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기차

그림책 “토요일의 기차”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입니다. 도시에서 사는 나는 엄마가 태워 준 기차를 타고 할머니 집으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마중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에서 나의 짧은 여행은 끝이 나죠.

언젠가 나는 온 세상을 여행할 거예요.
하지만 엄마랑 할머니는 말해요.
모든 곳을 여행할 수는 없대요.
온 세상을 담기에는 내가 너무 작대요.
내 안을 들여다보고 살피는 일만 해도 아주 어렵대요.
하지만 나는 삶이 빠르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나는 꼭 온 세상을 여행할 거예요.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어디든 갈 거예요.
모든 곳에 가 볼 거예요!
그리고 나서 엄마랑 할머니한테 말할 거예요.

“보세요! 할 수 있잖아요!”

엄마랑 할머니는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게 분명하니까요.

엄마와 할머니는 살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겪을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적당히 사는 삶, 평범하지만 현실적인 삶, 지루하지만 안정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늘 해 주세요.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해 보지 않는 이상 그것은 어디까지나 엄마와 할머니의 이야기일 뿐이지 나의 삶은 결코 아닙니다. 내 삶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엄마가 태워 보내 준 기차 여행은 할머니가 마중 나온 곳에서 끝이 납니다. 내 스스로의 삶을 찾아 길을 나서기 전까지 나의 여행은 늘 엄마에게서 시작되어 할머니에게서 끝이 나고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 옵니다. 언젠가는 내 스스로의 출발지에서 내 발길이 멈추는 곳까지 나만의 여행을 가게 되겠죠. 그렇게 내 삶이 시작 되고 언젠가는 나의 종착역에서 나의 아이, 나의 손주를 기다리는 날이 올테구요.

기차는 여행입니다. 그리고 여행은 곧 삶입니다. 기차는 기차 삯을 지불한 곳까지 데려다 줍니다. 멀리 갈수록 기차 삯을 많이 내야 합니다. 기차 삯을 많이 내면 낼수록 더 멀리 여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위험을 감내할 수록, 더 많은 노력을 할 수록 우리 삶의 여행을 더 멀리 할 수 있겠죠. 그것이 희생이건, 성취이건 말입니다.

그리고, 기차가 결국엔 원점으로 회귀하듯 우리 삶의 여행 역시 결국엔 시작점으로 돌아옵니다. 결국엔 엄마의 삶, 할머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나의 말년에 새삼 깨달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인생이니까요.


토요일의 기차
책표지 : 문학동네
토요일의 기차(원제 : Ligne 135)

제르마노 쥘로 | 그림 알베르틴 | 옮김 이주희 | 문학동네

“토요일의 기차”를 만든 제르마노 쥘로와 알베르틴은 부부라고 합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살면서 함께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군요. 이 부부의 대표작으로는 “작은 새“, “높이 더 높이“, “겨울은 재밌다” 등의 그림책들이 있습니다. “작은 새”는 2012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최고의 일러스트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태워 준 기차를 타고 할머니 집으로 향하는 토요일의 여행. 할머니 집에 도착하기까지 펼쳐지는 풍경과 아이의 풍부한 상상이 어우러지며 여행에 대한 의미와 우리 삶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해 주는 그림책 “토요일의 기차”입니다. 아직 못보셨다면 꼭 보시길 권합니다! ^^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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