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그림책 신간 소식 뒤적이다 ‘학생들 부실한 먹거리 빨간불‘ 이란 표제의 기사를 보고 궁금해서 클릭해 봤습니다. 학원으로 내몰린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와 학원, 또는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옮겨 다는 사이 시간에 끼니를 해결하느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채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서 급하게 한끼를 해결하는 모습들… 한두번이야 엄마가 차려 준 밥상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지만 매 끼니를 햄버거, 사발면, 삼각김밥 등으로 때우는 걸 좋아할 아이들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요?

아직 딸아이가 어려서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요즘 중고생들이 내몰리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비단 중고생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이미 초등학교 3~4학년만 되도 밤늦게까지 학원에 붙잡혀 있다 기껏 집에 와서도 학교와 학원에서 내 준 숙제 하느라 자정이 되어도 잠들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까요.

어제 본 또 다른 기사 ‘강남 영어유치원, 사립대보다 훨씬 비싸다‘, 전 학원비가 비싸다는 것 보다는 3~5세의 아이들이 하루에 4~5시간씩 영어 교육을 받는다는데 더 놀랐습니다. 물론 놀이처럼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겠지만 아직 우리말도 서툰 아이들이… 그것도 엄마랑 반나절 가까이 떨어져 지내면서 말이죠…


오늘 아침까지도 어제 본 기사들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하던 차에 문득 떠오른 그림책의 한 장면이 있어서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해봅니다.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라는 그림책입니다.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

사이 좋은 오누이 진이와 훈이. 엄마가 목욕하자며 부르는 소리엔 아랑곳 하지 않고 장농을 뒤적이다 페이스페인팅 물감을 찾아냅니다. 처음엔 소심하게 제 얼굴에 수염 몇가닥 그리고는 ‘난 고양이야’ 하는 진이, 이에 질세라 빨간 물감 제 얼굴에 척 바르고는 ‘난 인디언 추장!’ 하는 훈이.

붓질이 점점 더 대범해지더니 결국엔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벌거숭이가 된 채 서로 몸에다 그리기 시작합니다. 급기야는 물감을 잔뜩 머금은 붓을 휘둘러 사방에 물감이 튀어 버립니다. 진이와 훈이 두 아이뿐만 아니라 방안이 온통 물감 천지가 되고… 오누이는 자신들이 그리는 상상의 나라 속에 빠져 들어 배를 타고 먼 바다에 나가 고래도 만나고, 밀림 속에서 고릴라와 사자도 만납니다.

그러다 문득 들려 오는 소리

진이야, 훈이야 목욕하자

상상의 나라에서 들려 오는 엄마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 온 오누이, 온몸에 물감을 뒤집어 쓴 서로를 보다가는 후다닥 엄마에게로 달려갑니다. 이젠 시원하게 씻을 일만 남았네요 ^^

다정한 오누이의 천진난만함과 자유분방함 속에서 펼쳐지는 아이들의 예쁘고 해맑은 상상의 나래.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때는 엄마와 함께 있을 때 아닐까요?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

문승연 | 그림 이수지 | 길벗어린이
(발행 : 2005/01/15)

글을 쓴 문승연 작가는 ‘내가 처음 가 본 그림 박물관’ 시리즈를 기획, 디자인 했고 “안녕, 달토끼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죠.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의도 역시 위에서 말한 제 소회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창 재잘거리고 깔깔대며 집안 구석구석 휘젓고 다니면서 엄마 주변을 맴돌 시기의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자유분방함을 아주 잘 보여준 그림 작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수지 작가입니다.

이수지 작가 역시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나봅니다. 작가의 블로그에서 한적한 교외에서 아이들과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내가 처음 가 본 그림 박물관 시리즈(전 6권)

  1. 봄날, 호랑나비를 보았니?
  2. 새야 새야
  3.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4. 이 소리 들리니?
  5. 산골짝 이야기
  6. 아재랑 공재랑 동네 한바퀴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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