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알릴레오

학교 수업시간일까요? 네모나게 생긴 지구본인 듯한 물건을 들여다 보고 있어요. 두 아이는 즐거운 표정이고 선생님은 살짝 심각한 표정인데, 아이들 사이 한 친구만이 딴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공책에도 뭔가를 그리고 있는데요. 잘 들여다 보면 빨간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어요.

다시 그림 전체를 볼까요? 뭔가 좀 이상하죠? 모든 것이 네모 모양으로 생겼어요. 사람도, 물건도 모두가 네모예요. 오직 고양이 알릴레오가 공책에 그리고 있는 그림만 동그라미일 뿐입니다. 선생님은 말합니다.

“세상은 네모다!”

아침에 알릴레오는 신기한 것을 보았습니다. 하늘에 떠있는 빨갛고 동그란 열기구를 본 것이죠. 알릴레오는 열기구를 처음 본 걸까요? 열기구를 따라 나간 알릴레오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저걸 보라고 했지만 아저씨는 못 들은 척 그냥 지나갔어요.

알릴레오의 얼굴도 몸통도 네모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도 자전거 바퀴도 네모예요. 학교에서 선생님도 말씀하세요. 세상은 네모라구요. 알릴레오는 분명 네모가 아닌 다른 모양을 봤는데 말이죠. 그렇군요. 그래서 알릴레오는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 생각에 빠진 채 아침에 본 동그랗고 빨간 열기구를 공책에 그리고 있었던모양입니다. 모두들 네모가 아름답다 말하지만 동그란 열기구를 보게 된 알릴레오는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어요.

그 때 알릴레오 앞에 동글동글하게 생긴 고양이가 나타납니다.  알릴레오가 사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모양으로 생긴 고양이를요. 그 아이를 따라가자 아침에 본 동그란 열기구가 있었어요. 알릴레오와 동그란 친구는 함께 열기구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봅니다. 세상 밖으로 높이높이 올라가자 알릴레오가 살던 별은 네모가 아니라 붉은 색의 동그란 모양이었어요. 마치 알릴레오가 타고 떠난 빨간색 열기구 모습처럼요. 알릴레오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외치는 한 마디,

“앗, 이게 뭐지?”

그리고 파란별로 열기구를 타고 가자 그곳은 온통 세모였어요. 그 별 사람들은 모두 세상은 세모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었어요. 그 별에서 만난 세모난 아이를 열기구에 태운 후 또 다시 하늘 높이 날아 오르자 세모별에서 온 아이는 자신이 살던 별을 바라보며 알릴레오처럼 깜짝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세상을 세모로만 알고 있던 아이가 알릴레오처럼 동그란 자기 별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겠죠. 그 옆의 알릴레오는 뭔가 신난 표정으로 초록별을 가리키고 있어요.

알릴레오는 친구들과 함께 하늘 높이 날아가요.
초록별이 어서 오라고 반짝반짝 손짓합니다.


고양이 알릴레오
고양이 알릴레오

글/그림 강지영느림보
(발행 : 2013/10/14)

우리가 지금 믿고 있는 것, 보고 있는 것, 듣고 있는 것은 진짜일까요?

사람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태양이나 달 그리고 다른 행성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생각했어요. 누구 하나 의심을 품지 않았죠. 왜냐하면 그건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진리였기 때문이예요. 하지만 그 시절에 그 사실을 의심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구요. 모든 사람이 믿었던 진리를 처음 의심한 사람은 코페르니쿠스였습니다. 하지만 그걸 증명해 내는 일은 쉽지 않았고, 그를 대신해 다른 누군가가 나설 때까지 다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었습니다. 갈릴레오가 나타나 그 사실을 증명해 낼 때까지는 말이죠.

하지만 갈릴레오 역시 새로운 사실을 끝까지 주장하지는 못했어요.  갈릴레오가 반대 세력에 의해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자신의 주장을 굽히고 천동설이 옳다고 인정한 이야기는 모두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입니다. 재판장에서 나가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이야기 했던 유명한 일화와 함께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고 있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고양이 알릴레오”는 우리에게 보이는 것 너머 그 이상의 세상에 대해 독특한 구성과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어요. 알릴레오의 이름은 갈릴레오에서 따온 것이겠죠? 아니면 사람들에게 ‘알릴래요!’라는 뜻을 담은걸까요? ^^

그림책을 다 읽고, 문득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 마치 진리인양 아이들에게 강요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우리가 살아 온 방식, 우리가 믿어 온 신념을 아이들에게 무조건 강요하며 갈릴레오에게 천동설을 강요하는 종교재판을 반복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말이죠.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기만의 개성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고양이 알릴레오

그림책을 다 읽고 나서 궁금한게 하나 있었습니다. 세상은 네모라 주장한 네모별의 선생님 얼굴, 세상은 세모라 주장한 세모별 사람의 얼굴은 갈릴레오와 닮았네요. 작가는 왜 고정관념을 주장하는 사람 얼굴에 갈릴레오의 얼굴을 합성했을까요?

갈릴레오는 자신이 밝혀 낸 사실을 가슴에 묻어 둔 채 종교재판이 원하는 대답을 말했습니다. 지동설을 알고 있음에도 천동설이 옳다고 말한거죠. 네모별의 선생님이나 세모별의 사람들에게 갈릴레오 얼굴을 합성한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세상은 네모다’, ‘세상은 세모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들이 진심으로 믿는 진리는 따로 있음을 암시하는 것 아닐까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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