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라는 오늘 잔뜩 신이 나 있습니다. 아빠랑 캠핑을 가는 날이거든요. 언제나 일밖에 모르던 아빠와 함께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숲 속으로 떠나는 멋진 여행이 시작됩니다.

드디어 숲 속으로 첫 발을 내딛은 투라와 아빠. 이제부터 펼쳐질 멋진 모험에 투라는 설레입니다. 그런데, 늘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거나 온종일 전화기만 붙들고 있어서 그런지 아빠는 숲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것 같아요. 숲 속으로 들어서자마자 투라가 발견한 커다란 뱀을 보고 아빠에게 조심하라고 하지만 그저 나무뿌리라면서 지나가 버리는 아빠. 아빠가 다람쥐 좀 보라며 가리킨 곳엔 커다란 기린들이 모여 있고, 투라 눈엔 분명 사자와 하마인데 아빠에게는 그저 바위로밖에 보이질 않아요. 아빠가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좀 쉬자고 해서 보니 그건 나무 그루터기가 아니라 트롤이었어요. 투라가 숲 속의 정령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있는데 아빠 눈에는 자욱한 안개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질 않구요.

한참을 걷고 나서 드디어 큰 강 하나만 건너면 오늘 밤 야영할 곳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아빠는 강이 아니라 개울이라고 우겨요. 그러면서 통나무 다리만 건너면 된다면서 악어 등 위로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가 버리고 말았어요. 투라는 깜짝 놀라서 아빠에게 조심하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어요. 사나운 악어가 아빠 다리를 덥석 물어 버렸거든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아빠가 투라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투라는 용감하게 악어를 물리칩니다.

아빠, 악어를 조심하세요!

무사히 강을 건넌 투라와 아빠는 텐트를 설치하고 나서 모닥불을 피웠어요. 아빠가 저녁으로 먹을 맛있는 소시지를 굽는 동안 투라는 호수 한가운데 있는 섬을 바라 보며 누가 살까 궁금해 했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투라에게 말합니다.

투라,
넌 저게 섬으로 보이니?
눈을 크게 뜨고 잘 봐.

아빠 말을 듣고 다시 보니 섬이 아니었어요. 그건 호수에 사는 용이었답니다. 이제 아빠도 투라와 똑같은 걸 볼 수 있게 되었네요! ^^

아빠와 딸이 함께 떠난 여행, 숲 속에서의 캠핑,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이지 않나요? 일상 속에서 아빠는 투라에게 일밖에 모르는 따분한 존재였을런지도 모릅니다. 둘만의 모험을 시작하면서 똑같은 사물들이 아빠와 투라에게는 서로 다르게 보이죠.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엄청난 모험에 비하면 보이는대로밖에 볼 수 없는 어른들의 시각은 영 지루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자연의 품 속으로 파고 들면 파고 들수록 부녀지간의 교감이 조금씩 이뤄지기 시작합니다. 여행이라는 일탈감에서 오는 기분 좋은 해방감, 포근한 숲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넘치는 생명의 기운이 주는 새로운 활력…. 아빠는 일상에 찌들었던 마음 속 찌꺼기들을 모두 비워 내고 이제 딸과 함께 한껏 모험을 즐길 준비가 되었습니다.(어쩌면 악어에게 물려서 정신이 버쩍 들었는지도 모르죠 ^^)

호숫가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나란히 앉아 저녁거리로 먹음직스런 소시지를 굽고 있는 아빠와 딸은 마음이 척척 맞는 세상에 둘도 없는 멋진 친구 사이입니다.

뱀과 기린들, 사자와 하마들, 트롤들과 정령들, 무시무시한 악어,
너희들도 잘 자!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우리 아빠도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와 함께 한 멋진 하루가 저물고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잠이 드는 꼬마 아가씨 투라에게 아빠는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우리 아빠’입니다.


아빠, 악어를 조심하세요!
아빠, 악어를 조심하세요!

(원제 : Se upp för krokodilen!)
리사 모로니 | 그림 에바 에릭손 | 옮김 김상열 | 시공주니어
(발행 : 2014/09/15)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과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에서 예쁜 그림을 선보였던 에바 에릭손의 새 그림책 “아빠, 악어를 조심하세요!”의 글을 쓴 리사 모로니는 에바 에릭손의 딸이라고 합니다.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에바 에릭손의 예전 그림책 중 “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과도 느낌이 비슷합니다.

에바 에릭손은 등장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섬세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특징을 아낌 없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빠의 심드렁한 표정이 딸 투라와 함께 캠핑을 하는 동안 서서히 바뀌어 가는 과정, 그리고 마침내 호수 한가운데 사는 용을 바라보고 있을 때는 어떻게 바뀌는지 한 번 보세요. 시시각각 변하는 사랑스러운 딸 투라의 표정과 함께 말이죠. ^^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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