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 환한 눈
책표지 : 비룡소
하얀 눈 환한 눈 (원제 : White Snow Bright Snow)

글 앤빈 트레셀트 | 그림 로저 뒤봐젱 | 옮김 최리을 | 비룡소

※ 1948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하얀 눈 환한 눈”은 작가가 눈 오는 겨울밤 뉴욕 거리를 걷다 문득 떠오른 시를 이야기로 만든 그림책입니다. 독특하게도 작가의 어머니는 눈이 올 즈음이면 늘 엄지발가락이 아프셨대요. 그림책에 나오는 경찰관의 아내는 바로 자신의 어머니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랍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을 읽고 난 후 반응은 딱 반으로 갈릴 것 같아요. 하나는 ‘흠… 뭐지?’ 하는 반응, 나머지 반은 ‘아~ 좋다!’ 하는 반응. 내용이 뭔가 궁금해 하며 한 장 한 장 넘겼던 사람은 아마도 첫 번째 반응을 보였을 겁니다. 반면,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기며 어린 시절을 떠 올린 사람들은 두 번째 반응을 보였을테구요.

하얀 눈 환한 눈

왜 그런가 하면 “하얀 눈 환한 눈”엔 특별한 스토리가 없어요. 첫 눈 내린 날의 에피소드도 아닙니다. 그림책의 첫 장면도 ‘첫 눈이 내렸습니다.’가 아니라 ‘눈이 내릴 것 같다’로 시작합니다. 눈이 내릴 것 같은 어느 겨울날 이야기가 시작되고, 하나 둘 흩날리던 눈송이가 수북히 쌓인 풍경 속에서 일상을 살아간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그려지다, 이내 눈이 녹아 내리며 봄이 찾아 오면서 그림책은 끝이 납니다. 왠지 좀 싱겁죠? ^^

하얀 눈 환한 눈

뭔가 스토리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싱거울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다시 한 번 처음으로 돌아가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어린 시절의 어느 겨울날을 한 번 떠 올려 보세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당에 수북히 쌓인 눈.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동네 친구들 불러 모아 하얀 눈밭 위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뛰어 놀던 바로 그 날을 말입니다.

하얀 눈 환한 눈

그림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우편집배원, 경찰관과 그의 아내, 농부, 그리고 아이들입니다. 어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겨울의 언어를 읽어 냅니다. 우편집배원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눈이 올 것 같다고 합니다. 농부는 코를 벌름거리더니 눈이 올 것 같은 냄새가 난대요. 경찰관은 눈이 오려는지 몸이 으슬으슬 하다고 하고, 그의 아내는 엄지발가락이 아파옵니다.

어른들에게 겨울은 시련의 계절입니다. 눈이 수북히 쌓인 날 우편집배원은 미끄러져서 눈구덩이에 빠지고, 농부는 집에서 외양간까지 길을 내느라 애를 먹습니다. 경찰관은 꽁꽁 언 날씨에도 불구하고 순찰을 돌아서 발이 꽁꽁 얼고 말았어요.

하얀 눈 환한 눈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1년 내내 기다린 날이죠. 눈이 한 송이 두 송이 조금씩 흩뿌리기 시작하면 눈송이 받아 먹으려고 혀를 낼름거리며 이리저리 뛰어 다니던 기억 나시나요?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다 보면 어느새 옷은 흠뻑 젖고 온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던 그 날 말입니다. ^^

그렇게 신나게 눈밭에서 뒹굴다 보면 어느새 봄이 찾아 오죠.

하얀 눈 환한 눈

바람이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털어 냅니다.
그사이 지붕에서 녹아내리던 눈은 긴 고드름을 타고
똑, 똑, 똑, 물방울이 되어 떨어집니다.
날마다 해는 점점 더 이글거리고
그럴수록 눈은 더 많이 녹아내립니다.
눈이 쌓였던 들판에 군데군데 진흙땅이 보입니다.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소리와 축축한 흙냄새가
따스한 공기 속으로 퍼집니다.

봄을 알리러 가장 먼저 찾아 온 건 울새였습니다. 봄이 왔다고 지저귀는 울새를 바라보는 아이들. 겨우내 눈밭에서 뒹굴던 녀석들은 이제 이 산 저 산 뛰어 다니며 봄날을 만끽하겠죠. 지난 겨울보다 훌쩍 자란 모습으로 말입니다.

자, 이제 두 번째 반응이 오시나요? ‘아~ 좋다!’하는 느낌 말입니다. ^^

“하얀 눈 환한 눈”의 그림은 전체적으로는 묘한 느낌의 회색톤입니다. 그 위에 눈에 확 뜨이는 노랑과 빨강 덕분에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일상의 풍경이 신비한 느낌으로 다가섭니다. 첫 눈 내리는 날부터 이듬 해 따스한 봄날이 찾아오기까지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추억과 향수를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낸 그림책 “하얀 눈 환한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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