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하늘에

김장성 | 그림 우영 | 이야기꽃
(발행 : 2020/02/17)


차림새를 보니 추운 겨울날인 것 같은데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림책 표지 속 아이는 무엇을 저렇게 골똘히 보고 있는 걸까요?

하늘에

하늘 높이 치솟은 송전탑 위로 뭔가 보이는 게 있나요?

하늘에

형형색색의 열기구들이 자유로이 하늘을 누비는 광경이 화면 가득한 대형 광고판, 광고말고 또 무언가 숨겨진 게 있나요?

하늘에

일손을 멈춘 노동자들이 피곤한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는 것은 푸른 하늘일까요? 아니면 타워크레인 꼭대기의 또 다른 무엇일까요?

하늘에

맑고 푸른 하늘과는 어딘가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황량한 모습의 굴뚝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줄지어 선 굴뚝 중 한 곳에 올라서 있는 누군가가 보입니다.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들을 돌아봐달라고 간절히 손짓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까의 송전탑과 광고탑, 그리고 타워크레인으로 돌아가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역시나 그곳에도 간절한 생존의 손짓이 숨겨져 있습니다.

굴뚝 앞에서

이곳에서 사람을 보려면
고개를 젖혀야 한다
눈길 닿지 않는 저곳은 높디높은 곳

저곳은 바람도, 중력도 다르단다
사랑도 평화도, 행복도 다를게다

외로운 사랑, 위태로운 평화,
추운 행복

이곳에서 사람을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눈길 닿지 않는 저곳은 낮디낮은 곳

고개를 젖혀야만 볼 수 있을만큼 그들은 높디높은 곳에 있지만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그들의 간절한 절규를 들으려면 고개를 숙여야만 합니다. 우리 사회의 눈길이 닿지 않는 낮디낮은 곳으로…

강남역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통 CCTV 철탑 위에서 농성중인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0)씨 모습. 2019.07.19 ⓒ민중의소리

1982년 삼성항공에 입사한 후 노동조합 결성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한 후 30여년 가까이 싸워 온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그가 선택한 마지막 투쟁은 서울의 한복판 강남역 사거리 교통 CCTV 철탑 위에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2020년 4월 27일 현재 그의 외로운 투쟁은 진행중입니다.

하늘에

지금 이 순간에도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벼랑 끝에 매달린 채 투쟁중인 노동자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들의 목소리에 우리가 귀 기울여주는 것입니다. 그들이 매서운 추위와 숨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버티며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향한 시선을 내려놓지 않고 마음과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노동자이거나 노동자의 자식이거나 또는 노동자의 부모 형제일 겁니다. 우리가 연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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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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