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철봉에 다양한 자세로 매달려 있는 사람들. 비장하거나 담담한 표정들, 어떤 이는 한 손만으로 여유 만만하게 철봉 위로 물구나무까지 서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매달리는 것만도 벅차서 옆의 친구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이리저리 좌우로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가 하면 주변 상황엔 아랑곳 없이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기도 하고…

저마다 부여잡고 매달려 살아가는 우리들 삶의 한 단면입니다. 지금 꼭 쥐고 매달린 철봉은 바로 오늘입니다. 우리가 매달린 아래로는 여지껏 살아온 어제가 있고, 우리가 올려다보는 곳엔 오늘 하루 잘 보내고 나면 맞이할 내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좌우 옆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철봉을 움켜 쥔 두 손들은 저마다의 힘겨움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오늘들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

날씨를 알려 드립니다.

한 주의 끝인 일요일은 조금 이른 단풍이 절정을 이루겠습니다.
쾌청하고 포근한 날씨는 당분간 길게 길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날씨였습니다.

일기예보에서 춥다고 하면 옷 두둑히 껴입고 나서면 되고, 비가 온다고 하면 우산 하나 챙겨 들면 됩니다. 대기가 매우 건조하니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는 기상 캐스터의 말 한 마디에 이따금 마시는 물 한 잔이 소중해지기도 하고, 하늘이 맑고 낮기온은 평년 수준이라며 바깥 활동을 늘려 보라는 말에 이번 주말엔 바람 쐬러 좀 나가볼까 싶어 들뜬 마음 덕분에 축 처지던 일손에 활력이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우리 삶도 날씨처럼 매일 아침 누군가 미리 살짝 힌트를 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비 올 거라고 해서 기껏 우산을 들고 나갔건만 하루종일 햇볕만 쨍쨍. 가끔은 틀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손해 볼 것 없는 일기예보처럼 말이죠.

오늘은 사소한 접촉 사고가 발생할 예정이니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퇴근길 지하철역 출구로 나올 때 건물에서 화분이 떨어질 수 있으니 머리 위를 조심하세요. 내일 수학 시험은 아주 쉽게 출제되었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아침은 든든히 먹어 두는 게 좋습니다. 하루종일 정신 없이 바쁠 예정이니까요. 이런 식으로 아주 살짝 우리 삶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 삶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만큼 더 게으르고 나태하거나 권태로워지진 않을까요?

분명한 건 오늘 당장은 우리에게 인생 예보란 없다는 사실. 결국 ‘내일 나의 하루는 맑음’을 위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인생 예보겠죠? 저마다 다 다른 모습으로 철봉에 매달려 있는 우리들이지만 마음 속으로는 모두가 한결같이 이런 날씨 예보를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요.

내일은 맑겠습니다!

설 쇠고 난 뒤 연휴의 끝자락에서 아쉬움 반 설렘 반으로 본격적인 새해를 시작하려고 기지개 켜는 우리 모두의 내일이 맑음으로 가득하길 바라며 고른 그림책 “내일은 맑겠습니다”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맑은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일은 맑겠습니다

글/그림 이명애 | 문학동네
(발행 : 2020/01/02)

“내일은 맑겠습니다”는 라디오에서 담담하게 흘러 나오는 일기예보 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부단히 앞으로 나아가고 지치지 않고 위로 오르는 노란 선을 따라 펼쳐지는 우리들의 삶의 단면들을 내일을 향한 희망과 함께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노랗고 말캉한 것을 쥐고 놀다가 납작하게 눌러 보았습니다. 하나의 선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그 위를 천천히 걸어갑니다. 일정하던 선이 출렁거릴 때마다, 서두르기도 하고 때로는 머뭇거리며 힘겹게 버티기도 하고 잠시 뒤돌아 쉬기도 합니다. 예측하기 힘든 날씨같이 시시각각 변하는 선상에서 각자 자기의 속도로 나아가는 우리를 봅니다. 내일의 날씨는 맑을 거예요.

– 작가의 말 중에서

여자와 남자, 아이와 어른, 인간과 비인간… 우리 삶의 다양한 군상들을 담기 위해 작가는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그렸다고 합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수많은 우리들의 모습 가만히 들여다 보며 ‘그래, 할 수 있어! 다시 한 번 해 보는 거야!’하는 마음이 우리들 마음에 조금씩 움틀 수 있기를…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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