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뭔가 너무나 부끄럽고 당혹스러워 보이는 아이 모습, 그리고 아이를 쳐다 보고 있는 스무 명의 아이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그림책 속 아이는 2학년 아이의 오빠예요. 동생이 구구단을 못 외우는 바람에 동생네 반에 끌려갔대요. 어린 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동생의 담임 선생님은 오빠에게

“니 동생 구구단 좀 외우게 해라.”

하고 소리쳤고, 그 말에 이렇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오빠의 모습입니다. 오빠의 표정이 너무나 리얼해 마치 제 바로 앞에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만 같네요.

아주 오래 전(^^) 저도 국민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이었던 적이 있었어요. 학교가 끝날 무렵 갑자기 비가 내렸고 엄마가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오셨죠. 엄마는 저보다 늦게 끝나는 오빠 반에 가서 저에게 오빠 우산을 전해주고 오라고 하셨어요.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오빠네 교실 문을 열면 오빠가 바로 보일 줄로만 알았어요. 교실 앞문을 호기롭게 활짝 열었는데, 앗 예상치 못한 수많은 언니 오빠들의 얼굴… 당황했던 저는 그만 “오빠!”하고 불렀어요.

수업 중 갑자기 문이 열리는 바람에 잠시 정적이 흘렀던 교실에서 빵 터진 웃음, 그리고 오빠가 제가 멍하니 서있는 앞문으로 달려나왔는데, 그 때 오빠 표정이 딱 저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그림책을 읽는 순간 빵~터졌던 것도 그 때 너무 강렬하게 남아있는 오빠의 당황스러워 했던 기억 때문이예요.(빨강 노랑 파랑… 온갖 색깔이 오빠 얼굴에 다 들어있었던 것 같아요.^^)

그림책을 읽다 보면 가끔 어느 장면에서 잊고 지냈던 오래된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 비에 엄마랑 어떻게 돌아갔는지, 오빠가 집에 와서 뭐라 했는지는 기억에 없어도 오빠의 저 표정만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오빠도 자고 있는 제 이불을 덮어주며 갑자기 내리는 비가 밉다고 했을까요?


내 동생
책표지 : 창비
내 동생

시 주동민, 그림 조은수, 창비

1991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주동민 어린이가 쓴 시에 조은수 작가가 그림을 맡아 그렸다고 해요. 구구단을 못 외우는 동생 때문에 창피를 당했지만 집에 돌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놀고 있는 동생을 보고 아무 말도 못하는 오빠, 그리고 밥 먹고 자는 동생 이불을 덮어주며 구구단이 밉다 생각한 오빠…(오, 계산을 해보니 현재 오빠 나이 서른 셋, 구구단을 못 외웠던 동생 나이는 스물 아홉이군요.^^)

동생 때문에 창피하고 원망스러웠던 마음이 오빠의 맘넓은 사랑으로 변해가는 감정의 변화가 너무나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게다 동시에 맞춰 그린 그림의 강렬한 색채는 아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변화를 절묘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은수 작가는 대체 저런 표정을 누굴 보고 그려냈을까요? 별게 다 궁금해지는 군요…^^


내 동생

주동민

내 동생은 2학년 구구단을 못 외워서

내가 2학년 교실에 끌려갔다.

2학년 아이들이 보는데 내 동생 선생님이

“야, 니 동생 구구단 좀 외우게 해라.”

나는 쥐구멍에 들어갈 듯 고개를 숙였다.

2학년 교실을 나와 동생에게

“야, 집에 가서 모르는 거 있으면 좀 물어 봐.”

동생은 한숨을 푸우 쉬고 교실에 들어갔다.

집에 가니 밖에서 동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놀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밥 먹고 자길래 이불을 덮어 주었다.

나는 구구단이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