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작은 새의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여지껏 작은 새는 그저 ‘작은 새’ 였을 뿐입니다. 하지만, 맘씨 좋게 생긴 아저씨의 눈에 들어 온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작은 새는 더 이상 ‘작은 새’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세상을 바꿀 작은 만남의 순간입니다.

작은 새

‘오늘의 그림 한 장’으로 어떤 그림을 고를지 결정하는데 약간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림책 “작은 새”의 엔딩은 아저씨가 날려 보내 준 새들이 다시 돌아와 아저씨를 데리고 날아 오르는 장면입니다. 홀로 남았던 작은 새에게 날아 오를 용기를 주었던 아저씨. 그렇게 무리들을 찾아간 작은 새는 수많은 새들을 이끌고 아저씨에게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아저씨와 함께 날아 오릅니다. 새들의 날개에 의지하던 아저씨는 어느 순간 스스로 날고 있습니다.

사실 ‘아저씨의 비상’이 ‘아저씨와 작은 새의 만남’보다 더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아저씨와 작은 새의 ‘만남’의 순간이었기에 위 그림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때와는 다른 날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와 똑같다고 생각하는 날.
그런 날에도 무언가 숨어 있습니다.

보잘것 없이 사소한 것.
작은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은 것들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작은 것들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은 것들은 발견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누군가 그것들을 알아보기 시작하면
작은 것들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저곳에서 작은 것들은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점점 커집니다.

작은 것들은 보물입니다.
진정한 보물.
작은 것들보다 큰 보물은 없습니다.
작은 것들 때문에 우리는 풍요로워집니다.
작은 것 하나가 세상을 바꿉니다.

작은 것은 뭘까요?

우선 ‘첫번째 펭귄(First Penguin)’과 같은 뜻으로 볼 수 있겠죠? 펭귄들이 먹이를 잡기 위해서는 바닷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데 천적인 바다표범 등이 기다리고 있을까봐 두려워 아무도 뛰어들지 못하죠. 그러다 어느 한 마리가 뛰어들면 그 뒤를 이어서 모두 먹이를 잡으러 뛰어든다고 합니다. 이 때 제일 먼저 뛰어든 펭귄을 ‘첫번째 펭귄’이라고 합니다. 처음을 여는 사람, 최초의 첫 발을 내 딛는 사람, 우리 사회의 ‘작은 새’, ‘작은 것’ 아닐까요?

또 다른 의미로는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서민들 하나 하나를 뜻하는 것 아닐까요? 나라가 전쟁에 휘말렸을 때, 나라를 빼앗겼을 때 자기 한 몸 아무 미련 없이 내 던진 그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우리 역사의 ‘작은 새’였습니다. 독재와 군부의 억압 속에서도 자유와 민주를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사람들 역시 우리 사회의 ‘작은 새’겠죠. 이러한 ‘작은 새’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의 삶이 스러져간 그들의 삶보다 더 나을 수 있었을겁니다.

2014년 가을의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엔 노란 리본을 단 ‘작은 새’들이 모여 진실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바램이 사그러들지 않는 한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날테고,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저마다의 꿈을 키우며 자라날 수 있겠죠. 모두가 활짝 웃으면서 말입니다.


작은 새
작은 새

(원제 : Les Oiseaux)
제르마노 쥘로 | 그림 알베르틴 | 옮김 이준경 | 리잼
(발행 : 2013/04/09)

 ※2012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토요일의 기차”를 만든 제르마노 쥘로와 알베르틴은 부부라고 합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살면서 함께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군요. “작은 새”는 2012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작은 새”는 30여장의 그림들이 잔잔한 영상처럼 펼쳐지고 그림 중간 중간 곁들여진 간결한 문장들은 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 처럼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짤막한 글을 통해 세상의 모든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통한 이야기의 흐름은 글로 전해지는 의미에 제약을 받지 않고 보는 이들에게 수많은 이야기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줍니다.

아직 글을 모르는 아이와 함께 읽어 보세요. 어떤 재미난 상상이 펼쳐질지 기대하면서 말이죠~ ^^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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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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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b
squab
2015/07/06 02:57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었지요~^^

가온빛지기
Admin
2015/07/06 06:30
답글 to  squab

미처 몰랐었습니다. 말씀 듣자마자 부랴부랴 찾아서 본문에 애니메이션 볼 수 있는 링크 추가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감독 음악 모두 우리나라 사람들이더라구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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