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생이란 무엇인가

어느 날 집으로 찾아온 길 고양이 고경이의 이야기입니다. 위험이 따르긴 하지만 담너머 저쪽에서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살기, 혹은 조금 따분하고 지루하지만 안락하고 포근한 이쪽에서 인간들과 부대끼며 안전하게 살아가기. 한때 길 고양이었으나 이제 집고양이가 된 고경이의 마음은 아마도 그 중간 어디쯤에 있지 않을까요?

고경이를 안고 아빠는 아침마다 물었어요.

“너, 묘생이 뭐라고 생각하냐”

묘생을 생각하며 인생을 생각합니다. ‘너,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냐’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요? 이제 어설프게나마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어린 시절엔 그 나이 즈음 되면 다 알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살아보아도 여전히 아리송한 것이 인생입니다. 그 나이쯤 되면 순해지고 유해지고 지혜만 가득해질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여전히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 두려운 것 투성이, 갈팡질팡 하루에도 여러 번 이리저리 흔들리며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들 투성이. 내 마음 하루에도 열두 번 고경이처럼 길이랑 집 사이를 왔다 갔다, 이럴까 저럴까.

묘생과 인생은 어디가 어떻게 다를까요? 고양이와 나 우리 사이 접점은 어디일까요?


묘생이란 무엇인가

묘생이란 무엇인가

글/그림 이영경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발행 : 2020/08/10)

아침마다 ‘너, 묘생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아빠의 질문을 받았던 한때는 길 고양이었다 집고양이가 된 고경이. 흔히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을 집사라고 부르죠. 아마 고경이도 눈여겨 고르고 골라 자신에게 최적의 집사를 간택하지 않았을까요? ^^ 고경이가 어떤 모양으로 집사를 찾아갈까 고민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첫 장면이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물고기, 기린, 사자? 요리조리 궁리하다 결국 선택한 건 시크하고 도도한 고경이 모습 그 자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저렇게 행동하는 고경이의 모습 자체가 우리의 인생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때론 질투하고 또 기가 죽기도 하고 하악질을 하며 화를 내다가도 자신감 넘치는 고양의 모습 그대로를 즐기는 고경이.

이영경 작가는 아침마다 묘생에 대해 묻던 배우자와 고경이를 떠나보낸 후 인생과 묘생을 생각하며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묘생의 길 받아쓰기

① 좋으면 부빈다.
② 옳지 않은 때엔 인상쓰기.
③ 쓰다듬을 받기.
④ 이롭지 않은 소리 귓등으로 듣는다.
⑤ 포근하면 정신줄 내려놓고
⑥ 내키면 놀아 보고
⑦ 억지로 웃지 않기.

하루하루 감정에 충실하게 즐겁게 열심히 살기. 고양이라고 별다를 것 있나요?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인생이든 묘생이든 내 것에 충실할 것! 고양이답게 인간답게.

묘생을 바라보며 인생을 생각하게 되는 그림책 “묘생이란 무엇인가”, 다음 생이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이번 생은 이런 모양으로 태어났다는 것, 아무리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고 오로지 직진만 할 수 있다는 것, 삶의 매 순간들이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미련 없이 후회 없이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집니다. 오롯이 마지막 그날까지 나만의 것인 나의 인생을 위하여!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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