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꼬리

왁자지껄한 모습은 영락 없는 교실 풍경인데 아이들마다 조금씩 이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코끼리 코를 한 아이, 집게 손을 가진 아이, 머리에 뿔이 난 아이, 고양이 수염을 한 여자 아이, 그리고 꼬리 달린 아이까지… 어떻게 된걸까요?

오늘 아침 지호는 일어나다 깜짝 놀랐습니다. 엉덩이에 꼬리가 생겨났으니 놀랄 수 밖에요. 이대로 학교에 갔다가는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고 말텐데 어쩌면 좋죠? 커다란 아빠 옷을 입어 보지만 꼬리를 가릴 수는 없어요. 별 수 없이 지호는 학교에 갑니다. 잔뜩 주눅 든 채 말입니다.

친구들에게 들킬까봐 조심조심 가고 있는데 짝꿍 민희랑 맞닥뜨립니다. 이걸 어쩌죠…? 먼저 말해 버리는게 차라리 속 편할까요?

지호 : 저…… 내 꼬리 봤어?

민희 : 저…… 내 수염 봤어?

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내뱉은 말… 어, 그러고 보니 민희 얼굴에 못보던 고양이 수염이 났네요. 어리둥절한 채로 둘은 활짝 웃었어요.

지호 : 수염이 있으니까 더 귀여워!

민희 : 네 꼬리도 그래, 멋있어!

지호와 민희는 손을 꼬옥 잡고 교실 문을 조심조심 열었어요. 그런데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친구들도 모두 지호와 민희처럼 뿔이나 부리, 토끼 귀 같은걸 하나씩 갖고 있지 뭐에요. 친구들이 놀릴까봐 걱정했던 지호는 이제야 마음이 놓이나봅니다.

나의 꼬리는 뭘까?

여러분들도 지호의 꼬리같은 뭔가가 있나요? 제 고등학교 동창 중엔 양쪽 뺨이 분이라도 바른것처럼 새빨간 친구가 있었습니다. 장 자끄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얼굴이 빨개지는거지만 그 친구는 늘 빨간 상태였죠. 공교롭게도 그 당시 강시 영화가 히트를 치는 바람에 명동에 가면 온통 강시 모자를 팔곤 했었는데 친구 놈들이랑 그 모자 사다가 볼이 빨간 친구에게 씌어 놓고 강시라며 짖굿은 장난을 쳤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네요. 그렇다고 오해는 마세요. 그 친구도 강시처럼 뛰어 다니며 좋아할만큼 자신의 빨간 얼굴에 대해서는 이미 지호의 단계를 넘어 선 친구였으니까요.

저에겐 제 덩치에 비해서 작은 손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구요. 키에 비해서 손발이 작은 편인데 발이야 신발 속에 가려져 있으니 별 문제 없는데 이 손이란 놈은 늘 사람들과 부대끼게 되잖아요. 사회생활 하다 보며 악수할 일이 많은데 남자들은 처음 만난 사람과의 첫 인사의 순간에 부질 없는 기싸움을 서로의 마음 속에서 벌이곤 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보다 왜소한 분들의 큰 손에 포근히 감싸짐을 당하는 제 손이 그렇게 하찮게 느껴질 수가 없다니까요.

그런데, 살아오며 늘 불만이었던 작은 손발 덕분에 우리 딸내미는 예쁜 손과 발을 갖게 되었으니 참 아이러니 하죠? ^^

남의 꼬리에 당황하지 말기

“내 꼬리”에서 ‘꼬리’의 의미는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일 수도 있고, 소심하거나 내성적인 성격의 문제일 수도 있겠죠. 또는 장애를 뜻하는 걸 수도 있겠구요. ‘꼬리’가 무엇을 뜻하건 간에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꼬리’가 아니라 ‘꼬리’를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요? 지호와 민희가 손을 꼬옥 잡고 조심스레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저마다의 꼬리를 가진 친구들이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시끌벅적 즐겁게 어울리고 있는 이 마지막 장면에 작가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듯 합니다.

친구의 꼬리가 아무렇지도 않은 아이들의 표정. ‘수염이 있으니까 더 귀여워!’ 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착한 마음이 가득 담긴 표정 말이죠. 나와 다른 친구의 모습, 나와 다른 친구의 성격이나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순수한 마음 가득한 표정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꼬리를 발견했을 때 여러분은 혹시 당황하거나 어색해 했던 경험이 있나요? 아니면 불편해 한 적이 있나요? 혹시 그런 경험이 있다면 교실 속 행복한 아이들의 표정에서 배워 보세요.


내 꼬리
내 꼬리

글/그림 조수경 | 한솔수북
(발행 : 2008/01/10)

재미난 비유와 예쁜 채색이 돋보이는 그림책 “내 꼬리”.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누구에게나 크건 작건 고민이 있는거라고, 서로 다른 가운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세상이 교실 속 풍경처럼 알록달록 예쁘고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말해 주는 듯한 그림책입니다.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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