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되는 꿈

세차게 쏟아졌던 비가 거짓말처럼 개인 여름날 오후. 초록 잎사귀 위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하얀 구름 둥실 뜬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바쁜 마음 잠시 쉬었다 가라고 그리 요란한 비가 내렸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후두둑 후두둑 다급하게 쏟아져 내렸던 빗방울들은 어디쯤 흘러가고 있을까요? 어느 풀잎 아래에서 다급하게 비를 피했을 무당벌레, 쏟아지는 비에 커다란 날개 접고 오들오들 떨었을 나비며 작은 참새, 다람쥐, 이름 모를 길고양이들… 모두 모두 비 갠 햇살 아래 조롱조롱 매달린 빗방울을 바라보며 나처럼 잠시 휴식 취하고 있을까요?

물처럼 시처럼 흘러 마음을 적시는 그림책 “물이 되는 꿈”을 생각합니다. 함께 흘러 흘러 넘치고 쏟아지며 세상을 푸르게 적시고 싶다는 마음을 그려봅니다. 물이 되는 꿈, 꽃이 되는 꿈, 씨가 되는 꿈, 풀이되는 꿈, 강이 되는 꿈 꾸어봅니다. 넘나들며 어우러지고 이어지는 아름다운 상상 속에서 비갠 하늘처럼 마음이 말개집니다.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노래 루시드 폴 | 그림 이수지 |청어람미디어
(발행 : 2020/05/07)

“물이 되는 꿈”은 가수 루시드 폴이 2005년 발매한 <오, 사랑>에 수록된 곡입니다. 평안하면서도 잔잔한 노래의 느낌을 살려 이수지 작가는 파란색 맑은 수채화 그림으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그림책 속에 펼쳐놓습니다.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가 조심스럽게 수영장 물 위에 누워봅니다. 아이가 누운 자리 살포시 퍼져나가는 동심원이 포근하게 느껴지네요. 아이의 상상 속에서 시작된 여행은 물처럼 부드럽게 잔잔하게 흘러가며 다양한 곳을 여행하고 다양한 이와 어울리며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줍니다.

형체가 없는 물은 때론 꽃이 되기도 하고 새가 되기도 해요. 강물을 이루고 바다가 되고 파도로 변신을 거듭하던 물은 별이 되고 달이 됩니다. 비가 되고 돌이 되고 푸른 나비로 변신한 파도가 되어 짙푸른 바다로…  물은 끝없이 순환하며 되돌아오고 또 다시 흘러갑니다.

언제나 우리 주변에 머물고 있지만 정체되지 않고 끝없이 흐르는 물, 슬픔도 기쁨도 모두 담고 있는 물, 파란 꿈을 간직한 물…

5.7미터 길이의 병풍 형식으로 제작된 그림책의 모든 이미지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요. 한 번에 촤르르 펼치면 자유롭게 흘러가는 물처럼 보입니다. 그림책 앞면은 이수지 작가의 맑은 파랑색 수채화 그림이, 뒷면은 가수 루시드 폴이 손으로 그린 악보가 실려있어요. 뒷면 손으로 쓴 악보 위에 그린 이수지 작가의 파란색 작고 예쁜 그림이 운치를 더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제목부터 본문, 뒷면의 악보까지 마치 흐르는 물처럼 흘려쓴 손글씨가 함께 어우러져 더욱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한라산에 내린 빗방울이 바다로 흐르기까지 이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 노래가 태어날 때 땅에 스민 빗방울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요
– 루시드 폴

노래는 듣는 그림이고, 그림은 보는 노래입니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물속에서 더 가볍고 기쁜 너를 상상합니다.
노래가 한 바퀴 돌아 다시 흐릅니다.
파랗고 맑습니다.
– 이수지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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