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지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건전지 아빠는 빙그레 미소 지었어요.
차가웠던 몸이 금세 따뜻해졌어요.
건전지 아빠의 마음도 알록달록 물들었어요.

“아빠 충전 완료다!”

동구네 집 거실 한 켠에 있는 콘센트 바로 아래 마루 바닥 밑에는 또 다른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바로 건전지 가족. 동구네 가전제품들은 모두 건전지 아빠 덕분에 돌아갑니다. 동구의 공룡 장난감, 동구네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현관문의 디지털도어락, 전자모기채, 그리고 동구와 아빠가 계곡에서 조난 당한 순간 긴급 구조 신호를 보내는데 사용한 후래쉬까지. 건전지 아빠 없이는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어요.

덕분에 하루가 저물고 집으로 돌아온 건전지 아빠는 힘이 쭉 빠져 텅 빈 회색입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들어서는 아빠를 가장 먼저 발견한건 아빠의 사랑스러운 꼬마 건전지들중 노랑이. 한창 낙서하느라 여념이 없던 녀석이 아빠의 인기척을 느끼기 무섭게 크레용 내팽개치며 화들짝 ‘아빠?’ 하고 외치는 모습 한 번 보세요.

그 뒤로 분홍이, 초록이, 진노랑이, 파랑이, 하양이 꼬마 건전지들이 아빠! 아빠! 하고 소리지르며 아빠에게 달려옵니다. 아빠 힘든 줄도 모른 채 와락 달겨든 녀석들은 서로 아빠 품 차지하려고 엎치락뒤치락. 아이들에게 파묻힌 아빠, 방금 전까지도 곧 쓰러질 것만 같았던 아빠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노랑이가 안아준 곳은 노랑색으로. 분홍이가 매달렸던 곳은 분홍색으로, 초록이가 어루만져준 곳은 초록색으로 아빠의 몸이 물들어갑니다. 방전이 되어 텅 빈 회색이었던 건전지 아빠가 조금씩 조금씩 충전되어 갑니다. 건전지 아빠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고 아빠의 몸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합니다.

가족의 사랑으로 재충전되는 건전지 아빠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그림책, 힘든 하루를 보낸 아빠를 반갑게 맞이하는 꼬마 건전지들을 통해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소중한 사람에게 든든한 응원과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림책 “건전지 아빠”입니다.

건전지 아빠

글/그림 전승배, 강인숙 | 창비
(발행 : 2021/07/16)

전작 “쿵쿵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전승배, 강인숙 콤비의 두 번째 그림책 “건전지 아빠” 역시 동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집안 구석구석 전기 제품들 작동시키느라 쉴 틈 없이 일하는 건전지 아빠는 현실의 아빠들 모습과 꼭 닮았습니다. 결국엔 방전이 되고 만 건전지 아빠가 아기 건전지들의 재롱에 금세 충전되는 모습 역시 지칠대로 지쳐 퇴근한 아빠가 곤히 잠든 아이들 뺨에 볼 비비며 기운을 되찾는 모습과 꼭 닮았구요.

참신한 스토리를 양모펠트 인형으로 기발하고 재미있게 표현한 “건전지 아빠”, 우리의 삶을 충전해주는 건 바로 가족, 친구, 소중한 사람의 사랑이라고, 우리 사회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해주는 건 바로 우리 구성원들간의 신뢰와 연대라고 말하는 그림책입니다.

■ “건전지 아빠” 제작 과정 영상

※ 그림책에는 6분짜리 원작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QR 코드가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