 매달리고
나무에도 소복소복 쌓여요.

온 세상을 뒤덮은 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한참을 머무르던 겨울. 하지만 몰래몰래 겨울은 떠날 준비를 시작합니다. 온통 겨울로 둘러싸여 있던 세상이 조금씩 변신을 시작해요. 겨울은 조용히 녹아내리고 작아지고 움츠러들다 결국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죠. 그리고……

겨울은 여기에

겨울이 떠난 자리엔… 어느새 봄이 찾아왔어요!

눈부신 푸른 언덕은 기억할까요? 지난 시간 겨울이 자신을 포근히 덮어주었던 일을. 나무들은 기억할까요? 겨우내 겨울이 조용히 토닥이며 편히 쉬게 해주었던 일을… 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이 이렇게도 포근하게 느껴지는 건 그 속에 봄이 가만히 숨어 있기 때문일 거예요.


겨울은 여기에

겨울은 여기에!

(원제 : Winter Is Here)
케빈 헹크스 | 그림 로라 드론제크 | 옮김 한성희 | 키즈엠
(발행 : 2019/12/13)

겨울은 어디에서 찾아와 어디로 사라질까요? 한 아이와 강아지를 따라가며 겨울을 그려봅니다. 하얀색과 푸른색으로 빛나는 겨울의 모든 것이 그림책 속에 담겨있어요. 그렇게 머무르던 겨울이 슬그머니 사라진 자리에는 따사로운 봄이 찾아와 있습니다. 빛나는 봄은 지난겨울이 남겨놓은 흔적이에요.

겨울은 여기에

“겨울은 여기에!”는 그림책 작가 부부 케빈 헹크스와 로라 드론제크의 공동 작품이에요. 두 사람은 1999년 “OH!”와 2009년 “Bird”를 함께 출간했고 2016년 ” When Spring Comes”를 시작으로 매년 계절 그림책을 한 권씩 선보이고 있습니다. 봄을 시작으로 가을, 겨울 그림책을 함께 출간한 케빈 헹크스와 로라 드론제크 부부는 2020년 4월에 여름 그림책인 “Summer Song”를 출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반복되며 이어지는 짧고 간결한 문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한 계절을 풍성하게 그려낸 그림책 “겨울은 여기에!”, 무심코 흘려보내기엔 너무나 아까운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들.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을 신나고 즐겁게 즐겨 보아요. 겨울이 바로 지금 여기 와있어요. 조용히 몰래몰래 봄을 품고서!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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