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언제쯤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

그곳이 어딘지 어떻게 알지?

그곳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설마 길을 잃지는 않겠지?

왜 모두들 그곳으로 가는걸까?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마리루이즈 피츠패트릭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표들입니다. 똑같은 물음인데 아이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어른들에게는 과거와 현실에 대한 후회와 반성으로 다가 서는 듯 합니다. 나의 삶, 나의 미래, 나의 꿈, 나의 현실…. 막연한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게 해 주는 소녀의 질문들은 그림책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지금의 내 모습을 돌아 보게 해 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해 보게끔 해 줍니다.

르네 마그리트 Golconda
출처 : Wikipedia

위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Golconda‘를 연상시킵니다. 골콘다는 다이아몬드 산업의 중심지였던 인도의 옛 도시입니다. 이미 쇠락한지 오래지만 여전히 부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곳이죠. 옥스포드 영어사전에서도 골콘다를 ‘부의 광산’과 동의어라고 설명하고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부동자세의 신사들은 부와 명성, 풍요 등 우리 삶의 각자의 목표를 향해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찬사일까요? 아니면 매일 매일 반복되는 틀에 박힌 일상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풍자일까요?

그림책 “그곳에는”에서도 역시 우리에게 묻습니다. ‘왜 모두들 그곳으로 가는 걸까?’ 라고 말이죠.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똑같은 모습의 수많은 신사들은 올라간다기 보다는 내려 오고 있거나 제자리에 멈춰져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에 비해 마리루이즈 피츠패트릭의 그림에서 우산을 치켜든 사람들은 어디론가 향해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죠. 어떤 사람은 파자마 바람에 강제로 끌려 가는 듯 하고, 한 신사는 자신이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 여유로운 모습이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날아가는 아주머니는 많이 지친 듯한 모습입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우산조차 없이 다른 사람에게 매달린 채 끌려 가고 있구요.

모두들 제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던지는 소녀의 질문.

왜 모두들 그곳으로 가는 걸까?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칫 허탈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늘 잊지 않고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아닐까요? 지나온 길을 돌아 보고, 나의 꿈과 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면서 현실을 더욱 열심히 살아가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될테니까요.


그곳에는
책표지 : 별천지(열린책들)
그곳에는(원제 : There)

글/그림 마리루이즈 피츠패트릭 | 옮김 윤한구 | 별천지(열린책들)

마리루이즈 피츠패트릭은 아일랜드 아동도서협회가 선정한 ‘지난 10년 동안의 비스토 북’상을 수상한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 라고 합니다. “나는 나야!“, “인디언의 선물” 등의 그림책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소 막연한 내용으로 인해 엄마 아빠들에게 많은 시선을 받지는 못한 듯한 “그곳에는”과 함께 한번쯤 읽어 보길 권하고 싶은 그림책들입니다.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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