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처음엔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잎새 사이사이 열매 보고 알았지.
감나무였다는 걸.

우리 동네엔 나무가 참 많아.
다 다른 나무가 이렇게나 많아.

나이를 먹을수록 작은 화분에 담긴 식물들에 자꾸만 눈이 갑니다. 고르고 골라서 집에 데려온 녀석들 하나 하나마다 이름을 붙여줍니다. 물론(?) 돌보는 건 아내 몫입니다. 아직까진 그냥 보는 것만 좋습니다. 아내가 녀석들 돌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산책길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나무들도 예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쳐다보게 됩니다. 다 같은 나무 같지만 유독 정이 가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은근 말이 잘 통하는 나무도 있습니다. 가끔 헛갈려서 다른 나무에게 붙여준 이름으로 엉뚱한 나무에게 말을 거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맘에 드는 나무를 만날 때면 늘 이름을 붙여주곤 합니다. 문제는 이름 짓는 창의력에 한계가 있어 동명이목이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

여린 식물이건 듬직한 나무건 일단 이름을 붙여주고 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어 좋습니다. 입 밖으로 소리를 내는 수다는 아니지만 마음으로 건네는 이야기를 나무가 들어주기도 하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오가며 만나는 나무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 보세요. 처음엔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는데 새 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고 열매 맺는 걸 보며, 나무가 내어준 커다란 그늘을 누리며, 나무가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저마다 다 다른 나무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작가처럼 여러분 주변에 얼마나 다양한 나무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글/그림 김선남 | 그림책공작소
(발행 : 2021/06/25)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는데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보면 생김새도 습성도 모두 다른 나무들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스쳐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 하나하나를 다 이해할 수 없기에 우리는 서로 외면하고 살아갑니다. 나 자신도 그렇게 고립되는 것이구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향해 내 마음을 열어주는 겁니다. 우리가 다 같은 사람이 아닌 저마다 넘치는 개성으로 자기만의 빛을 발하는 소중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따뜻한 관심과 세심한 배려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인의 말처럼 말입니다.

서로 다른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자기답게 살아가는 세상,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 그 수많은 개성과 다양성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빛나는 세상을 꿈꾸는 그림책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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