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원제 : Grandpa Green)
글/그림 레인 스미스 | 옮김 김경연 | 문학동네어린이
(발행 : 2011/12/16)

※ 2012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 2011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레인 스미스는 “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로 1993년 칼데콧 명예상을, 오늘 소개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로 2012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그는 주로 존 세스카와 함께 만든 작품들이 많은데, 두 명콤비가 이루어낸 작품 중 유명한 작품으로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수학의 저주가 있습니다. 1993년 칼데콧 명예상을 받은 “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 역시 존 셰스카와 함께 작업한 그림책입니다.

독특하고 자유로운 발상, 감각적인 일러스트를 특징으로 하는 레인 스미스의 그림책 세계, 그 중에서도 오늘은 레인 스미스가 직접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해 2012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를 소개 합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컴퓨터는 물론이고 휴대전화나 텔레비전도 없었던 시절에 태어난 증조할아버지는 어렸을 때 돼지도 치고 옥수수와 당근, 닭도 기르며 농장에서 살았답니다. 수두에 걸리자 할아버지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대신 집에서 비밀 정원과 마법사와 꼬마 기관차이야기를 읽었대요.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중학생 시절에는 첫사랑 여자 친구가 생겼었구요. 원예사가 되고 싶었던 증조 할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세계 대전이 일어나는 바람에 전쟁에 가게 되었죠.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증조 할아버지는 작은 카페에서 만난 아가씨와 전쟁이 끝나고 결혼 해서 한 번도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살면서 아들딸도 많이 낳고 또 그 아들딸이 낳은 손주도 많이 생겼죠. 그리고 증손자도 생겼는데 그 아이가 바로 이 그림책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입니다. 증조할아버지의 역사는 바로 ‘나의 출발점’이기도 한 셈이죠.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젊은 시절 증조 할아버지는 기억력이 참 좋으셨어요. 하지만 지금은 늘 “어디다 두었지?”하시며 물건을 찾곤 하세요. 그림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다양한 모양들로 다듬어진 나무들 사이사이에서 아이는 증조할아버지가 흘리고 간 물건들을 하나씩 챙겨 갑니다. 그리고 아이가 마지막으로 챙긴 물건은 코끼리 머리 위에 살포시 놓인 밀짚모자에요.

코끼리가 쓰고 있는 밀짚모자가 묘하게 잘 어울리죠? 장수의 상징이면서 영리하고 기억력 좋은 코끼리는 바로 증조할아버지를 상징하는 나무입니다. 그림책 표지에서 할아버지는 모자를 쓰고 이 나무를 깎고 계셨어요. 일을 다 마치고 모자를 두고 가신 걸까요? 아님 증손주가 자신을 찾아 올 것을 알고 길목길목 마다 할아버지의 물건들을 일부러 하나씩 남겨두신 걸까요? ^^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하지만 괜찮아요.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정원이 모든 걸 기억하니까요.

정원 손질에 여념이 없는 중에 자신이 두고 온 물건들을 모두 챙겨 온 증손주를 바라 보는 백발의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여유와 사랑이 넘쳐납니다. 할아버지는 오늘 이 정원에서 또 어떤 역사를 조각하고 계셨을까요?

마지막 페이지에 활짝 펼쳐지는 할아버지의 정원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서서히 기억이 쇠퇴해져 가고 있는 할아버지의 인생이 푸르른 정원 풍경 속에 고스란히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그리고 지금껏 할아버지가 써 왔던 역사는 이제 증손자의 손으로 다시 이어져 가게 되겠죠. 할아버지는 정원에 자신의 역사를 기록해 오셨고, 그 역사는 그 정원에서 자라난 아들과 그 아들의 아들, 또 그아들의 아들들에게 이어져 가며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그림책 속에서 정원에 잘 가꿔진 다양한 모양의 나무들이 증조할아버지의 과거를 나타내고 있다면 아이가 줍는 물건들은 할아버지의 현재입니다. 그림책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그림책 속 그림들이 상징하는 것들을 찾아 보는 것이 이 그림책과 만나는 특별한 재미입니다.

증조 할아버지가 가꾼 푸르고 아름다운 정원은 그 모습 자체가 증조할아버지의 역사이며 증손주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수없이 다양한 모양의 초록빛 푸르른 나무 그림과 연결된 따뜻한 이야기는 짧은 문장 속에서도 겹겹의 세월을 거쳐 여기까지 이른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혼자 태어나 혼자 자라나지 않았듯 누군가와의 무수한 연결고리를 통해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그 연결고리는 누군가의 가슴 속에 푸르른 정원으로 자라나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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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콧 수상작 보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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