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의 꿈

집중이 되지 않아 오늘은 영~ 글이 써지지 않아요. 머리도 띵하고 피곤한지 잇몸도 부은 것 같아요. 어깨도 뭉친 것 같고 그러고 보니 온몸이 찌푸둥하니 몸살 기운도 있네요. 주말에 이런저런 일이 많아 푹 쉬지 못했어요. 이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미리 정해놓은 일정대로 해야 하는데 삶이란 게 계획대로만 되지 않아요. 이걸 하려고 했는데 급한 일을 요청받고, 그 일을 처리하고 나면 또 다른 일이 생겨나고. 그러다 보니 허둥지둥 주말을 보냈고 오늘 컨디션이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그러니 아무래도 오늘의 그림 한 장은 쓰지 못하겠구나 생각했지요. 작업을 시작해야 할 시간인데, 시간인데, 시간인데… 안달을 치다 어쩔 수 없다 싶어 일을 미루기로 했어요. 잠시 머리를 식히기로 합니다. 아, 몸살일지도 모르니까 갈근탕도 좀 챙겨 먹고 비타민 C도 먹고, 뭘 더 먹을까. 그렇게 잠시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글을 써야 할 시간이 째깍째깍 지나갑니다.

그러고 나니 어쩐지 좀 말짱해진 것 같아요. 머리도 가벼워졌고 부어올랐던 잇몸도 괜찮아졌어요. 어깨를 앞으로 뒤로 빙빙 돌리고 목을 좌우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 온몸을 쭉쭉 스트레칭. 오! 괜찮아졌어요. 두 팔을 활짝 벌려봅니다. 다시 잘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는 지친 마음을 그대로 놔두었어요.
그렇게 한참을 쉬고 나니 조금씩 용기가 솟았어요.
‘다시 한 번 날아 볼까?’


알바트로스의 꿈

알바트로스의 꿈

글/그림 신유미 | 달그림
(발행 : 2021/01/31)

날개를 펼치면 가장 큰 조류로 알려진 새 알바트로스는 활공을 통해 날갯짓을 하지 않고도 멀리까지 비행을 할 수 있는 새라고 합니다. “알바트로스의 꿈”은 날개가 너무 크고 무거워 날지 못하는 알바트로스가 창공을 날게 되기까지 겪는 수많은 좌절과 용기, 희망을 멋지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커다란 날개를 접고 험한 산길을 걷고 있는 알바트로스 주변으로 자유롭게 허공을 날아다니는 새들이 보입니다. 알바트로스는 가벼운 몸으로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그 새들이 부러웠어요. 알바트로스는 생각했어요. 언젠가 자신도 하늘 높이 날아오르리라고.

희망, 고난, 두려움, 외로움, 좌절, 수많은 일과 수많은 감정을 겪으며 마침내 산의 정상에 다다른 알바트로스, 이제 진짜 용기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난 피하지 않을래.”

알바트로스의 멋진 비상이 시작됩니다. 침묵과 인내, 고통, 꿈, 희망, 눈물, 사랑으로 단련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상입니다.

신유미 작가는 가수 이은미의 노래 ‘알바트로스’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해요. 가슴 가득 꿈을 안고 자신의 길을 가는 알바트로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재해석해 그린 그림이 압권입니다. 복사꽃 만발한 풍경 속에 내려앉은 희뿌연 안개, 그 주변을 둘러싼 기암절벽들. 마침내 꿈을 이룬 자의 마음은 이런 것일까요. 알바트로스가 내려다 본 듯 묘사한 마지막 장면이 황홀합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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