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간 나팔꽃

어느 날,

낮달을 본 나팔꽃은
달에 가 보고 싶었습니다.

밤에 뜨는 달, 낮에 피는 나팔꽃, 결코 만날 수 없는 사이 달과 나팔꽃. 운명의 시간은 아주 우연히 찾아왔어요. 눈부시게 푸른 창공에 뜬 하얀 낮달을 보게 된 나팔꽃, 그저 그러려니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나팔꽃은 그러지 않았어요.

그날부터 나팔꽃에겐 꿈이 생겼어요. 달에 가겠다는 꿈. 나팔꽃은 낮에도 밤에도 온통 마음에 품은 꿈만 생각합니다. 꽃잎이 지고 초록 열매가 되어서도 갈색 열매가 되고 까만 씨앗이 되어서도. 그 씨앗이 깜깜한 흙 속에 묻히고 눈 내리는 한겨울 꽁꽁 언 땅속에서도 나팔꽃은 다짐합니다. 달에 꼭 가겠다고.

속절없는 시간이 흘러갑니다. 하지만 나팔꽃의 꿈은 변하지 않아요. 오직 달에 가보겠다는 꿈, 나팔꽃 마음에 피어난 꿈은 꿈틀거리고 요동치고 뜨겁고 집요합니다. 시간도 계절도 이겨냅니다. 새봄 다시 태어난 나팔꽃은 덩굴손을 뻗어 달을 향해 달려갔어요. 가끔 실망도 하고 이 일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나팔꽃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달리고 달려 드디어 나팔꽃은 달에 도착했어요.

그곳에서 달을 꼭 닮은 나팔꽃을 피워냈어요. 달을 닮은 나팔꽃, 나팔꽃을 닮은 달. 달에 노오란 나팔꽃의 꿈이 피어났습니다. 달에 핀 노오란 나팔꽃은 그 긴 여정 속에 아로새겨진 그리움, 눈물, 축복, 열정, 시간, 아픔, 소망, 사랑입니다.


달에 간 나팔꽃

달에 간 나팔꽃

글/그림 이장미 | 글로연
(발행 : 2020/10/01)

“달에 간 나팔꽃”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지구에서 달까지 이어진 나팔꽃 덩굴손을 타고 달에 온 개미를 보고 나팔꽃이 물었어요.

“개미야, 달까지 어떻게 왔니?”

개미가 말했습니다.
“최선을 다했어.”

그저 ‘최선을 다했다’는 그 말. 아, 나팔꽃은 개미의 말을 이해했을 거예요. 개미 역시 나팔꽃의 마음을 알고 있었을 거예요.

노란 달이 뜨는 푸른 지구에서 푸른 꽃을 피우던 나팔꽃, 노란 달에서 푸른 지구를 바라보며 노란 꽃을 피운 나팔꽃, 꿈은 이루어집니다.

당신의 꿈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나요? 나팔꽃 말간 얼굴로 우리에게 묻는 그림책 “달에 간 나팔꽃”, 나팔꽃처럼 단단하게 개미처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오늘을 활짝 열고 달려가리라! 이 아침이 새삼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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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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