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높은 고산 지대에서 부모님과 함께 바구니를 만들며 살아가는 소년의 동네에서는 보름달을 바구니달이라고 부릅니다. 아버지는 바구니달이라 불리는 보름달이 뜰 때면 그동안 만들었던 바구니를 도시에 내다 팔기 위해 먼 길을 떠나십니다. 아버지가 떠나는 밤길을 환하게 비춰주기 위해 항상 보름달이 뜨는 밤에야 길을 나서는 것이죠.

소년은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나면 온종일 도시를 그려보곤 했어요.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도시로 가보고 싶다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아홉살이 되던 해에 드디어 아버지는 바구니를 팔러 함께 가자고 하세요. 도시로 나간 소년의 눈에는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겁기만 합니다. 상점 진열대의 화려한 빛깔, 다양한 상품들, 뭔가 사고 파느라 바쁜 도시 냄새…

바구니를 팔고 필요한 물건들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날 본 풍경을 엄마에게 들려줄 생각에 잔뜩 들떠 있던 소년에게 도시 사람들이 조롱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이, 산골짝 촌뜨기들! 저 촌뜨기들은 바구니밖에 몰라!”

사람들이 아버지와 자신을 비웃는 소리에 소년의 마음은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이후 소년은 부지런히 바구니를 만드는 아버지도, 다 만들어진 바구니를 창고에 옮기는 일도 모두 산골짝 촌뜨기들이나 하는 하찮은 일처럼 느껴집니다. 소년은 바구니를 쌓아둔 창고 문을 열고 정성스럽게 만든 바구니 더미를 걷어차 버렸어요. 그 때 조 아저씨가 다가와서 말을 건넵니다.

“어떤 이들은 바람의 말을 배워서 음악으로 만들어 노래 부르지.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바람의 말을 듣고 시를 쓴단다. 우리는 바람의 말로 바구니 짜는 법을 배웠지.”

그 순간 소년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바람의 소리가 들려 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소년의 마음을 괴롭히던 도시 사람들의 비아냥대던 소리들도 사라졌습니다. 이제 소년은 바람이 선택한 존재가 되고싶어집니다.

바구니 달

다음 날 아침, 나뭇가지들이 집을 스치는 소리에 깼습니다.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구나.”하면서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나무들이 자라면 바구니들도 늘어나지.”

난 알았습니다.
나무들이 키우는 것이 내가 만들게 될 바구니들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바람이 내 이름을 불렀던 거지요.


바구니 달
표지 : 알라딘
바구니 달 (원제: The Basket Moon)

글 메리 린 레이, 그림 바바라 쿠니, 옮긴이 이상희, 베틀북

한 소년이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찾는 과정을 아름다운 숲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그려낸 “바구니 달”은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진 바바라 쿠니의 그림 속에 메리 린 레이의 글이 잘 녹아든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바바라 쿠니의 작품은 “미스 럼피우스”를 통해서였습니다. 내용도 좋았지만 그녀의 그림풍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그림책에 푹 빠져 한동안 바바라 쿠니의 작품들만 찾아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바구니 달” 역시 그 시절에 그렇게 인연을 쌓았던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 책이다.’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꼭 한 번 권해주고 싶은 책이 바로 바바라 쿠니의 그림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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