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이 툭!

산다는 건 매일매일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것과 같다고들 말하죠. 매일매일 다시 시작되는 전투, 성빈이의 오늘 하루가 그렇습니다.

운동회 날, 성빈이는 엄마가 건네준 새 체육복을 받아들고 혼자 학교에 갑니다. 엄마도 아빠도 바빠서 오늘 운동회에 오지 못한대요. 잠시 주눅 들어 있던 성빈이는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혼자라도 괜찮다고, 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성빈이의 오늘 하루는 안녕치 않아요. 엄마가 새로 사준 체육복 바지는 커도 너무 컸어요. 헐렁헐렁 치렁치렁 너풀대는 체육복 바지를 갈아입고는 괜찮다고 바지가 조금 클 뿐이라고 다시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달리기 시합에서 헐렁한 바지단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그 바람에 체육복 바지 고무줄이 툭! 팬티가 쑥! 다들 나만 바라보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화끈, 머리가 어질어질, 눈앞이 빙글빙글. 그래도 성빈이는 씩씩해요. 입술을 꽉 깨물고 울음을 꾹 참아내며 누구보다 열심히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영차! 영차!
눈물은 삼키고, 배꼽에 힘을 주자.

줄다리기 끝내고 박 터뜨리기까지 무사히 마치고 마침내 치열한 하루를 마무리한 성빈이, 수많은 난관을 스스로 이겨내며 보낸 오늘 하루는 정말 끝내주는 하루, 이까짓 거 아무것도 아닌 멋진 하루였습니다. 햇살같이 환한 얼굴로 웃는 성빈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똑같이 환해집니다.


고무줄이 툭!

고무줄이 툭!
글/그림 전해숙 | 한울림어린이
(발행 : 2019/10/22)

★ 2019 가온빛 추천 BEST 101 선정작

“엄마, 엄마!
나 오늘 진짜 용감했어요.
달리다가 넘어졌는데도 안 울었고요.
엄마가 보고 싶어도 꾹 참았어요.”

“그래, 그래. 우리 성빈이 멋지구나.”

커다란 체육복 바지를 움켜쥐고 아슬아슬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이나 출렁 다리 위에서 펼치는 달리기 대회는 위태위태한 아이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주변 인물들은 조그맣게 그리고 바지 고무줄이 끊어진 채 넘어진 성빈이 모습만 커다랗게 연출한 장면도 눈에 들어옵니다. 세상 모두가 나만 바라보는 듯한 마음을 아주 잘 전달하고 있거든요. 통나무 다리 위에서 공굴리는 장면, 거대한 공룡과의 줄다리기 장면, 박 터뜨리기를 파리지옥으로 빗대어 표현한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독특한 색감, 재미있는 연출과 다양한 구도로 다이내믹했던 성빈이의 하루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어요.

나쁜 일이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찾아오지만 매 순간 씩씩하게 이겨내는 성빈이의 하루를 유쾌하게 그려낸 그림책 “고무줄이 툭!”, 별별 일 다 겪으며 오늘 하루를 꿋꿋하게 버텨낸 주인공 성빈이의 모습에 가슴 찡, 웃음 툭, 용기 불끈! 닥쳐올 모든 일을 씩씩하게 헤쳐갈 용기가 절로 솟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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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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