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 여자든 남자든 우리는 지금보다 더 지혜롭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성 역할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아직 충분히 달라지지 못했습니다.
  • 오늘날 사회는 사람을 성별에 따라 불공평하게 대우하곤 합니다. 나는 화가 납니다. 우리는 모두 화내야 합니다. 분노는 예로부터 바람직한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분노에 더해 내게는 희망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더 나은 자신으로 변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많은 미국인 여자 친구들에 대해서 내가 놀란 점은 그들이 ‘남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엄청나게 애쓴다는 점입니다. 또 남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주 중요한 일이며, 남들이 좋아할 만한 성격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믿도록 교육받았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남들이 좋아할 만한’ 여자라는 틀에 갇혀 차마 화내거나 공격적이거나 너무 큰 목소리로 반대할 용기를 내지 못한 것입니다.
  • 나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꿈꾸고 만드는 일에 함께하자고 모두에게 요청합니다. 지금보다 더 공정한 세상, 스스로에게 진실되게 살아가면서 더 행복해진 여자들과 남자들이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맨 먼저 할 일은 무엇일까요?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을 지금과는 다르게 가르치는 것입니다.
  • 사회는 남자다움을 한쪽으로 치우친 의미로 정의하고, 단단하고 비좁은 세계 속에 아이들을 가둠으로써 남자자이의 자기다움을 억누릅니다. 남자아이들에게 두려움, 약점, 연약함을 내보이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감추어야만 강한 남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남자는 무조건 강해야 한다고 느끼게 하는 교육 방식 또한 아이들에게 좋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강해져야 한다고 느낄수록 진정한 자신은 움츠러들어 결과적으로 더 약해질 뿐이지요.
  • 우리 사회는 어느 나이에 다다른 여자가 결혼하지 않은 것을 두고 실패로 여기도록 가르칩니다. 반면에 어느 나이에 다다른 남자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직 짝을 고를 마음이 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 줍니다. 이 모든 이상한 일들에 대해서 여자들이 그냥 싫다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생각만으로는 쉽지만 현실은 좀 더 어렵고 복잡하답니다.
  • 성별에 대해 고정된 시각은 우리가 각자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도록 돕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이어야만 하는지를 정해 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만일 우리가 이런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각자 솔직한 자신의 모습대로 산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얼마나 더 행복할까요? 얼마다 더 자유로울까요?
  • 요즘 여자아이들에게는 우리 할머니가 자라난 시절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기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답니다. 바로 아이를 바라보는 세상의 태도와 생각입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의 성별이 아니라 능력과 관심사에 집중한다면 어떨까요?
  • 많은 사람이 이 주제를 불편하고 짜증스럽게 여깁니다. 남자도 여자도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심지어 이 문제를 무시하려고도 하지요. 왜냐하면 현재를 바꾸는 일을 생각하는 것은 늘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 왜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쓰죠? 그냥 인권 옹호자 같은 말을 쓰면 안 되나요? 페미니즘 대신 ‘인권’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성에 얽힌 특수하고 구체적인 문제를 모르는 척하는 셈입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이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은 권리와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하는 셈입니다. 성차별을 주로 겪는 대상이 인간 중에서도 특히 여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척하는 셈입니다.
  • 어떤 남자들은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에 불쾌함을 느낍니다. 내 생각에 그런 반응은 그들이 자라면서 사회로부터 받은 가르침 때문입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지 않으면 자존심이 깨어질 거라는 불안감 탓입니다.
  • 어떤 사람들은 사회와 문화가 만들어 온 성 역할이 불공평하다고 인정합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라도 지금은 옛날에 비해 상황이 괜찮다고 여긴다는 점입니다.
  • 문화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문화를 만듭니다. 만일 여자를 온전한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정말 우리 문화였다면 우리는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습니다.
  • 나의 증조할머니는 페미니스트였습니다. 할머니는 남들이 정해 준 결혼 상대의 집에서 달아나서 스스로 선택한 남자와 결혼했어요. 여자라서 땅과 기회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자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할머니는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몰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던 건 아닙니다.
  •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스트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입니다. “맞아, 오늘날 우리에게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이 상황을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해야 해.”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잘해야 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함께요.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의 내용을 요약 발췌해봤습니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1977년생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경험과 생각들입니다. 우리 주변의 82년생 김지영들의 이야기와 닮았고, 머리를 짧게 자른 여자 양궁 선수가 겪어야만 했던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와 닮았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 주제를 놓고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자면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아디치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을 낸 출판사 역시 아디치에의 생각처럼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긴 듯합니다. 그리고 그 교육의 시작은 바로 가족에서부터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원래의 책과 동일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원서 제목 앞에 굳이 ‘온 가족이 읽는’을 붙인 것을 보면 말입니다.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원제 : We Should All Be Feminists)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 그림 레이레 살라베리아 | 옮김 김명남 | 창비
(발행 : 2021/09/03)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2012년에 TEDx에서 했던 ‘We should all be feminists’란 제목의 강연이 화제가 되자 2014년 미국에서 강연 내용을 정리해서 같은 제목으로 책을 냈습니다. 한글판은 창비에서 2016년에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란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여기에 레이레 살라베리아의 그림이 더해진 책이 2019년에 스페인에서 나왔는데 이 책을 그림책 분량으로 줄여서 한글판으로 내놓은 그림책이 바로 오늘 소개한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입니다.

레이레 살라베리아의 스페인어판은 148쪽으로 원래의 책에 일러스트레이션을 추가한 형태로 출간되었는데, 한글판은 48쪽인 것을 보면 “우리는 페미니스타가 되어야 합니다”를 우리말로 옮겼던 김명남 번역가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다시 옮기는 과정에서 분량을 많이 줄인 것으로 보입니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TEDx 강연 보기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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