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발자전거

자전거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았어요.
아무도 없었어요.
조금 무섭긴 했지만, 다시 앞을 보았어요.
뭉치가 가르쳐준 것처럼 말이지요.

지금껏 뒷바퀴 양 옆에 조그만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자전거를 탔던 아이는 오늘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실은 이미 한참 전에 보조바퀴를 떼어냈어야 할만큼 아이는 자전거를 잘 탑니다. 아이에게 필요했던 건 두려움의 첫 페달질을 내딛게 해 줄 용기, 그리고 보조바퀴쯤 떼어내도 나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끔 뒤에서 꼭 잡아줄 든든한 손길.

그리고 마침내 아이는 보조바퀴를 떼어내고 오롯이 두발자전거로 앞으로 내달립니다.

오로지 바퀴 두 개만으로 앞으로 마음껏 달려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자랑스러우면서도 어느 순간 자신을 감싸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넘어져 무릎과 팔꿈치에 생채기가 나기도 하지만 아이는 거기서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불안합니다. 든든한 손길이 자신이 넘어지지 않도록 뒤를 단단히 붙잡아주고 있다는 믿음에 힘차게 내달렸지만 10초 20초 30초… 시간이 갈수록 아이는 그 믿음이 흔들립니다. 어쩔 수 없이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아이는 넘어지고 맙니다.

이제 아이는 깨닫습니다. 믿을 건 거추장스러운 보조바퀴도 아니고, 자신의 뒤를 잡아주는 누군가의 손도 아니란 것을.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리 두려워도 뒤를 돌아보지 말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나가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오로지 자기 자신과 자신의 두 발만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오늘 아이가 자신의 두발자전거를 몰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함께 달려준 뭉치가 가르쳐준 것도 바로 그것일 겁니다.

겁 먹지 마, 절대 뒤돌아 보지 마, 그냥 앞만 똑바로 보고 달리면 돼 !

지금 이 순간 잔뜩 주눅들고 겁먹었던 자신을 떨쳐내고 용기를 내서 눈 앞에 펼쳐진 자신의 미래를 향해 첫 걸음을 떼는 이 세상 모든 초심자들을 위해 떨리는 어깨를 다독여주며 그냥 앞만 똑바로 보고 가면 된다고 말해주는 그림책 “나의 두발자전거”입니다.


나의 두발자전거

나의 두발자전거

(원제 : Mes Petites Roues)
글/그림 세바스티앙 플롱 | 옮김 명혜권 | 봄볕
(발행 : 2020/04/27)

“나의 두발자전거”는 네발자전거에서 보조바퀴를 떼어내고 처음으로 두발자전거에 도전하는 아이의 힘겹지만 멋진 하루를 통해 새로운 출발선에 선 이들에게는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나아가라고 용기를 주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우리들에게는 그런 초심자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를 가르쳐주는 그림책입니다.

작가는 그림책 속에 한 가지 이야기를 더 담아두었습니다. 바로 목소리만 등장하는 엄마입니다. 집에만 처박혀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씩씩하게 놀라고 하지만 그저 목소리뿐입니다. 보조바퀴를 떼어내고 두바퀴만으로 달려보고 싶은 아이에게 엄마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두발자전거 타기에 성공하고 벅찬 가슴으로 돌아온 아이를 반겨주고 칭찬해주는 엄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잘 놀다 왔니?’가 전부입니다.

이 그림책을 읽는 엄마 아빠들은 그런 엄마를 이해하기 힙들 겁니다. ‘이 엄마 뭐지?’ 하고 말이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될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치면서 자랄 수 있게 해주기 위한 엄마 아빠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이웃 중에 소외된 아이들에게 우리가 속한 이 사회가 어떻게 그 아이들에게 결여된 엄마 아빠의 역할을 해줘야 할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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