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선수가 될 거야

알폰시나는 열 살 때 아버지에게 자전거를 선물 받았어요. 알폰시나와 자전거의 첫 만남이었지요. 여기까지 읽어보면 그저 평범한 이야기처럼 보여요.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빼놓고 보면.

알폰시나가 열 살이었던 1900년대 초,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사회· 경제 전반에 거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어요. 하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여전히 여자가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은 그런 시절이었어요. 여자가 치마를 펄럭이며 자전거를 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었죠.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었어.
달리기도 하고 자전거도 신나게 타고 싶었거든.

남들의 수군거림도 비난 가득한 시선도 알폰시나의 꿈을 바꿀 수는 없었어요. 알폰시나는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달리고 또 달려나갔죠. 산을 오르내리고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열세 살에 그녀는 처음으로 도전한 사이클 경기에서 우승했어요. 이후 그녀의 꿈은 자전거와 함께 계속됩니다. 치마를 펄럭이며 자전거를 타는 열 살의 알폰시나에게 말괄량이 말썽꾸러기라며 손가락질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결승점을 향해 바람처럼 달려나가는 그녀를 페달의 여왕이라 부른답니다.

꿈을 향한 뜨거운 가슴 앞에 어떤 두려움도 없었어요. 그저 꿈을 생각하며 앞으로 달려나갈 뿐. 누르고 조이고 꽉꽉 죄어오는 세상의 이상한 틀을 깨어버린 알폰시나. 가슴속 뜨겁고 단단한 꿈이 그녀를 숨 쉬게 합니다. 달리게 합니다.

무언가 갸우뚱해지는 순간을 맞았올 때 ‘여자’란 말이 들어가는 자리에 ‘사람’이란 단어를 넣어 문장을 다시 만들어 보세요. ‘여자’가 자전거를 탄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군 → ‘사람’이 자전거를 탄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군. 어딘가 이상한가요? 여자가 자전거를 타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죠. 그저 낡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을 뿐인 겁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여자도 남자도, 아이도 어른도, 누구나… 우리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사이클 선수가 될 거야

사이클 선수가 될 거야

(원제 : Eu, Alfonsina)
글/그림 호안 네그레스콜로르 | 옮김 남진희 | 우리교육
(발행 : 2020/06/01)

“사이클 선수가 될 거야”는 이탈리아 최초의 여자 사이클 선수 알폰시나 스트라다(Alfonsina Strada)에 관한 인물 그림책입니다. 알폰시나 스트라다는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사이클 대회에 참여한 최초의 여성 선수이자 훗날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여자 사이클 선수라고 합니다.

작가 호안 네그레스콜로르는 편견 가득한 세상에 굴하지 않고 멋지게 도전하는 강인한 알폰시나의 모습을 담담한 글과 강렬한 색채의 그림으로 멋지게 묘사했어요.

1924년 지로 디탈리아(Giro d’italia) 경기에 출전할 때 알폰시나는 자신의 이름 끝자리 ‘a’를 떼어내고 남자 이름인 알폰신 스트라다(Alfonsin strada)란 이름으로 대회 참가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회 시작 전 그녀의 은밀한 계획은 그만 들통이 나고 말았어요. 다행히(?) 대회 주최 신문사 주간이었던 에밀리오 콜롬보의 출전 허락을 얻어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알폰시나는 지로 디탈리아 대회 첫 여자 선수가 되었고 대회 우승자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사이클 선수가 될 거야

그림책 마지막 장면은 그 대회 장면을 묘사하고 있어요. 수많은 남자들 사이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당당하게 서있는 알폰시나의 모습, 그리고 그녀를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여자도 달릴 수 있어!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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