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형을 잃어버렸어요
책표지 : 다산기획
내 인형을 잃어버렸어요 (원제 : The Most Wonderful Doll In The World)

글 필리스 맥긴리 | 그림 헬렌 스톤 | 옮김 김옥수 | 다산기획

※ 1951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필리스 맥긴리와 헬렌 스톤은 1949년 “All Around The Town”으로 칼데콧 명예상을 받았고 “내 인형을 잃어버렸어요”로 두 번째 칼데콧상을 받았습니다.

“내 인형을 잃어버렸어요”는 그림책보다는 동화책에 가깝지 않나 생각됩니다. 글 분량이 꽤 되고 그림은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끌어 가기보다는 이야기를 보조하는 삽화 역할 정도거든요. 하지만,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거나 엄마 아빠가 다소 긴 분량의 이야기책을 읽어 줘도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좋아할만한 책입니다. 특히 여자 아이들이요. 왜냐하면 인형이 아주 많이 등장하거든요. 그리고, 인형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법한 이야기들이기도 하구요.

내 인형을 잃어버렸어요

둘시는 엄마 아빠와 가족, 그리고 친지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는 여자 아이예요. 덕분에 아주 많은 인형을 갖고 있어요. 모두들 사랑스러운 둘시에게 인형 선물을 하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둘시는 쉽게 만족할 줄 모르는 아이였어요. 자신의 모든 것에 조금씩 불만이 있었거든요. 통통한 자신의 볼이 갸름했으면 좋았을텐데, 선물 받은 아기 인형에게 레이스 속옷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둘시는 선물을 받을 때마다 약간만 달랐으면, 조금만 더 멋있었으면 좋았었겠다고 늘 생각하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어느 겨울날 이웃에 사는 프림로즈 할머니가 예쁜 인형 안젤라와 갈아입힐 옷이 든 상자를 선물했어요. 선물을 받아든 둘시는 역시나 인형 머리색이 노란색 대신 검은색이었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둘시는 안젤라를 그만 잃어 버리고 맙니다. 시무룩한 둘시를 보며 엄마는 똑같은 인형을 사주겠다며 달래 봅니다. 바로 이 순간 둘시의 엉뚱한 상상력이 시작됩니다. 둘시는 자신이 늘 상상하던 그런 인형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죠.

가족과 친지들이 인형을 잃어버린 것을 위로할때면 둘시의 상상은 점점 더 부풀어집니다. 그리고, 상상에 또 다른 상상을 더하면 더할수록 인형 안젤라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인형이 되어가고 말아요. 처음엔 엄마 아빠란 말도 할 수 있고, 자장자장 우리 아가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인형 정도로 자신이 갖고 싶은 인형을 얘기하는 수준이었지만 나중엔 스스로 걸어다니기까지 하는 인형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내 인형을 잃어버렸어요친구들이 새로 선물 받은 인형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둘시는 자신이 잃어버린 인형 안젤라는 그것보다 조금 더 좋았다고 말하곤 했어요. 그러다보니 안젤라는 둘시의 상상이 만들어낸 모습에 친구들의 인형이 갖고 있는 특징들까지 죄다 갖추게 되면서 현실에선 존재하기 힘든 인형이 되어가고 말죠.

사실 이런 일은 아이들에게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른들은 모르는 자신만의 가상의 친구를 종종 만들어내기도 하고,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이나 장난감에 대해서 뭔가 특별함을 부여하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둘시의 인형 안젤라에 대한 상상은 단순한 아이들의 상상으로 끝나지 않고 엉뚱한 문제를 가져왔어요. 둘시는 안젤라에 대한 상상을 부풀리면 부풀릴수록 자신이 갖고 있던 인형들이 왠지 형편없어 보였어요. 그래서 인형들을 하나 둘 서랍 속에 집어 넣기 시작했어요. 나중엔 둘시의 방을 예쁘게 꾸며 주던 인형들이 거의 모두 서랍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더 심각한 건 둘시의 주변 사람들이었어요. 무슨 인형을 선물해도 둘시가 만족을 못하자 어른들은 더 이상 둘시에게 인형을 사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친구들은 더 이상 둘시에게 인형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랬다가는 둘시가 잃어버린 인형 안젤라에 대해서 잔뜩 늘어 놓는 이야기들을 들어줘야만 했으니까요.

