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을 담그고

작은 통통배에 몸을 싣습니다. 배가 나아가는 방향을 따라 살랑살랑 살랑이는 잔물결. 일렁이는 푸른 물결 속에 파란 하늘, 아빠와 나, 그리고 우리 강아지가 비쳐요. 아빠와 나는 오늘 물 위에 둥둥 떠있는 작은 집에서 낚시를 할 거예요.

아빠와 낚시 여행, 아련하면서도 소중한 기억들이 그림책 속에 펼쳐집니다. 물 위에 비친 그림자처럼 일렁일렁 찰랑찰랑 대면서.

작은 통통배 소리도 담겨있고 미끼가 되어야 하는 슬픈 운명을 지닌 지렁이의 비명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아요. 휘이익 휙! 힘차게 던지는 낚싯대 소리, 작은 물결 소리, 꼼지락꼼지락 기다림의 소리, 고요함 속에서 작은 소리들이 오갑니다. 큰 물고기 한 마리 낚아 올릴 푸르른 꿈의 소리까지도…

하지만 저녁이 되도록 물고기 통은 텅 비어있어요. 아빠와 나는 그대로도 좋아 그만 웃음 지었어요. 함께 파란 강물에 두 발을 담그고.

“그래도, 오늘 우리 재미있었네,
물고기야 잡아도 좋고, 못 잡아도 좋고!”
아빠가 웃으며 말했어요.
“맞아 맞아! 잡아도 좋고, 못 잡아도 좋고!”
나도 웃으며 말했어요.

아빠와 나는 강물에 두발을 담갔어요.
찰랑 찰랑, 발에 닿는 물결이 시원했어요.

그날 아빠와 내가 건져올린 건 영원토록 잊지 못한 추억 한 자락이에요. 마음으로 온몸으로 기억하는 아름다운 추억, 물고기야 잡아도 좋고, 못 잡아도 좋고! ^^


두 발을 담그고

두 발을 담그고

글 그림 조미자 | 핑거
(발행 : 2020/07/10)

푸른 톤의 수채화 그림이 마음에 행복을 선사합니다. 겹겹의 파랑 속에 살포시 담근 두 발, 아빠와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들, 고요 속에 퍼지는 말간 웃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삶은 추억으로 그린 맑고 투명한 수채화입니다.

그날 잡은 물고기는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함께 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았던, 행복했던 시간의 추억이
내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되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나가 된 물결 위의 세상,
그리고 그 세상 속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며.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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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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