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있니, 윌버트?

“윌버트! 악어가 도와줘서 널 찾아냈어.”
쥐가 말했어요.

그러나 악어는 여전히 아무도 보이지 않아 쥐에게 물었어요.
“윌버트가 아직 저기 있니?”

“아니, 아니.” 쥐가 말했어요.
“지금 바로 여기 있어.”

그들은 잠시 이야기를 하고는
다시 숨바꼭질을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악어도 함께 했어요.

악어는 매번 쥐를 잘 찾아냈어요.
하지만 윌버트를 찾을 때는
언제나 쥐가 도와주어야만 했어요.

쥐는 윌버트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어요. 이 나무 저 나무 윌버트를 찾아 돌아다니다 악어를 만났고 둘은 함께 윌버트를 찾기 시작했어요. 악어는 쥐가 설명해준대로 쥐랑 많이 비슷하게 생겼는데 쥐보다 조금 더 큰 윌버트를 찾아내기 위해 두 눈을 크게 뜨고 돌아다녔지만 윌버트를 먼저 발견한 건 쥐였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악어 눈에는 윌버트가 보이지 않습니다. 쥐가 악어 덕분에 널 찾아냈다며 소리치는 곳을 뚫어지게 바라봐도 쥐와 비슷하고 쥐보다 조금 더 큰 윌버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어디론가 또 숨어버린 건 아닐까 싶어서 윌버트가 아직도 저기 있냐고 물었더니 쥐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바로 여기 있어.”라고 대답합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악어가 윌버트를 보지 못하는 걸까요? 아니면 윌버트는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쥐만 볼 수 있는 상상 속 친구일까요?

윌버트의 실체에 대해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동안 쥐와 악어, 그리고 윌버트는 다시 숨바꼭질을 시작합니다. 악어는 쥐를 아주 잘 찾아냈지만 윌버트를 찾으려면 매번 쥐가 도와줘야만 했대요. 그래도 셋이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웠고 윌버트를 볼 수 있는 쥐와 윌버트를 보지 못하는 악어, 그리고 윌버트 셋은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윌버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숨바꼭질을 하는 쥐를 악어가 이상하게 여겼다면, 악어가 윌버트를 보지 못한다고 해서 쥐가 악어를 답답해 했다면, 무엇보다도 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윌버트를 쥐마저 볼 수 없었다면 이 세 친구들은 함께 숨바꼭질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사회, 소외된 이웃을 관심과 사랑으로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회를 꿈꾸는 그림책 “어디 있니, 윌버트?”입니다.


어디 있니, 윌버트?

어디 있니, 윌버트?

(원제 : Wilbert)
글/그림 바두르 오스카르손 | 옮김 권루시안 | 진선아이
(발행 : 2020/01/14)

“어디 있니, 윌버트?”는 쥐와 악어, 그리고 윌버트 세 친구의 기묘한 숨바꼭질을 통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회를 꿈꾸고 바라는 그림책입니다.

바두르 오스카르손은 전작 “납작한 토끼”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단순한 이야기와 간결한 그림 속에 많은 생각 거리와 다양한 이야기들을 숨겨두었습니다.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 친구 윌버트처럼 말이죠. 앞뒤 면지 포함 스무장 남짓한 그림들 속에서 여러분들만의 이야기를 찾아내보세요.

참고로 작가가 그림책 속에 미주알고주알 담아놓은 것들 몇 가지 정리해봅니다.

  • 각 페이지 왼쪽 아래 구석에서 또 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본문에 빠져들어서 미처 이 작은 그림들을 발견하지 못한 독자들에게 보려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쥐만 볼 수 있는 윌버트처럼)는 메시지를 남겨둔 것 아닐까요?
  • “악어가 도와줘서 널 찾아냈어.”라고 말하는 쥐. 윌버트를 볼 수 없는 악어가 정말로 도움이 되었을까… 우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하는데… 함께해준 것만으로도 우정을 느끼는 멋진 친구 쥐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저를 발견합니다. ^^
  • 쥐가 악어에게 윌버트를 봤냐고 처음 물어봤을 때 악어는 잡아 먹었다고 대답하며 쥐를 놀래킵니다. 악어는 깔깔대고 웃었지만 쥐는 무섭고 슬프고 화가 났었죠. 물론 금방 사과하고 쥐와 함께 윌버트를 찾아나서기는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악어에게서 아이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함부로 행동하고는 그저 장난이었다며 웃어 넘기려 드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게 됩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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