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라크는 산골 마을에 사는 오누이입니다. 그들이 사는 곳은 그냥 높은 곳이 아니라 아주 높은 곳이라 하늘을 나는 매와 나무 사이에 숨어 있는 동물들 말고는 살아 있는 걸 거의 볼 수가 없을 정도인 곳입니다. 그곳에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저다마 제 한 몫을 해야 근근이 생계가 유지 되는 척박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빠 칼은 여동생 라크가 늘 못마땅합니다. 다들 한두가지씩 집안 일을 맡아 하는데 라크는 늘 한 쪽 구석에서 책만 읽고 있기때문이죠. 심지어 아버지는 라크를 ‘세상에서 가장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며 칭찬까지 하니 칼은 더욱 부아가 치밀곤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낯선 아주머니가 말에 책을 싣고 나타납니다. 이미 읽은 책을 읽고 또 읽던 라크의 눈이 반짝거립니다. 책을 보기가 무섭게 눈을 반짝이는 동생 라크를 칼은 못마땅하게 쳐다보죠. 그 날 이후로 아주머니는 2주에 한번씩 새로운 책들을 가져와서 지난 번에 주고 갔던 책들과 바꿔 줍니다.

책아주머니는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거나 눈보라가 치는 날에도 어김 없이 찾아 왔습니다. 칼이 생각하기에 산이나 들에 있는 동물들 조차 숨어 지낼 것만 같은 눈보라가 엄청 심한 어느 겨울날에도 책아주머니는 변함 없이 칼네 집 유리창을 두드립니다. 늘 시큰둥하기만 했던 칼도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는 ‘책 아주머니’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책 아주머니가 이런 어려움도 무릅쓰고 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말이죠.

‘책 아주머니’에 대한 궁금함은 여동생 라크가 늘 빠져 있는 책으로 이어집니다. 칼은 책을 한 권 집어 들고 “뭐라고 쓰여 있는지 가르쳐 줘.”라고 말하며 라크에게 내밉니다. 집안 일은 거들지 않고 책만 보는 여동생 라크를 못마땅해 하던 칼은 정해진 날이면 눈이 오건 비가 오건 어떤 상황에서도 어김 없이 책을 들고 찾아 오는 ‘책 아주머니’ 덕분에 ‘책이 도대체 뭐길래?’ 하는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한 칼은 겨우내 ‘세상에서 가장 책을 좋아하는 아이’ 라크 만큼이나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변신합니다.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기나긴 겨울이 지나가고 마침내 봄이 왔습니다. 그리고 늘 변함 없이 찾아 오는 ‘책 아주머니’에게 칼이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갑니다.

“저도 뭔가를 드리고 싶은데…”

“책을 읽어 줄래?”

난 오늘 받은 새 책을 폈다.
내가 예전에 책 나부랭이라고 했던 것을 이제는 읽을 수 있다.
난 조금씩 읽어 나간다.
‘책 아주머니’가 활짝 웃으며 말한다.

“아주 귀한 선물이구나”

나도 ‘책 아주머니’를 향해 활짝 웃는다

겨우내 책을 읽으면서 칼은 그제서야 알게 되었을겁니다. 여동생 라크가 집안일은 안중에도 없이 빈둥거린 게 아니란 걸 말입니다. 라크는 책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던겁니다. 산간 오지에서는 배울 수 없는 수 많은 것들을 책을 통해 배우고 있었던거구요. 그렇게 라크는 희망과 꿈을 키우고 있었던거라는 사실을 이제는 칼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오누이는 오늘도 평화로운 산골 마을 오두막집 처마 아래 흔들의자에 걸터 앉아 사이좋게 나란히 책을 읽고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져다 준 ‘책 아주머니’의 헌신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말이죠.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원제 : That Book Woman)
헤더 헨슨 | 그림 데이비드 스몰 | 옮김 김경미 | 비룡소
(발행 : 2012/04/23)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는 1930년대 미국에서 학교나 도서관이 없는 애팔래치아 산맥 켄터키 지방에 책을 보내 주기 위해 운영했던 ‘말을 타고 책을 나르는 사서들(Pack Horse Librarians)’을 소재로 한 그림책입니다. 당시 이들은 말이나 노새에 책을 싣고 2주에 한번씩 고원 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방문해 책을 전해줬다고 해요.

산간 오지에 사는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친 강과 험한 산을 지나 책을 전해 준 ‘책 아주머니’들은 그 곳의 아이들에게 책 그 이상의 것을 전해 준 것이나 다름 없었겠죠. 바로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 말입니다.

그림을 그린 데이비드 스몰은 이 책에서도 역시 그의 재능을 아낌 없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칼과 라크 그리고 기타 등장인물들의 어두운 표정과 밝은 톤의 수채화 그림이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책을 전해주는 ‘책 아주머니’를 꿈의 매개체로 삼아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 가족의 모습을 잘 그려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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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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