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의 보은

어두컴컴한 숲 속, 희멀건하게 생긴 빗자루가 도끼를 들고 서 있네요. 빗자루는 숲 속에서 도끼를 들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것은 과연 무슨 장면일까요? 보름달 밤 숲 속, 도끼 든 빗자루 귀신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쌀쌀한 가을 밤, 마녀를 태운 빗자루가 아무런 예고 없이 땅으로 곤두박칠 치는 사고가 생겼어요. 다행히 인정많은 과수댁 집으로 떨어진 마녀는 과수댁의 보살핌을 받고 몸을 회복해 떠나갑니다. 자신이 타고왔던 빗자루는 그대로 남겨둔 채로요.

마법의 힘이 사라진 듯 보였던 빗자루는 과수댁에 남아 온갖 허드렛 일을 도맡아 해주었습니다. 장작도 패고, 물도 긷고, 닭 모이도 주고, 소도 몰아 오고 심지어 간단한 피아노 곡도 칠 줄 아는 빗자루…

과수댁 이웃집에 사는 스피베이 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빗자루를 요망한 물건이라며 못마땅해 해요. 어느 오후 길바닥을 쓸고 있는 빗자루 앞에 스피베이 씨 아들이 개를 데리고 나타나  빗자루를 못살게 굴었어요. 참다 못한 빗자루는 아이들 머리통을 후려치고 빗자루 솔을 물어 뜯는 스피베이 씨 개를 허공으로 멀리 멀리 날려보내버렸습니다.

스피베이 씨가 이 일을 그냥 넘어갈리 없겠죠? 그는 마을에서 사내들을 데리고와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고 과수댁에게 빗자루를 내어 달라 했습니다. 과수댁은 골방에 있던 빗자루를 내주면서 빗자루가 잠이 들었으니 조심스럽게 다루라 이야기 했어요. 빗자루의 힘이 세다는 것을 안 사내들은 조심스럽게 빗자루를 꽁꽁 묶어 들고 나가 태워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과수댁은 마을 사람들에게 새하얀 빗자루 귀신이 밤에 도끼를 들고 숲속을 누비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믿지 않았지만 스피베이씨는 보름달 밤 하얀 빗자루 귀신이 숲에서 나와 자기 집 둘레를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해요.(그 장면이 바로 위의 그림이랍니다.) 겁이 난 스피베이 씨는 살림살이를 챙겨 마을을 떠나버립니다.

스피베이씨가 떠나 간 날 밤, 과수댁은 난로 옆에 앉아 잠이 들었어요. 과수댁 집에서는 한 번에 건반 하나만 누르는 간단한 피아노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죠. 그리고 누군가 과수댁을 깨웠는데요. 그것은 빗자루였습니다. 과수댁이 마련해 준 하얀 페인트 외투를 입은 빗자루요. ^^

과수댁이 말했습니다. “참 잘 치는 구나.” 빗자루는 몸을 구부려 점잖게 인사를 하더니 난로에 장작을 집어넣고 다른 곡을 연주했습니다.


빗자루의 보은
책표지 : Daum 책
빗자루의 보은 (원제: The Widow’s Broom)

글/그림 크리스 반 알스버그 | 옮김 서애경 | 달리

마녀가 아닌 빗자루가 주인공인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는 “빗자루의 보은”은 우리에게 “Jumanji, 자수라, 압둘 가사지의 정원, The Polar Express,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등의 이야기로 잘 알려진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작품입니다.

나와 다른 것,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마녀 화형식을 하듯 빗자루를 태우는 장면은 참  씁쓸합니다. 이대로 끝인가 하는 순간, 나타난 빗자루 귀신의 통쾌한 복수, 그리고 실은 빗자루 귀신이 아니었고 과수댁이 입혀준 하얀 페인트 옷을 입은 빗자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들 통쾌해합니다. 하지만 통쾌한 것에서 끝내지 말고 현실에서의 나는 혹여나 스피베이 씨 같은 사람은 아니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음, 과수댁에 가깝다면 우리에게도 마법의 빗자루가 어느날 짠! 하고 나타날지도 모르겠네요. 그것은 꼭 마법의 빗자루의 형태가 아닐수도 있으니 눈여겨 잘 살펴 보셔야 합니다.

마법의 빗자루도 힘을 잃어갈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해 흑백의 생동감 넘치는 세밀한 일러스트,  독자가 유추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글의 여지를 남겨 놓은 크리스 반 알스버그식 이야기는 늦가을 밤 스탠드 불만 켜 놓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더욱 흥미롭고 즐거울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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