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안녕
책표지 : 책과콩나무
이젠 안녕 (원제 : Harry and Hopper)

글 마거릿 와일드 | 그림 프레야 블랙우드 | 옮김 천미나 | 책과콩나무

※ 2010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


강아지 키워 보셨나요? 오늘 소개할 그림책 “이젠 안녕”의 원제는 “Harry and Hopper”입니다. 해리는 주인공 꼬마의 이름이고, 호퍼는 강아지 이름이죠. 강아지에게 ‘호퍼’라는 이름을 붙여 준 이유…… 궁금하시죠? ^^

이젠 안녕

엄마 아빠가 달랑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오는 게 아니라 1~2주 정도 엄마 젖 실컷 먹고 포실하게 살이 오른 강아지들, 천진난만한 장난기 가득 머금은 녀석들이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곳에 가서 마음에 드는 강아지를 골라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강아지와의 첫 만남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강아지는 내가 고르는 게 아니라 강아지가 나를 고르는 거라고 해요. 위 그림이 바로 그런 순간입니다. 지들끼리 엎치락뒤치락 하며 놀아대는 모습 가만히 바라보며 어떤 놈이 더 예쁠까 고르고 있다 보면 어느새 나를 선택한 녀석이 달려옵니다. 내 품으로…… 아~ 이 순간의 묘한 감동을 우리 아이들이 직접 느껴 볼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

해리가 고를 틈도 없이 한 녀석이 후다닥 달려와서는 폴짝 뛰어 올라 해리의 가슴에 안깁니다. 이제 해리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거부권도 없구요. 왜냐하면 요 녀석이 해리를 선택했으니까요. 해리와 아빠는 메뚜기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녀석에게 ‘호퍼’란 이름을 붙여줬대요.

이젠 안녕

그 날 이후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죠? 해리와 호퍼는 당연히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해리는 호퍼에게 여러 가지 재주를 가르쳤습니다.
호퍼는 날이 갈수록 쑥쑥 자라 어느새 해리의 숙제를 도와주었고,
해리는 목욕을 싫어하는 호퍼를 숨겨 주기도 했습니다.

작가들의 상상력이 아주 풍부하죠? 숙제 도와주는 강아지라… 이 그림책 본 우리 아이들은 강아지 키우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겠군요. ^^

이젠 안녕

그러던 어느 날 오후, 해리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도 호퍼가 보이질 않습니다. 폴짝거리며 달려와서 안기고 핥아대며 반기던 녀석이 오늘은 왜 이리 조용한 걸까요? 집에 들어선 해리를 기다리는 건 호퍼가 아니라 아빠였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갑작스런 사고로 호퍼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거짓말!”
해리가 소리쳤습니다.

이젠 안녕

해리는 자기 방에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책가방을 내던지고는 무너져버리듯 털썩 소파에 앉은 해리… 해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소식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아들을 바라보던 아빠는 호퍼에게 작별 인사라도 하라고 조심스레 말해 보지만 해리는 아무 대답 없이 텔레비전 볼륨만 높입니다.

이젠 안녕

해리는 호퍼와의 추억이 가득한 자신의 방에 들어갈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아빠는 하는 수 없이 소파에 잠자리를 만들어줍니다.

해리는 몸을 웅크리고 누워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호퍼의 보드라운 감촉, 호퍼의 익숙한 냄새,
호퍼가 반갑게 짖는 소리를.

이젠 안녕

그런데, 소파에서 잠들었던 해리가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메뚜기처럼 폴짝폴짝 뛰는 개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호퍼였어요. 해리는 호퍼를 꼭 끌어 안았고, 호퍼는 폴짝 뛰어 올라 해리의 얼굴을 핥아댔습니다. 그리고 마당으로 달려나가서는 둘이 신나게 뛰어 놀았습니다.

해리는 꿈인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호퍼는 해리를 찾아왔습니다. 해리는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호퍼와 함께 신나게 놀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해리도 조금씩 느낄 수 있습니다. 호퍼가 전처럼 튼튼하지도 따뜻하지도 않다는 걸, 점점 힘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젠 안녕

오늘 밤도 역시 해리는 호퍼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저녁 내내 창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밤늦도록 호퍼가 보이질 않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해리는 밖으로 나가봅니다. 그리고, 창문 아래 힘없이 누워 있는 호퍼를 발견합니다.

이제 해리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떠나 보내 주지 않는 이상 호퍼는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밤 찾아 올 거라는 것을. 점점 희미해져가고, 점점 차가워지는 몸을 힘들게 이끌고 말이죠.

그리고 해리는 결심합니다.

이젠 안녕

해리는 호퍼를 안고 침대로 데려갑니다. 호퍼는 너무 약해서 혼자 힘으로는 침대 위로 올라올 수가 없었습니다. 해리는 호퍼에게 팔베개를 해 주었습니다. 호퍼의 두 눈은 장난기와 기쁨으로 초롱초롱 반짝였습니다. 둘은 가까이 머리를 맞대고 누웠습니다.

해리가 조그맣게 속삭였습니다.

“잘 가, 호퍼.”

해리는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호퍼 역시 자신과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떠나야만 한다는 것을. 자기가 잡으면 잡을수록,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서로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이젠 호퍼가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떠나 보내줘야만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마거릿 와일드의 차분하고 절제된 이야기 전개와 거친 연필선과 편안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색감을 통해 아이의 감정과 강아지에 대한 사랑을 담아낸 프레야 블랙우드의 그림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림책 “이젠 안녕”이었습니다.


개의 수명은 보통 12~16년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강아지의 성장 속도는 사람보다 8배 정도 빠르다고 해요. 강아지의 10년의 삶은 사람으로 치면 한 평생을 산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죠. 그래서 반려견을 키울 경우 굳이 사고사가 아니라도 절대로 피해 가지 못하고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 바로 해리와 같은 아픈 경험입니다.

제 후배 중엔 이런 경험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까봐 강아지를 못키우겠다는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어릴 적에 정들었던 강아지를 떠나 보낸 경험이 꽤 오래도록 남아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이 친구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어루만져 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우리 딸아이는 아직 강아지를 키워 보지는 못했지만 금붕어와 구피, 플래티 같은 물고기들을 떠나 보내는 경험은 해봤습니다. 처음엔 아이가 울까봐 알아채기 전에 다른 물고기로 바꿔치기를 했었는데 속이는데도 한계가 있더라구요. 결국은 제일 아끼던 녀석을 아파트 화단에 묻어주던 날 어찌나 울어대던지…. 물고기랑 헤어져도 이 정도니 강아지 보내는 건 정말 힘들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물고기의 장례식이 한 번 두 번 반복될 수록 딸내미 눈물의 양과 울음의 강도가 점점 줄어들더군요. 슬픔에 둔감해진 것도 어느 정도 있긴 하겠지만 그 보다는 삶과 죽음에 대한 아이 수준 만큼의 이해와 수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이들에게 반려동물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강아지도 좋고 물고기도 좋구요. 첫 만남에서부터 정성을 다 해 돌봐주면서 배우는 것도 참 많은 것 같고, “이젠 안녕”의 해리처럼 슬픈 이별을 겪는 것 역시 아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함께 보면 좋을 영화 한 편 소개합니다. 바로 “말리와 나(Marley & Me)” 입니다. 위에서 말했던 강아지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헤어짐까지 반려견과의 깊은 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한가지 단점은 다 보고 나면 강아지가 엄청 키우고 싶어진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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