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이

아빠는 흙손으로 쓱쓱 회반죽을 개고 타일을 붙인다.
사람들은 그런 아빠를 미장이라고 부른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벽에 그림을 그리고
아빠는 건물에 그림을 그렸다.
아빠가 곁에 없어도
아빠의 작품은 우리 곁에 늘 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어디든 있다.
벽에도, 바닥에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빠의 작품은 따로 있다.
내 발밑에서 말없이 빛을 낸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공사 현장에서 얼굴이며 손에 회반죽 묻혀가며 일하는 아빠를 사람들은 미장이라고 부르지만 나에게는 이 세상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위대한 예술가입니다.

매일같이 오가는 길에는 아빠의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버스 정거장 내려 가는 계단에도, 지하철 창 밖으로 보이는 높다란 빌딩들에도, 학교 가는 길 늘어선 담벼락에도, 수영장 바닥에도…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빠의 작품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우리 집 목욕탕 바닥.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이 수시로 밟아댈 자리에 알록달록 정성 들여 가지런히 깔아놓은 타일들. 언제나 묵묵히 가족을 위해 땀흘리는 아빠처럼 내 발밑에서 말없이 빛나는 아빠의 걸작입니다.

부모님은 자식들의 삶이 아름답게 피어나길 바라며 혼신의 힘을 다하는 예술가라고, 나의 삶이 한 편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나를 지탱해주고 끝없이 믿어주고 응원해주신 부모님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가라고 말하는 그림책 “미장이”입니다.


미장이

미장이

글/그림 이명환 | 한솔수북
(발행 : 2020/06/22)

“할아버지와 소나무”에서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담아냈던 이명환 작가가 이번엔 자신의 삶을 예술로 가득 채워준 아버지에 대한 동경과 고마움을 그려낸 그림책 “미장이”를 선보였습니다.

아빠는 타일 한 장 한 장 붙일 때마다 가족을 떠올리며 피곤을 잊고, 집에 남은 가족들은 끼니 때마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되새깁니다. 따끈한 밥 한 술에 아이들은 아빠 언제 오냐 묻고, 그 밥 싹싹 다 먹고 공부 열심히 하면 금방 돌아오실 거라며 엄마는 남편의 끼니와 건강을 걱정합니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를 향한 희생과 헌신, 고마움과 사랑을 느끼며 그렇게 하루하루 채워가는 것이 삶이고 가족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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