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요, 대장

전쟁으로 자신의 한 쪽 다리와 엄마를 잃은 한 소년이 있습니다. 소년은 매일 전쟁터에서 용감히 부하들을 이끌고 수많은 적군들을 물리칩니다. 엄마의 복수를 꿈 꾸는 소년의 상상 속의 전쟁은 마치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단 하루도 전쟁이 끊이질 않는 이 세상과도 같이 멈출 줄 모릅니다.

늘 그랬듯이 오늘도 소년은 벽에 걸린 채 따스한 미소로 늘 자신을 지켜 보고 있는 엄마 사진 아래에서 그만의 전투에 참여합니다. 의족을 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소년은 용감히 싸워서 마침내 적군 대장을 사로잡습니다. 드디어 엄마를 위한 복수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왔습니다.

소년 : 왜 우리 엄마를 죽였나?

적군 대장 : 난 네 엄마를 죽이지 않았어. 나는 그냥 군대에 들어왔을 뿐이야.

소년 : 이봐, 나는 엄마의 복수를 하려고 왔다.

적군 대장 : 나도 그렇다.

소년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적군 대장 역시 같은 또래의 소년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소년 역시 엄마의 복수를 위해 전투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그 역시 한 쪽 다리가 없어 목발에 의지하고 서 있었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의족을 벗어서 적군 대장의 무릎에 끼워 줍니다.

적군 대장 : 이것 좀 빌려 줄래? 오늘 하룻밤만. 우리 엄마에게 보여 주고 싶어.

소년 : 엄마는 돌아가셨다며?

적군 대장 : 그래, 그렇지만 엄마는 날 볼 수 있어.

소년 : 좋아, 오늘 밤만이야.

적군대장 : 약속할게.

두 발로 멀쩡하게 걷는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 주려고 달려 가는 적군 대장의 뒷모습을 바라 보며 소년은 외칩니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우리 엄마를 왜 죽였냐’는 물음에 적군 대장은 ‘그냥 군대에 들어왔을 뿐이야’라는 대답 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묻는 소년이나 대답을 하는 적군 대장이나 영문도 모른 채 전쟁터로 끌려 나와 자신의 다리를 잃었습니다. 조국과 내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이 그들을 버텨 줬지만, 그들을 전쟁터로 내 몰았던 조국은 그들의 엄마를 지켜 주지 못했습니다.

평화는 나에게서 시작된다

한 쪽 다리를 잃은 채 엄마의 복수를 위해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동질감은 소년으로 하여금 적군 대장을 자신과 같은 한 사람으로 마주하게 해 주었습니다. 사실 그 이전에도, 서로 총을 겨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아직은 전쟁이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내일들에도 두 사람은 군인이기 이전에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소년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총을 내려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족을 적군 대장에게 끼워줍니다. 그리고 ‘사격 중지’를 외칩니다. 적군 대장이 건강하게 두발로 걷는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 주고 돌아 올 때까지 그들에게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평화를 지속하는 힘은 이해와 소통

이들은 과연 오늘 밤이 지난 후 다시 전투를 시작하게 될까요? 내가 먼저 총을 내려 놓는 것만으로는 평화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모두가 총을 내려 놓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진심으로 소통해야만 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관용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소통의 노력이 평화를 지속시켜 주는 유일한 힘입니다.

“잘 자요, 대장”은 똑같이 엄마와 한 쪽 다리를 잃은 두 소년의 모습을 통해 전쟁은 진정한 승자도 패자도 없음을 보여 줌으로써 전쟁의 무의미함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이들의 모습에서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이해와 소통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년의 전쟁은 끝났습니다

소년은 전쟁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잃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적군이라고 생각했던 그들 역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아들이요 누군가의 엄마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 총을 내려 놓습니다.

소년의 전쟁은 끝이 났고, 이 아이가 만들어 가는 세상은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겠죠.


잘 자요 대장
책표지 : Daum 책
잘 자요, 대장(원제 : Good Night, Commander)

글 아마드 아크바푸르, 그림 모테자 자헤디, 옮김 마음물꼬, 고래이야기

“잘 자요, 대장”은 ‘이란-이라크 전쟁‘(1980 ~ 1988)의 참상을 토대로 이란 작가가 만든 그림책입니다. 주목할 것은 전쟁의 피해자가 바로 어린 아이라는 점입니다. 전쟁에 참여해서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했거나 다친 전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문도 모른 채 한 쪽 다리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를 잃은 힘없는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이 아니라 아무 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참담한 현실을 작가들은 보여 주고자 했던 것 아닐까요?

어린 아이가 그린 그림일기와 같은 느낌으로 전쟁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한 소년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그림책 “잘 자요, 대장”이었습니다.


비슷한 주제를 담은 그림책 : 여섯 사람 – 폭력과 전쟁의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