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붓꽃의 전설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몸집도 작고 말타기, 달리기, 활쏘기, 씨름 등 인디언 전사가 갖춰야 할 여러가지 것들에서 도무지 소질이 보이질 않는 인디언 소년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소년을 ‘작은다람쥐’라고 불렀습니다. 비록 전사로서의 자질은 부족했지만 작은다람쥐는 남다른 재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가죽과 나무토막들을 이용해서 장난감 전사들을 만들기도 하고 그림도 아주 잘 그렸습니다.

어느 날 부족의 전통에 따라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혼자 언덕에 올라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던 작은다람쥐는어디선가 나타난 할아버지와 여인으로부터 계시를 받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전사들의 업적과 주술사의 예언을 그림으로 그려 사람들이 그것을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하는 것’과 ‘저녁 하늘의 빛깔을 그림에 담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계시를 남긴 후 할아버지와 여인이 사라진 하늘에는 아름다운 노을이 가득 번져 있었습니다.

자신의 삶의 의미를 깨달은 작은다람쥐는 그 날 이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용감하게 사냥하는 전사들과, 부족의 조상과 형제들의 위대한 업적과, 주술사가 전하는 신비한 꿈을 그리는데 최선을 다 했습니다. 그리고 작은다람쥐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은 그들의 위대한 조상과 전사들의 업적을 잊지 않고 늘 기억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위대한 조상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갖고 그들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더욱 열심히 살 수 있었습니다.

이제 작은다람쥐의 마지막 숙제는 ‘하늘의 노을을 부족에게 선사하라’는 여인의 계시였습니다. 계시를 받던 날 보았던 아름다운 저녁 하늘을 그리기 위해 작은다람쥐는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림을 그릴 좋은 수사슴 가죽을 찾아 다니고, 그들이 사는 들판에서 가장 산뜻한 꽃과 가장 빨간 딸기와 가장 짙은 보랏빝 돌가루로 물감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 날 본 그 아름다운 하늘의 빛깔을 표현해 낼 수가 없었습니다.

하늘의 빛깔을 되새기기 위해 작은다람쥐는 매일 저녁이면 언덕에 올라 하늘을 바라 보았습니다. 그림에 집착하면 할 수록 부족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노을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은 점점 더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작은다람쥐에게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너는 우리 부족을 존중하면서
너의 재능도 갈고 닦아 왔으니
원하는 빛깔을 꼭 찾아낼 것이다.

내일 하얀 사슴 가죽을 가지고
저녁때면 늘 노을을 보던 언덕으로 가거라.
바로 거기에서 네가 원하는 것을 찾게 될 것이다

다음 날 저녁 작은다람쥐는 언덕에 올랐습니다. 계시를 받던 날 보았던 아름다운 노을이 하늘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서 있는 주위에 온통 물감 붇은 붓들이 돋아나 있었습니다. 그가 그토록 찾던 노을 빛깔들이 그 곳에 모두 있었습니다. 작은다람쥐는 신들린 듯 붓을 하나씩 뽑아서 그림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작은다람쥐는 부족민들에게 하늘의 노을을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다람쥐가 하얀 사슴 가죽에 담아낸 아름다운 노을 그림을 보면서 어떤 이들은 마음의 평화를 찾고, 어떤 이들은 꿈과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작은다람쥐가 저녁 노을을 그리던 언덕은 온통 울긋불긋하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작은다람쥐가 노을을 그릴 때 썼던 붓들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빨강, 주황, 노랑 꽃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간겁니다. 그때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언덕과 들판에는 꽃이 한가득 피어났습니다.

작은다람쥐의 뜨거운 열정과 부족에 대한 사랑이 부족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노을 그림을 그들의 삶의 터전을 둘러싼 언덕 위에 뿌리 내리게 해 준 것입니다. 그들이 하루 하루 살아가며 언제든 바라보기만 하면 볼 수 있도록, 그리고 늘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말이죠.

해마다 봄이 되면 사람들은 부족을 위해 그림을 그려준
작은다람쥐를 기리며 춤추고 노래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아이를 작은다람쥐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노을을 땅에 물들인 사나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전해져 내려 오는 ‘인디언붓꽃의 전설’입니다. 전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을 탓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부족을 위해 헌신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던 작은다람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족의 역사와 기억속에 길이 남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작은다람쥐의 열정을 통해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그림책 “인디언붓꽃의 전설”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가진 재능을 부러워 하기보다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 하면서 타인의 목표가 아닌 나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


인디언붓꽃의 전설
인디언붓꽃의 전설

(원제 : The Legend Of The Indian Paintbrush)
글/그림 토미 드 파올라 | 옮김 김경태 | 물구나무(파랑새어린이)
(발행 : 2004/02/27)

빨강, 주황, 노랑, 분홍 등 다양한 색깔의 인디언붓꽃은 텍사스와 와이오밍의 높은 평원 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으로 텍사스 사람들에게 아주 친근한 꽃이며 와이오밍을 상징하는 꽃이라고도 합니다. 민화와 전설에 관심이 많은 토미 드 파올라는 지인이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교재에서 인디언붓꽃에 관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를 접하고 이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참고로 “포인세티아의 전설“도 토미 드 파올라가 멕시코 민화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책입니다.

“인디언붓꽃의 전설”은 토미 드 파올라가 순수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과 사상, 그리고 인디언붓꽃의 아름다운 색상을 그림책에 잘 담아낸 덕분에 읽은 후 잔잔한 여운을 남기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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