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호랑이처럼
깊은 밤 호랑이처럼

(원제 : Sleep Like A Tiger)
메리 로그 | 그림 파멜라 자가렌스키 | 옮김 강형복 | 키즈엠
(발행 : 2013/07/12)

※ 2013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2013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깊은 밤 호랑이처럼“은 깊고 푸른 밤을 배경으로 한 아름답고 환상적인 잠자리 그림책입니다.

시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메리 로그는 잠자기 싫어 하는 조카를 위해 이 책을 썼고, 이미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로 2010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림 작가 파멜라 자가렌스키는 아버지와 어머니, 4000마리도 남지 않은 야생의 호랑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고 책 서문에 밝혔습니다.

잠자기 싫어하는 한 소녀가 잠자리에 들기까지 부모님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이 책은 한 장면 한 장면 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 그림과 은유와 상징이 넘치는 시적인 아름다운 표현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입니다.

깊은 밤 호랑이처럼

해는 고이 쉬러 가고 달과 별이 빛나는 밤이 찾아왔지만 아직 잠자리에 들고 싶지 않은 소녀는 더 놀고싶다며 아직 졸리지 않다고 말하자 엄마 아빠는 옷이라도 갈아 입으라며 소녀를 타일렀어요.

별빛 박힌 잠옷으로 갈아 입으면서 소녀가 하는 말이 참 귀엽습니다.

“잠옷만 입을 거예요. 잠은 안 잘 거예요.”

어둠이 몰려와 주위가 캄캄해지고 잠잘 시간이 되었는데도 호랑이 인형을 끼고 킥보드를 타고 놀던 소녀가 잠옷을 갈아 입으며 하는 말은 우리 아이들이 잠자리에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눈이 반 쯤 감기면서도 이렇게 이야기 하죠. “잠옷만 입을거야. 잠은 안 잘거야. 아직 안 졸려.”^^ 한 술 더 떠 결국 꿈나라로 조용히 떠나면서 제 딸은 비몽사몽 이렇게 얘기하곤 했어요. “엄마, 내일 새벽에 깨워줘. 일찍 일어나서 많이 놀거야.”

아이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가 비슷한 모양입니다.^^

깊은 밤 호랑이처럼

별처럼 반짝이려면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말에 세수하고 이를 닦은 소녀는 침대 위에 올라가 고요한 강 위에 떠 있는 수달처럼 얌전히 누웠습니다. 그리고는 엄마 아빠에게 물어 보았어요.

“엄마, 세상 모든 것은 잠을 자나요?”

깊은 밤 호랑이처럼

우리집 강아지 슬리프도, 고양이 도즈도 모두 잠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소녀는 박쥐는 잠을 안 잔다고 소리칩니다. 아빠는 박쥐는 대신 낮에 잠을 잔다고 말해 주었어요. 소녀는 고래나, 작은 달팽이나 털북숭이 곰도 잠을 자는지 물어봅니다. 엄마 아빠는 소녀에게 동물들이 잠에 빠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고래는 넓은 바다를 둥글게 돌며 천천히 헤엄치다 잠이 들고, 달팽이는 껍데기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자고, 곰은 눈 내리는 겨울이면 굴 속 깊은 곳에서 겨우내 잠을 잔다구요.

깊은 바닷 속 고래들에게 찾아 온 밤의 모습이 몽환적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럼, 고래는 넓은 바다를 둥글게 돌며 천천히 헤엄치다가 잠이 든단다.”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동물들의 잠자는 모습을 묘사한 시처럼 영롱한 이야기에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그려진 그림은 짙푸른 밤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동물들이 잠에 빠지는 모습을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어요.

깊은 밤 호랑이처럼

엄마 아빠의 이야기에 소녀도 자신이 알고 있는 잠을 많이 자는 호랑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숲 속의 호랑이요.
호랑이는 사냥을 하지 않을 때, 그늘에서 잠을 자요.
힘을 아끼는 거예요.”

깊은 밤 호랑이처럼

“그래, 잠을 자는 것은 좋은 거란다.”

소녀의 볼에 뽀뽀를 한 엄마 아빠는 방의 불을 껐지만 소녀는 여전히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해요. 엄마 아빠는 아직 잠자지 않아도 된다며 방문을 조금 열어 놓고 나갔습니다. 아이가 잠들때까지 기다려주는 부모님의 모습, 어느 왕국의 왕과 왕비의 모습보다 더 세심하고 배려심이 깊어 보이네요.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 역시 왕자와 공주처럼 존중 받는 사람으로 자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는 이런 세심한 부모님과 사랑 받는 소녀의 모습에 왕관을 그려넣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별들만 초롱초롱 빛나는 깜깜한 밤, 소녀는 창가를 바라 보며 생각에 빠집니다. 자신의 잠자리는 강아지 슬리프가 자는 소파처럼 아주 멋진 잠자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고양이 도즈처럼 침대에서 가장 따뜻하고 아늑한 곳을 찾아 움직이고 날개를 접고 자는 박쥐처럼 두 팔을 모으고 고래처럼 둥글게 돌아 달팽이처럼 웅크리고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이불 깊숙이 파고들었어요.

깊은 밤 호랑이처럼

그리고 호랑이처럼 깊은 잠에 빠졌어요.

깊은 밤 호랑이 곁에서 나란히 잠에 빠진 소녀의 모습은 더할 나위없이 행복하고 편안해 보입니다. 소녀 곁에 늘 함께하고 있는 호랑이 인형도 소녀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든 깊은 밤입니다.

잠 자리에 들기 전 아이들과 이렇게 마법의 주문을 외워 보는 것은 어떨까요? 동작도 함께 하면서요.

박쥐처럼 두 팔을 모으고
고래처럼 둥글게 돌아
달팽이처럼 웅크리고
겨울잠에 빠진 곰처럼 이불 깊숙이
호랑이처럼 깊은 잠에 빠져볼까?

이불 깊숙이 동그랗게 웅크린 아이 등을 토닥토닥…… 세상의 모든 평화가 시작되는 밤입니다. 아이들은 참 예뻐요. 사랑스럽구요. 특히나 잠들었을 때의 모습은 세상에 내려온 천사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낮의 소란스러움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밤의 깊고 달콤한 잠자리에 빠져 들기까지의 아이의 모습과 나만의 왕국 안에서 가장 소중하고 예쁜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까지 기다려주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하게 잘 그려진 그림책 “깊은 밤 호랑이처럼“이였습니다.


칼데콧 수상작 보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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