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와 사자
앤디와 사자

(원제 : Andy And The Lion)
글/그림 제임스 도허티 | 옮김 이선아 | 시공주니어
(발행 : 1995/02/01)

※ 1939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도서관에서 사자도감을 빌려 온 앤디는 그 날 이후 사자에 푹 빠져듭니다. 아프리카에서 커다란 사자 사냥을 했던 할아버지의 무용담을 들으며 앤디도 커다란 사자를 사냥하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밥 먹을 때도,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학교 갈 준비를 할 때도, 학교에 가는 길에도 앤디의 머릿속은 온통 사자 생각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가던 앤디는 진짜로 사자와 만납니다. 엄청나게 크고 사나운 사자를 사냥하는 상상을 즐기던 앤디지만 바로 코 앞에 나타난 사자를 보고는 겁을 잔뜩 집어 먹습니다. 재미난건 사자도감에서 보던 용맹한 사자의 모습과는 달리 사자도 앤디를 보고는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도망치기 바쁩니다. 한참을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보지만 앤디와 사자는 자꾸만 서로 맞닥뜨리게 되고 나중에는 지쳐서 도망가는 것도 포기한 채 제자리에 풀썩 주저 앉고 마는데…

사자가 힘 없이 내민 앞발엔 커다란 가시가 박혀 있었어요. 앤디는 그 자리에서 바로 그 가시를 빼 주고 둘은 친구가 됩니다. 친구가 된 앤디와 사자는 인사를 건네고는 각자 제 갈 길을 갑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이냐구요? 그럴리가요. 그렇게 싱거운 이야기만으로 칼데콧상을 받을 수는 없겠죠. 앤디와 사자의 인연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지고 서로 구해주고 도와주는 이야기가 계속 된답니다. 그러고 보니 스토리 자체는 이솝우화의 “사자와 생쥐”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단순하지만 역동감이 넘치는 그림책

앤디와 사자

“앤디와 사자”는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갈색 세 가지 색만으로 모노톤에 가까운 단순한 그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위 그림들에서 보듯이 그림 한 장 한 장에 생동감이 넘쳐납니다. 소박하지만 차분하기보다는 역동적인 움직임들을 잘 표현한 덕분인 듯 합니다. 도서관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거나 가족들과 식사하는 장면, 심지어는 잠자는 장면 조차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입니다.

생동감 넘치는 그림은 단순한 스토리에 감칠맛을 더 해 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 내고 있습니다.

잘 만들어진 플립북 애니메이션 같은 그림책

그림책 “앤디와 사자”의 분량은 70여 페이지가 넘습니다. 일반적인 그림책들보다 다소 길긴 하지만 아마도 한 편의 무성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을 주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짤막짤막하게 툭툭 내던지는 글들이 그림과 번갈아 가며 다음 장으로 서둘러 페이지를 넘기고 싶게 만듭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플립북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듯 책장을 촤라락 넘기다 보면 앤디와 사자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앤디와 사자

위 그림은 앤디와 사자가 만나서 서로 도망치다가 사자 앞발의 가시를 빼주고 나서는 앤디와 사자가 친구가 되는 장면을 그림책에 있는 순서 그대로 배치한 그림입니다. 툭툭 끊기는 듯 거친 움직임의 무성영화 느낌, 또는 잔뜩 정성들여 만든 플립북 애니메이션 느낌도 나지 않나요?

아이들의 순수함과 꿈을 지켜 주고픈 작가의 마음이 담긴 그림책

1929년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으로 모두를 힘겹게 만들었던 끔찍한 불황 속에서 아이들 조차 일터로, 또는 뒷골목의 부적절한 삶 속으로 내몰리던 시절에 만들어진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앤디의 모습은 그 시절 보기 힘든 아이들의 모습 아니었을까요?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이 자신만의 꿈은 커녕 아이들만의 순수함조차 잃고 각박하게 살아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작가의 바램이 담긴 그림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끼니 걱정에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더라도 늘 책을 가까이 하기를 바라는 마음, 사람이건 동물이건 마음 문 활짝 열고 세상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자신의 꿈을 쫓아 열정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그림책 “앤디와 사자”였습니다.


그림책 “앤디와 사자”에는 이야기 속 사자 외에도 두 마리의 사자가 더 등장합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고운 심성과 끈기를 지니고
뉴욕시립 도서관 앞에서 맨해튼을 내려다보고 있는 두 사자,
애스터 경과 레녹스 부인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 위 인용구는 그림책에 있는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만 번역과정에서 사자 이름에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애스터 경’과 ‘레녹스 부인’이 아니라 ‘애스터 부인’과 ‘레녹스 경’이 맞습니다.)

그림책 첫 장에 있는 작가 제임스 도허티의 헌사와 함께 그려진 두 마리의 사자. 바로 뉴욕시립 도서관(New York Pulbic Library) 정문을 지키고 있는 사자들입니다. 제임스 도허티는 애스터 부인(Lady Astor)과 레녹스 경(Lord Lenox)으로 불렀지만(실제로는 두 마리 모두 수컷입니다. ^^) 이 사자들의 이름은 계속 변해 왔고, 현재는 Patience(인내)와 Fortitude(불굴의 용기)로 불리운다고 합니다.(참조 : NYPL – The Library Lions)

어쩌면 작가가 아이들과 함께 뉴욕시립 도서관에 드나들면서 “앤디와 사자”에 대한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도서관의 마스코트인 애스터 부인과 레녹스 경에 푹 빠진 자신의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말이죠. ^^


칼데콧상 수상작 보기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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