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고양이

봄은 고양이로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의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이장희 (1923)

차르르 부드러우면서 화라락 뜨겁고 고요하면서 푸르른 생동감으로 가득한 것. 가만히 고양이를 생각합니다. 봄날을 생각합니다. 부드러운 봄 향기 만져질 것 같고 뜨거운 생명력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포근함이 밀려와 그만 꾸벅꾸벅 졸음이 밀려오는가 싶지만 이내 푸른 봄의 생기에 번쩍 눈 뜨는 봄!

고양이에게서 봄 찾기, 봄으로부터 고양이 찾기. 아! 어쩌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어요. 고양이 예뻐라 생각만 했지, 푸르른 봄날 언제쯤 올까 기다리기만 했지. 고양이에게서 봄을 찾을 줄이야.


봄은 고양이

봄은 고양이

글/그림 이덕화 | 길벗어린이
(발행 : 2021/04/20)

“봄은 고양이”는 상징주의 시인으로 알려진 이장희(1900-1929) 시인의 ‘봄은 고양이로다’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봄은 어떻게 우리를 찾아올까요? 사랑스러운 비밀이 그림책에 숨어있어요.

계절을 만드는 이가 야몽숲을 찾아가 야몽꽃을 따 후우~하고 불면(마치 우리가 민들레 씨앗을 날리듯이) 야몽들이 세상에 퍼져 나갑니다. 야몽은 봄을 만드는 아주 작은 고양이에요. 창문 밖 봄을 알아차릴 수 있는 건 야몽들의 보송한 털이 봄볕에 빛나고 있기 때문이죠. 더러 야몽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민들레 씨앗이라 생각해 무심코 지나쳐 버린답니다. 야몽들이 눈꺼풀에 매달려 자장가를 부르기 때문에 나른해지기도 하구요. 짓궂은 야몽들이 꽃가루 잔뜩 묻은 몸으로 사람들 콧속에 들어가 장난을 치면 에취 에취 재채기가 나기도 하죠. 야몽들이 사람들 가슴속에 파고 들어가 간지럼을 태우면 괜스레 마음이 설레기도 합니다.

꽃처럼 바람처럼 휘리릭 스쳐 지나가는 예쁜 야몽들,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자세히 살펴보세요. 야몽들이 어디에 살포시 내려앉는지, 어디를 날아가고 있는지. 야몽들이 어느 꽃, 어느 나무를 깨우고 있는지. 어디서 꺄르르르 야몽의 웃음소리 들리지는 않는지.

잠꾸러기 고양이처럼 다정하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계절, 봄. 환한 봄빛 머금은 그림책 한 권이 그대로 꽃이고 그대로 봄입니다. 기지개를 쭈욱 펴고 깨어나 볼까요? 우다다다 장난꾸러기 봄날 저만치 달아나기 전에.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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