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깜깜해
앗, 깜깜해

(원제 : Blackout)
글/그림 존 로코 | 옮김 김서정 | 다림
(발행 : 2012/08/31)

※ 2012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가온빛 추천 그림책


지난 해 3월 ‘어스 아워(Earth Hour)’에 대한 그림책 “지구를 위한 한 시간“을 소개하며 잠깐 언급했던 그림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존 로코의 “앗, 깜깜해”입니다.

가뜩이나 정신없이 돌아가는 요즘 스마트폰의 등장은 가족이 함께 하는 짧은 시간마저도 빼앗아 가 버리곤 합니다. “앗, 깜깜해”는 갑작스런 정전 덕분에 가족이 모처럼 함께 모여 오붓한 시간을 갖게 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모습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나와 가족, 친구, 그리고 우리 이웃들 사이를 우리도 모르는 사이 가득 채우고 있던 온갖 방해물들을 어둠이라는 필터가 깨끗하게 걸러내주고 나니 어느새 소중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한 발 성큼 다가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아이러니가 느껴집니다. 어둠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자 비로소 내 소중한 이들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존 로코의 그림책은 모두 세 권입니다. 오늘 함께 볼 “앗, 깜깜해”가 가장 먼저 출간되었고,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슈퍼 파워를 잃지 않기 위해 절대로 이발소에 가지 않았던 꼬마 존 로코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과 “폭설“이 지난 해 여름과 겨울에 각각 나왔습니다.  세 권 모두 놓치기 아까운 그림책들입니다.

자~ 그럼 오늘의 그림책 “앗, 깜깜해” 시작합니다.

앗, 깜깜해

그림책 “앗, 깜깜해”의 앞쪽 면지에요. 텅 빈 여백 속에 아이 혼자 창밖을 쓸쓸히 내다 보고 있습니다.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아이… 심심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엄마 아빠에게 꾸지람을 들었을까요?

앗, 깜깜해

아, 보드게임을 하고 싶은데 아무도 함께 해 주질 않았군요. 엄마는 일 하느라, 아빠는 바쁜 와중에 가족들 저녁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그리고 하나뿐인 누나는… 친구들과 수다 떠느라 동생에게 버럭 소리만 질러 대구요.

존 로코는 이 그림책에서 만화 컷과 같은 구성을 통해서 가족들의 단절과 화합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처럼 각자의 공간에 떨어져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 줄 때면 분리된 컷들로 담아내거나 가족간의 빈 공간을 어둠이나 벽과 같은 장애물들로 가로막아 버리는 식으로 보여 주죠. 반대로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장면들은 컷 구분 없이 한 장면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앗, 깜깜해

가족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싶었던 아이는 결국 모니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그다지 재미있어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게임 하는 아이를 내려다 보고 있는 초상화 속의 에디슨의 표정은 왠지 아이에게 미안해 하는 듯 합니다. 발명가의 대명사 에디슨이 가족간의 단절을 빚어낸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낸 모든 이들을 대표해서 저 자리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런걸 위해서는 아니었는데… 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앗, 깜깜해

그리고, 갑자기 전기가 나가 버렸습니다. 정전이 되어 버린 온 도시는 어둠에 갇혀 버립니다. 방금전까지도 시끌벅적대던 도시는 전기가 나가버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적막해집니다. 아이와 누나 그리고 엄마 아빠는 손전등과 촛불 아래 모여 앉았습니다.

그런데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어 너무 덥습니다. 가족은 시원한 바람을 찾아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계단을 오르고 올라 마침내 도착한 옥상에 올라선 가족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멋진 풍경과 만납니다. 지금껏 도시의 불빛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맑고 푸른 밤하늘, 그리고 밤하늘을 멋지게 수놓은 수많은 별빛들…

그리고… 이웃들…

앗, 깜깜해

어둡고 덥고 답답한 집안에서 나와서 시원한 바람을 찾아 모두들 옥상으로 올라왔나봅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바비큐 파티를 연 사람들, 한가로이 이웃들을 돌아보며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갑작스런 정전 덕분에 각자의 방에서 나와 한 자리에 모인 아이와 가족, 역시나 정전 덕분에 이웃들과 인사도 나누게 되었네요.  모두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아래쪽에서도 소리가 들려옵니다.

앗, 깜깜해

내려와 보니 아래에서도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어요. 집앞에 앉아 기타를 튕기며 노래 부르는 젊은이들, 오늘은 특별하게 공짜라며 어둠을 피해 나온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퍼주는 인심좋은 아가씨, 소화전에서 시원한 물을 틀어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는 소방관 아저씨…

앗, 깜깜해

그렇게 모두가 어둠에 적응하고 어둠을 즐기기 시작할 무렵 다시 불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모두들 하나 둘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거리도 옥상도 모두 전기가 나가기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갑니다. 다시 시끌벅적해진 도시, 그리고 모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 가족…

제 방으로 들어가려던 아이가 씽긋 웃으며 쳐다 보는 곳엔 스위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딸깍

앗, 깜깜해

아이의 집은 다시 전기가 나갔습니다. ^^ 그리고 다시 가족이 촛불 아래 모여 앉았습니다. 누나는 친구와의 전화를 스스로 끝내고, 엄마는 보드게임을 가져 왔습니다. 아빠는 아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은 손짓으로 머리를 쓰다듬습니다.(사실 스마트폰은 정전이 되어도 소용이 없네요. IT강국 대한민국에선 전기 스위치를 ‘딸깍’하고 내리는 것보다 더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의 전원을 ‘꾸욱!’ 누를 용기와 결심 말입니다. ^^)

가족들만의 오붓한 시간을 은은하게 밝혀 주고 있는 촛불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아이가 찾아낸 빛입니다. 그 빛은 바로 갑작스런 정전으로 아이와 가족이 깨달은 가족의 소중함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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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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