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많은 달
아주아주 많은 달 (원제 : Many Moons)

제임스 서버 | 그림 루이스 슬로보드킨 | 옮김 황경주 | 시공주니어
(발행 : 1998/01/30)

※ 1944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오래 된 그림책들을 찾아 읽다 보면 ‘어, 이거 어릴 적 국어책에 나온 이야기 아닌가?’ 하고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짚어 보게 되는 이야기들이 종종 나오곤 합니다. 1944년 칼데콧 메달을 받은 “아주아주 많은 달”의 스토리도 분명 우리 어린 시절에 국어책에 나왔거나 그 시절 읽은 동화책의 한 대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바닷가에 있는 한 나라에 공주가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공주가 병에 걸렸어요. 의사들이 아무리 애를 써봐도 공주를 낫게 할 수 없었죠. 왕은 안쓰럽게 공주를 바라보며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무엇이든 가져다 줄테니 어서 일어 나라고 했죠. 그러자 공주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합니다.

“달을 갖고 싶어요. 달을 가질 수만 있다면 곧 나을 것 같아요”

왕은 사랑스런 딸의 병을 하루라도 빨리 낫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신하들에게 달을 가져오라 명령을 내립니다.아주아주 많은 달

그런데 늘 믿음직하고 충성스럽게 자신을 보필하던 신하들 모두 왕을 실망시킵니다. 시종장, 궁중 마법사, 궁중 수학자를 차례로 불러 달을 가져 오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평소 내로라 하던 이들 모두 달은 가져 올 수 없다고만 합니다. 왕이 달을 구해 오라는 이유를 자세히 들어 볼 생각도 않고 너무 멀고, 너무 커서 가져 올 수 없다며 쓸 데 없는 핑계들만 잔뜩 늘어 놓기만 했습니다.

아주아주 많은 달

왕은 마지막으로 궁중 어릿광대를 불렀습니다. 어릿광대에게 달을 따 오라고 시키려고 불렀냐구요? 아니죠. 그저 어릿광대일 뿐인걸요. 그저 답답한 마음을 위로나 받으려고 불렀던 겁니다. 그런데, 의외로 어릿광대는 왕이 달을 구해 오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 배경에 대해 자세히 물어봅니다. 왕의 이야기를 한참 귀기울여 듣고 난 어릿광대는 이렇게 말합니다.

“공주님께서는 달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시는지, 또 달이 얼마나 멀리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러게요. 왕과 다른 신하들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달을 원한 건 공주인데 어떤 달을 원하는지 정작 공주의 생각은 물어보지도 않고 있었네요.

아주아주 많은 달

그래서 어릿광대는 공주에게로 가서 달에 대한 공주의 생각을 찬찬히 들었습니다.

달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공주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내 엄지손톱보다 조금 작아. 내가 달을 향해 엄지손톱을 대 보면 딱 가려지거든.”

그리고, 얼마나 멀리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엔 이렇게 대답했어요.

“내 방 창문 밖에 있는 큰 나무만큼도 높이 있지 않아. 어떤 때는 나뭇가지 꼭대기에 달이 걸려 있기도 하니까.”

마지막으로 어릿광대는 달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냐고 물어봤습니다.

“당연히 금으로 만들어졌지. 그것도 몰라? 바보처럼.”

공주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어릿광대는 궁중 금 세공인을 찾아가서 공주의 엄지손톱보다도 조금 작고 동그란 황금 달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공주에게 달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공주는 무척 기뻐했고 이튿날 다시 건강해진 모습으로 놀러 나왔답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끝이냐구요? 그럴리가요. 원하던 달을 선물 받고 건강해진 공주를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 보던 왕에게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대요. 물론 어릿광대가 잘 해결하긴 하지만요. 아직 남은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아이들과 함께 “아주아주 많은 달” 마저 읽어 보세요~ ^^

아주아주 많은 달

공주의 방을 나오기 전에 궁중 어릿광대는 창가로 가서 달을 향해 윙크를 했습니다. 달이 꼭 자기를 보고 윙크를 하는 것만 같았거든요.

모든 일을 잘 해결하고 공주와 왕을 행복하게 해 준 어릿광대가 달을 향해 윙크를 하며 그림책 “아주아주 많은 달”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공주와 어릿광대에게서 배우는 꿈과 경청

꿈 꾸는 삶 

시종장, 마법사, 수학자 등 자기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들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어린 공주는 자신이 원하는 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빠가 왕이라서, 지혜로운 어릿광대가 있어서 가능했을 뿐 공주는 한 게 아무것도 없지 않냐고 한다면 뭐…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공주에게만 있고 시종장, 마법사, 수학자 들에게 없었던 건 왕 아빠와 어릿광대 말고도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꿈’입니다. 모든 건 공주의 꿈과 희망에서 비롯되었으니까요. 우리 삶에 꿈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 건조하고 공허할까요? 꿈 꾸는 삶, 나의 꿈대로 살아가는 삶, 그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겠죠.

경청하는 삶

내로라 하는 신하들은 모두 자기 말만 늘어놓았습니다. 왕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았죠. 왕이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공주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릿광대는 달랐습니다. 공주가 갖고 싶었던 것이 달이긴 하지만 그 달은 바로 공주의 마음 속에 있음을 알고 공주의 말에 귀기울일 줄 알았습니다. 어릿광대가 공주의 꿈을 이뤄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경청하는 태도였던겁니다.

지난 여름 다녀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국민이 감동을 받았던 이유는 바로 그의 ‘경청하는 삶’의 태도였습니다. 손 내미는 자에게 아무런 격의 없이 다가가서 귀를 기울이는 그의 모습에 우리 모두가 가슴 뭉클함을 느꼈었습니다.

소중한 내 아이에게, 사랑하는 내 가족들에게, 그리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귀기울여 주세요. 경청하는 삶은 내 삶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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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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