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춤

프랭크 헤이스 Frank Hayes *
1923년

말 조련사로 일하다가 경마 기수가 된 프랭크 헤이스는 난생 처음 참여한 경주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의 말 ‘달콤한 키스’는 생명이 빠져나간 헤이스의 몸을 안장에 매단 채 뉴욕 벨먼트파크 경마장의 결승선에 1등으로 들어섰다. 그 뒤로 헤이스의 말은 ‘죽음의 달콤한 키스’라 불렸다. 누구도 감히 ‘죽음의 달콤한 키스’를 타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첫 번째 레이스를 미처 끝내지도 못한 채 심장마비로 사망한 기수 프랭크 헤이스. 심장이 멈춰버린 기수를 태운 채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그 날 이후 자신의 등에 그 누구도 태울 수 없었던 ‘달콤한 키스’란 이름의 경주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요? 알다가도 모를 우리네 인생… 참…

콜리어 형제 Homer and Langley Collyer **
1947년

호머 콜리어와 랭글리 콜리어는 강박적으로 골동품을 수집했다. 두 형제는 뉴욕 할렘 지역의 집에서 수십 년 동안 모은 120톤의 골동품에 둘러싸여 은둔했고 랭글리는 도둑을 막기 위해 집 안 곳곳에 덫과 함정을 설치해 두었다. 랭글리는 눈먼 호머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다가 실수로 덫을 건드려 무너진 잡동사니 아래에서 숨이 막혀 죽었고, 호머는 며칠 뒤에 굶주림과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도둑으로부터 자신들의 수집품들을 지키려고 설치한 덫에 걸려 죽은 동생, 동생의 사망으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굶주려 죽은 형. 이렇게 덧없는 삶과 허무한 죽음이 또 있을까요? 이런 죽음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콜리어 형제는 다른 삶을 살았을까요? 아니면 변함 없이 은둔하며 미리 알게 된 형태의 죽음을 피하는 일에 집착하다 또 다른 형태의 허무한 죽음을 맞게 되었을까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알 수 없는 죽음. 열심히 산다고 더디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악인의 삶에 서둘러 찾아오는 것도 아닌 죽음입니다. 그 덧없음으로 인해 삶 그 자체를 부질 없다 여기는 사람들도 간혹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죽음을 바라보며 살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죽음이 아닌 내일을, 내일의 꿈과 희망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삶을 살아낼 수 있습니다.

죽음은 그저 마침표에 불과합니다. 진정 의미를 지닌 것은 우리들이 살아내는 매일매일의 삶입니다. 열심으로 살고 나누며 더불어 사는 바로 우리들의 삶, 훗날 나의 죽음 앞에 선 이들이 내 삶을 들춰보며 나를 조금 더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우리 삶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충실히 채우는 삶 말입니다.
* Frank Hayes
** Collyer Brothers


죽음의 춤

죽음의 춤

(원제 : The Book of Extraordinary Deaths)
글/그림 세실리아 루이스 | 옮김 권예리 | 바다는기다란섬
(발행 : 2021/04/16)

“죽음의 춤”은 영어 제목(The Book of Extraordinary Deaths)과 부제(True Accounts of Ill-Fated Lives)에 담긴 뜻 그대로 기이하거나 불운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표현이 이상하긴 한데, 스물여덟 가지 죽음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들 모두 흥미진진합니다. 어떤 형태의 죽음이건 죽음 그 자체는 비극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인생의 아이러니와 운명의 얄궂음으로 인해 우리는 삶을 다시 한 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우리 인생을 하나의 선이라고 한다면 결국 우리는 죽음으로 치닫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 선 끝의 죽음이 아닌 선 위의 삶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마찬가지로 “죽음의 춤” 역시 죽음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들 삶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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