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 가는 길

꿈이 하나 있었어
아무도 묻지 않은 꿈
한 번도 잊은 적 없지만
떠올리려 하면 늘 사라지는 꿈

파주에서 서울로, 다시 서울에서 파주로 40여 Km 남짓 하는 거리를 오가며 나의 꿈을 꿉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파주는 나의 현실입니다. 작업실이 있는 서울은 나의 꿈입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꿈, 하지만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꿈.

위험, 사고 잦은 곳, 감속 운행… 도로 위 표지판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저 길을 가지 말라고 나를 가로막습니다. 길은 내 삶이고, 표지판은 삶의 길에서 마주치는 척박한 현실입니다. 나는 꿈꾸던 삶을 살아보려 하지만 주변의 기대, 결혼, 생계, 육아 등등의 현실은 잠시 꿈을 내려놓으라고 나를 을러댑니다.

빨리 오라 독촉하는 아이들의 울음과 작업실에 남겨두고 온 내 마음 속 목마름 사이에서 어찌할 줄 모르며 또 시간이 지나가고… 여기가 끝인가 싶기도 하고, 내려 놓는 게 차라리 속 편할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 조금 더 키운 후에 다시 시작하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고…

막막한 순간,
내 안의 작은 내가 다정하게 위로했어

열매를 맺으려면 시간이 필요해
빨리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잠시 멈춰 있어도 괜찮아
열매를 꿈꾸는 나무처럼

그래 서두를 것 없어. 주어진 현실을 외면할 필요도 없고, 나의 꿈을 미룰 필요도 없어. 빨리빨리가 아니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 돼. 힘겨울 땐 잠시 멈춰서 한 숨 돌려 가면서 말야.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 다시 보면 현실이 그렇게 성마르게 굴기만 하는 건 아냐. 하루종일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난 엄마(아빠)에게 와락 달려들어 꼬옥 안아주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보다 더 힘나는 응원이 또 어디 있겠어.

내 안의 작은 나의 다정한 위로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생각이 바뀝니다. 집에서 작업실로, 작업실에서 집으로 오가는 길, 늘 쫓기듯 달리던 그 길이 소풍처럼 행복해졌습니다.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창 밖 풍경들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나무들, 새들, 그리고 푸른 하늘…

길 위에서 나는 더 자유로워질 거야


자유로 가는 길

자유로 가는 길

글/그림 권희주 | 그린북
(발행 : 2021/10/15)

“자유로 가는 길”은 두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꿈도 함께 잘 키워낸 권희주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수필 같은 그림책입니다. 빠듯하고 힘겨운 일상의 무게에 짓눌리기보다는 그 무게만큼의 설렘을 삶에서 찾아낼 줄 아는 지혜를 가진 작가가 하루하루 소풍처럼 행복했던 길 위의 시간을 추억하며 만든 그림책 “자유로 가는 길”. 지금 이 순간 비슷한 삶의 무게에 가로막혀 막막해 하고 있는 분들에게 권합니다.

3년 동안 매일 서울과 파주를 오가며 나의 꿈도 자유로의 시간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항상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작업해야 했기에 집으로 가는 길은 목마름이 가득했습니다. 집중해서 작업하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날은 자유로의 석양과 뻥 뚫린 길이 더없이 아름다웠고 내일의 기대감으로 설레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은 날에는, 내일은 더 잘해 봐야지 생각하며 고달픈 마음으로 새들과 함께 퇴근했습니다. 하루하루가 소풍처럼 행복했던 길 위의 시간을 추억합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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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영
우선영
2021/12/10 08:35

꽉 막힌 도로처럼 내 마음도 막힌 것 같은 날들 속에 위로 받고 갑니다. 자유로 가는 길… 제목만 봐도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책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가온빛지기
Admin
2021/12/11 19:14
답글 to  우선영

우선영님 반갑습니다!
“자유로 가는 길”, 제목부터 참 인상적이죠? 가온빛이 전해주는 그림책 이야기가 작게나마 위로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자유로 가는 길 위에서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실 수 있기를, 우선영님이 가려는 길이 활짝 열리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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