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오물오물! 찹찹찹! 쭈우우욱! 짝짝짝 딱딱딱! 쫘아아아악!

껌 씹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요. 왠지 입이 심심해집니다. 껌 생각에 이리저리 기웃대다 아, 가방 안에 있는 껌이 생각났어요. 냉큼 한 알 까서 입에 넣습니다. 바사삭! 바둑 껌(네모난 껌을 바둑 껌이라고 불렀죠.^^) 바스러지는 소리, 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향기, 오물오물 잘근잘근 찹찹찹 껌을 씹어요. 그림책 건너편에 앉은 나는, 지금 이 순간 고릴라와 웜뱃의 껌 친구가 되었습니다.

친구 하나 주고, 동생에게도 나눠주고 그래도 남는 껌 ‘나도~’하고 내미는 누군가의 손에도 인심 좋게 하나 건넵니다. 만화가 함께 들어있는 만화 껌, 판박이 스티커가 들어있는 판박이 껌, 푸우 푸우 커다랗게 풍선을 불면 내 마음도 함께 부푸는 풍선껌. 그 시절 100원의 행복, 껌 한 통은 온종일 어린 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었어요.

껌 같은 사람이고 싶어요. 돌돌돌돌 잘근잘근 무료함을 잊게 해주는 사람, 달콤하고 찐득하게, 때론 무거운 마음을 풍선처럼 가볍게 만들어 주는 사람, 오늘 이 그림책 이야기를 읽는 동안 추억의 껌이 될게요. 아카시아 향처럼 은은하게 자일리톨처럼 상쾌하게…… 기꺼이 오늘, 당신의 껌이 되겠습니다.


껌

글/그림 강혜진 |
(발행 : 2020/10/30)

겉포장과 속껍질, 그리고 그 속에 들어있던 마지막 은박 껍질까지 까고 나야 비로소 나오는 껌. 껌을 까는 동안 들리는 바스락대는 종이 소리 역시 하나의 즐거움이었지요. 다 씹고 난 껌은 꼭 종이에 싸서 버려야 하니 포장 껍질도 함부로 버리면 안 돼요. 호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다 껌을 버릴 때 돌돌 말아 센스 있게 휴지통에 쏘옥… ^^ 그림책 표지만 보아도 향긋한 껌 향기가 날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책 “껌”입니다.

지루하게 버스를 기다리는 웜뱃과 고릴라. 정류장 의자를 양보해 준 고릴라에게 할머니가 껌을 건넸어요. 둘은 할머니가 나눠주신 껌을 씹으면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오물오물 씹고 쭈욱 늘리고 줄넘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획획 감아 쏘옥~ 너무 열정적으로 껌을 씹다 그만 혀도 씹고 버스도 놓쳤지만 이 모든 게 용서가 되는 하루. 고 작은 껌 하나 덕분입니다. 양보하고 나눌 줄 아는 고릴라와 웜뱃의 착한 마음 덕분입니다.

흑백 그림 위에 오렌지색, 형광 분홍색으로 칠한 껌이 이야기에 상큼함을 더해주고 있어요. 간결한 글이 그림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한 권의 그림책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열정, 수많은 시행착오와 뼈를 깎는 노력, 그리고 작가의 고뇌가 담겨 있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낸 그림책 “하루”의 강혜진 작가가 그린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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