둘시의 상상속의 인형 안젤라에 대해 모두들 흥미를 잃을 때쯤 겨울이 가고 봄이 왔어요. 봄날의 따사로운 햇볕 아래 정원에서 놀고 있던 둘시는 지난 겨울 잃어버렸던 안젤라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껏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안젤라의 모습에 실망을 하고 말죠. 그 모든 것이 단지 자신의 상상일 뿐이었다는 사실에 잔뜩 풀이 죽어 있는 둘시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엄마가 이렇게 말해줍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꾼단다. 그런데 가끔씩 꿈과 실제를 혼동할 때가 있지. 안젤라한테도 그런 일이 일어난 거야. 안젤라에 대한 꿈을 네가 실제라고 생각한 거야.
하지만 사람은 계속 자라는 법이란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든 것에 조금씩 더 만족하는 방법을 배우지.

그러면 어른들은 꿈을 꾸지 않냐고 둘시가 묻자 엄마는 말합니다.

당연히 꿈을 꾸지. 실제인 것과 실제가 아닌 것을 아는 게 다를 뿐이야. 어른들도 조그만 모닥불처럼 피어오르는 꿈을 꾸어야 가슴을 따뜻하게 데울 수가 있거든.

둘시는 엄마의 말에 기운을 차리고 겨우내 서랍 속에 가둬 두었던 인형들을 모두 꺼내서 제자리에 돌려놨어요. 자신의 상상에 얽매인 채 그동안 형편없어 보였던 인형들이 새삼 아주 예뻐 보였대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인형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된 거죠.

내 인형을 잃어버렸어요그럼, 둘시의 상상은 여기서 끝이냐구요? 천만에요. 아이들에게 즐거운 상상을 빼앗으면 안되죠~ ^^ 서랍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인형들을 되찾은 둘시는 엄마에게 이렇게 또박또박 말했어요.

하지만 내가 꿈꾼 인형을 언젠가는 꼭 찾아낼 거예요. 이름은 베로니카로 할래요.

라고 말이죠.

둘시는 오랜만에 프림로즈 할머니댁에 놀러갑니다. 할머니가 둘시에게 안젤라의 안부를 묻자 잘지낸다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 중 하나라고 말씀 드려요. 그리고 새로운 친구 베로니카에 대해서 잔뜩 자랑을 늘어 놓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그런 둘시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프림로즈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머나! 그 동안 정말 많이 자랐어! 내가 못 본 사이에 참 많이 변한 것 같아. 키가 쑥쑥 자라고 있구나 둘시.”

둘시의 가장 친한 친구 프림로즈 할머니도 느낄 수 있었나봅니다. 둘시가 몸도 마음도 훌쩍 자란 것을 말입니다.

아이들의 꿈과 상상을 지켜 주세요

위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어린 시절 누구나 상상 속의 친구 하나쯤은 있었을겁니다. 가상의 친구는 아이들 곁을 항상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엄마 아빠나 친구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창구가 되어 주기도 하죠. 그리고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은 아이와 함께 자라나서 때론 아이의 꿈이 되기도 하고, 때론 아이의 삶의 목표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꿈과 상상이 아이들과 함께 자라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 엄마 아빠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둘시 엄마처럼 적당한 호응과 자상한 격려가 엄마 아빠의 최선의 역할 아닐까요? 섣불리 간섭하려 들었다가는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허물어뜨릴 수 있으니까요.

둘시의 새 친구 베로니카는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인형으로 실제로 만들어질수 있을겁니다. 둘시가 계속 그 꿈을 꾸는 한 말이죠.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이야말로 새로운 미래의 시작 아닐까요?


“내 인형을 잃어버렸어요”의 원제는 ‘The Most Wonderful Doll In The World’ 입니다. 한글판 제목은 다소 책의 내용과 동떨어진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둘시의 상상 속에서 인형 안젤라는 둘시의 현실을 우울하게 만드는 존재였지만, 새로운 상상 속 인형 친구 베로니카는 둘시의 삶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존재입니다. 베로니카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인형이고 둘시의 꿈을 담은 소중한 희망입니다.

그렇다면 ‘꿈꾸는 인형 베로니카’는 어떨까요? 흠… 차라리 원제의 뜻 그대로 옮기는 것이 낫겠네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인형’이라고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