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뼈다귀야!
내 뼈다귀야! (원제 : Finders Keepers)

글/그림 윌리엄 립카인드, 니콜라스 모르드비노프 | 옮김 박향주 | 시공주니어

※ 1952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내 뼈다귀야!”의 두 작가 윌리엄 립카인드와 니콜라스 모르드비노프는 독특하게도 ‘Will & Nicolas’ 라는 필명으로 함께 작품 활동을 하며 20여권의 어린이책을 남겼다고 해요. 니콜라스 모르드비노프는 러시아 태생으로 러시아 혁명을 피해 7살에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고, 1940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1950년부터 윌리엄 립카인드와 함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내 뼈다귀야!”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뼈다귀 하나를 놓고 다투던 두 마리의 강아지 냅과 윙클이 지나가는 농부, 염소, 초보 이발사에게 중재를 요청하지만 중재는 커녕 자기들 실속만 차리고는 떠나 버립니다. 마지막으로 큰 개에게 누가 뼈다귀 주인인지 물어 보며 아웅다웅하는 사이 큰 개가 뼈다귀를 물고 달아나자 냅과 윙클이 힘을 모아 뼈다귀를 되찾은 뒤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스토리지만 반복되는 상황이 익살스러운 그림과 잘 어우러져서 다음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며 재미나게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색판화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 속에서 사람과 동물들의 능청스러운 표정들이 그림책 보는 재미를 더 해 줍니다.

내 뼈다귀야!

냅과 윙클이 누가 진짜 뼈다귀 주인인지 중재를 요청했던 농부와 염소, 그리고 초보 이발사의 표정들 좀 보세요. 심지어 농부와 함께 있는 말조차도 도움은 커녕 절대 믿으면 안될 것 같은 게슴츠레한 표정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농부는 진흙탕에 빠진 수레바퀴를 꺼내는 일만 힘들게 시켜 놓고는 강아지들에게 아무런 쓸도 없는 건초 더미 하나 휙 던져 놓고 제 갈길을 가버립니다. 염소는 어떻구요. 건초 한 입만 주면 도와주겠다더니 제 배만 채우고는 은근슬쩍 사라져 버렸다니까요.

내 뼈다귀야!

초보 이발사 역시 강아지들을 실습용으로 써먹고는 냅과 윙클에게 필요한 건 아무것도 해 주지 않은 채 그냥 가버립니다. 그나저나 냅과 윙클 꼴 좀 보세요. 온 동네 개들에게 놀림거리나 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

내 뼈다귀야!

마지막으로 큰 개에게 누가 진짜 뼈다귀 주인인가 물어 보며 냅과 윙클이 아웅다웅 하고 있는 틈에 큰 개는 뼈다귀를 물고는 슬쩍 도망을 칩니다. 누가 주인인지 정하는 것보다 뼈다귀를 지키는 게 더 먼저겠죠? 냅과 윙클은 약속이라도 한 듯 큰 개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냅은 꼬리를 물었고 윙클은 큰 개의 머리를 공격했어요. 큰 개는 결국 뼈다귀를 뱉어내고 도망쳤대요.

내 뼈다귀야!

냅이 윙클을 바라보았습니다. 윙클도 냅을 바라보았죠.
냅이 뼈다귀의 한쪽 끝을 물고, 윙클은 다른 쪽을 물었습니다.
냅과 윙클은 말없이 사이좋게 뼈다귀를 씹어 먹었습니다.

냅과 윙클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

뼈다귀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두 마리 강아지 냅과 윙클의 모습은 마치 우리 아이들의 모습 같습니다. 형제들끼리 또는 친구들과 지내며 작은 것 하나에도 괜히 열을 올리며 티격태격하는 아이들 모습 말이죠. 그림책 “내 뼈다귀야!”가 이런 아이들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사이좋게!’ 겠죠. ^^

세상 만사 마음 먹기에 달렸다

냅과 윙클 입장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라서 농부나 염소, 그리고 초보 이발사가 얌체처럼 그려지긴 했지만 꼭 그런것만은 아닙니다. 지나가는 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거잖아요. 농부 아저씨의 수레바퀴가 진흙에 빠져 있는 걸 보면 굳이 뼈다귀 주인 정해달라는 요청 같은 것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도와줘야죠. 게다가 농부 아저씨는 고맙다며 건초 한 더미를 나눠줄만큼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였구요. 염소는 그래도 좀 얄밉지 않냐구요? 어차피 냅과 윙클에겐 쓸모 없는 건초지만 염소에게는 훌륭한 음식이었으니 기분 좋게 나눠줬으면 그 마음이 더 기쁘지 않았을까요? 초보 이발사요? 공짜로 멋지게 털 관리 받았으면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요? ^^

농부 아저씨 수레를 밀고 당기느라 지쳤을 때, 염소가 맛있게 건초를 먹고 있는 걸 멍하니 지켜 보고 있었을 때, 초보 이발사가 털을 다 깎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 냅과 윙클은 사이 좋게 뼈다귀를 나눠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큰 개 덕분에 결국은 사이좋게 나눠 먹는 기쁨을 배우긴 했지만 진즉에 나눔의 기쁨을 깨달았더라면 이리 달겨들고 저리 물고 하며 실갱이를 벌일 이유도 없었겠죠?

그러고 보면 세상 만사 모두 다 내 마음 먹기에 달린게 아닌가 싶네요. 내가 먼저 손 내밀고, 내가 먼저 베풀고, 내가 먼저 양보하고, 내가 먼저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꿈틀거리고 있다면 우리 모두 서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이제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처 마음에 담은 말 전하지 못한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 해가 가기 전에 찾아가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건 어떨까요?


칼데콧 수상작 보기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