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라의 행복한 소원

오늘은 카멜라의 생일. 엄마는 아침에 손수 만든 팬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신 다음 카멜라에게 소원을 빌라고 하셨어요. 생일 선물은 짤랑거리는 예쁜 팔찌였구요. 어린 카멜라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사실 카멜라는 소원을 빌 필요가 없대요. 왜냐하면 한 살 더 먹은 오늘부터 오빠를 따라다녀도 된다고 허락 받았거든요. 아직 어린 카멜라는 하루 종일 오빠랑 놀고 싶은데 그 마음도 모르고 오빠 혼자서만 밖에 나갔다 돌아오는 게 서운했었나 봅니다. 기다림이 지루하기도 했을 테고, 오빠만 신나고 재미있는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서 살짝 부럽기도 했었겠죠?

그런데 막상 따라나서 보니 오빠가 하는 일들은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오빠는 사실 놀러 다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오빠는 커다란 손수레를 끌고 아침 일찍부터 나가서 심부름이며 배달 등의 일들을 하며 용돈을 벌고 있었던 겁니다. 오빠 역시 아직 어리기는 매한가지였지만 어려운 살림 하루하루 꾸려 나가기 위해 애쓰시는 엄마 아빠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싶어서 말이죠.

오빠가 한 곳 한 곳 들러서 맡은 일들을 처리하는 동안 카멜라는 오빠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상상에 빠집니다. 생각하면 뭐든지 나오는 마술 상자로 사탕을 잔뜩 만들어 먹을 생각, 하루 종일 호텔에서 손님들 침대 정리하느라 고단한 엄마가 화려한 호텔 침대 위에서 포근하게 잠든 모습, 정식 체류 허가증을 받아 마침내 집으로 오는 아빠의 모습(아마도 카멜라네 아빠는 체휴 허가를 받지 못해 아침 저녁으로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을 넘어 출퇴근을 하고 있나 봅니다), 그리고 졸졸졸 따라 다니는 자신에게 까칠하게 구는 오빠를 쥐 꼬리나 바퀴벌레로 만들어 버리는 신나는 상상…

그러다 발견한 민들레 한 송이. 솜털 방울이 탐스럽게 매달린 꽃대를 꺾어 들고 훅 불려는데 오빠가 한 마디 툭 내뱉습니다.

“소원은 빌었어? 소원을 빌어야지. 그것도 몰라?”

“당연히 빌었지!”

카멜라는 민들레 솜털 방울을 입으로 불 때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 사실을 정말로 알고 있었을까요? 정말로 방금 전에 소원을 빌었을까요? 그 자리에서 바로 민들레 방울을 훅 불어버리지 않은 걸 보면 몰랐던 거겠죠? ^^

그런데 무슨 소원을 빌까 궁리하면서 민들레를 손에 꼭 쥔 채 오빠를 따라다니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아직 소원을 빌지도 않았는데 다 흩어져 버리고 만 민들레 홀씨들. 아무리 참아보려 해도 어쩔 수 없이 터져버리는 눈물… 땅바닥에 짓뭉개진 자신의 소중한 소원들을 바라보며 울어대기 시작하는 카멜라.

오빠는 그런 카멜라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로 데려갑니다. 그곳에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동생 카멜라에게 말합니다.

“눈을 감아 봐. 이제 소원을 빌어!”

카멜라는 눈을 떴어요.
수백개의 작고 하얀 민들레 홀씨가
멀리 떨어진 바다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어요.
하늘은 카멜라의 소원으로 가득 차 있었답니다.

카멜라는 아끼고 아끼던 소원들 중에서 과연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짧은 순간이지만 하루종일 상상했던 모든 것들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재빠르게 빌었을까요? 혹시라도 소원이 이뤄지지 않을까봐 두 손으로 자신의 눈을 꼭 가린 어린 카멜라의 마음은 어떤 꿈들로 가득 차 있을까요?

어려운 형편이지만 서로를 아끼고 따뜻하게 끌어 안아주는 카멜라네 가족처럼 가온빛 독자분들과 가족 모두 행복하길, 민들레 홀씨 가득 흩날리는 카멜라의 파란 하늘처럼 가온빛 독자분들의 꿈과 희망으로 가득찬 2020년이 되기를 빌며 온가족이 함께 읽을 새 해 첫 그림책으로 “카멜라의 행복한 소원”을 권합니다.


카멜라의 행복한 소원

카멜라의 행복한 소원

(원제 : Carmela Full of Wishes)
맷 데 라 페냐 | 그림 크리스티안 로빈슨 | 옮김 김경미 | 비룡소
(발행 : 2019/10/02)

친근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림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카멜라의 행복한 소원”은 이민자와 난민 가족들,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 그리고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며 힘겨운 나날을 견디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이 소중한 사람과 함께 꿈과 희망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긴 그림책입니다.

맷 데 라 페냐와 크리스티안 로빈슨은 2016년에 칼데콧 명예상을 받은 “행복을 나르는 버스”로 이미 한 번 호흡을 맞췄었죠. 멕시코 이민자 출신인 맷 데 라 페냐는 이 세상 모든 가족들이 함께 모여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썼고, 역시 라틴계 이민자였던 크리스티안 로빈슨은 이 글을 보자마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기꺼이 함께 작업하기로 마음 먹었었다고 하는군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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