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에게 엉뚱한 친구가 생겼어요
엘리엇에게 엉뚱한 친구가 생겼어요

(원제 : One Cool Friend)
토니 부제오 | 그림 데이비드 스몰 | 옮김 서남희 | 다산기획
(발행 : 2014/09/15)

※ 2013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설명이 굳이 필요 없는 그림책 작가 데이비드 스몰의 최신작 “엘리엇에게 엉뚱한 친구가 생겼어요“는 2013년 칼데콧 명예상을 받은 그림책입니다. 이로서 데이비드 스몰은 칼데콧 메달 1회(“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명예상 2회(“리디아의 정원“) 모두 세 번의 칼데콧상을 받게 되었네요.(제 개인적으로는 칼데콧상을 받은 그의 그림책들 중에서 “리디아의 정원”이 가장 좋았습니다.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림책이니 아직 못본 분들은 꼭 한 번 보세요. ^^)

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엘리엇에게 엉뚱한 친구가 생겼어요

커다란 소파에 아빠와 나란히 앉아 있는 엘리엇, 그리고 엘리엇을 둘러싼 동물 친구들… 동물은 동물인데 죄다 인형들이네요. 살아 있는 진짜 동물 친구가 아니라… 그림만 보고도 엘리엇이 요즘 원하는게 뭔지 금방 알 수 있겠죠? 수족관에 가자는 아빠의 제안도 속으로는 시큰둥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족관에서 만나는 동물들은 비록 살아있긴 하지만 자기만의 친구가 될 수는 없을테니까요.

엘리엇에게 엉뚱한 친구가 생겼어요“는 매우 반듯한 꼬마 신사 엘리엇이 수족관에서 만난 펭귄 한 마리를 몰래 집에 데려와서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재미나게 담은 그림책입니다. 엘리엇은 매우 반듯한 꼬마 신사라서 아빠에게 펭귄 한 마리를 가져도 된다는 허락을 얻고 나서야 펭귄을 데려 온답니다. 물론, 아빠는 진짜 펭귄인줄은 모르고 허락한거지만요. 아빠에게 허락을 받아내는 엘리엇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과연 무엇인지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엘리엇에게 엉뚱한 친구가 생겼어요

엘리엇은 매우 반듯한 꼬마 신사라서 집에 데려온 펭귄을 아빠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잘 돌봅니다. 에어컨을 이용해서 자기 방에 아주 멋진 아이스 링크를 만들어서 펭귄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기도 해요. 아빠한테 조르지 않고 혼자서 알아서 척척 하니 정말 반듯한 꼬마 신사네요. ^^

펭귄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행복해 하는 엘리엇의 모습, 펭귄을 잘 돌보기 위해서 도서관에 가서 펭귄을 키우는데 필요한 것들을 꼼꼼하게 조사하는 모습, 그리고 아빠에게 떠넘기지 않고 펭귄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스스로 알아서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원하는 동물 친구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배울 수 있겠죠? 물론, 엄마 아빠의 허락이 가장 큰 난관이긴 하지만 이 그림책을 함께 본 엄마 아빠라면 아이에게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선물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

깜짝 반전 속에 담긴 아빠와 아들의 훈훈한 유대감

그림책 표지에 이미 펭귄이 등장하기 때문에 엘리엇의 엉뚱한 친구가 펭귄일 거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어요. 엘리엇은 반듯한 신사라면서 꼬마에게 턱시도를 입혀 놓은 것도 펭귄과 똑같은 옷을 입혀주기 위함이었을테구요. 뒷부분에 나오는 엘리엇의 가운 역시 검정색에 흰 옷깃이라 펭귄이 입은 옷과 비슷하답니다.

엘리엇에게 엉뚱한 친구가 생겼어요

그런데, 아빠가 던져주는 단서들은 쉽지 않아요. 아빠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아빠와 아빠 주변, 그리고 아빠가 하는 말들을 꼼꼼하게 잘 살펴 보세요. 재미난 단서와 암시가 숨겨져 있거든요. 제 경우엔 수족관에 엘리엇을 혼자 들여보내놓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아빠의 모습에서 뭔가 이상하다는걸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 몸이 좀 묘하다는… 그런 느낌…?

엘리엇의 턱시도는 누구나 맞출 수 있는 암시였다면, 아빠에게 숨겨진 단서들은 아주 고난이도랍니다. 그리고 그 단서들 속에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숨어있구요.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기 전에 꼭 맞춰 보세요~ ^^

아빠는 엘리엇을 위해 먼저 수족관에 가자고 하기도 하고, 엘리엇이 부탁하면 아주 쿨하게 들어주기도 하고, 엘리엇이 펭귄을 돌보는 짬짬이 소소한 관심을 보여 주며 아들과 다정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엘리엇은 아빠 몰래 진짜 펭귄을 집에 데려왔으니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죠. 그래서인지 아빠와 엘리엇의 사이엔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 숨겨진 깜짝 반전을 거치면서 엘리엇과 아빠는 함께 공유하는 무언가가 생기게 되고 부자지간엔 훈훈한 유대감이 흐르게 됩니다.

이야기를 쓴 토니 부제오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결국엔 이런 것 아닐까요?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공유하고 그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고 함께 즐기는 것이야말로 가족을 이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이죠.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담긴 배움의 즐거움

엘리엇에게 엉뚱한 친구가 생겼어요

엘리엇은 엉뚱한 친구 펭귄에게 ‘마젤란’이란 이름을 붙여줍니다. 왜 하필 마젤란이었을까요? 엘리엇이 펭귄을 처음 만난 수족관 한 쪽에 그 답이 나와 있습니다. 탐험가 마젤란이 인도로 가던 중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항로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의 이름을 붙여서 마젤란 해협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이 마젤란 해협에서 서식하는 펭귄이 바로 마젤란 펭귄이래요.

엘리엇이 펭귄을 잘 돌보기 위해 찾은 곳은 애완동물용품 판매점이 아니라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들을 찾아서 펭귄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펭귄은 어떤 환경에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지 등을 먼저 찾아 본 후에 펭귄에게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해 줍니다.

마젤란, 마젤란 펭귄, 그리고 아빠의 비밀이 담긴 쿡 선장 등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키워드들을 그림책 속에 담아내고, 도서관에서 열심히 자료를 찾는 엘리엇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가 배움의 재미 역시 귀여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하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요?  ^^

역시 데이비드 스몰! 근사한 일러스트

데이비드 스몰은 그림책 “엘리엇에게 엉뚱한 친구가 생겼어요“에서도 그의 멋진 드로잉을 마음껏 보여줍니다. 힘들이지 않고 슥슥 그린듯 자연스러운 선들, 그리고 그 선들의 끝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캐릭터들의 다이나믹한 움직임들이 때로는 다정함과 포근함으로, 때로는 위트와 익살스러움으로 다가옵니다.

엘리엇에게 엉뚱한 친구가 생겼어요

이 그림책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건 표정의 변화무쌍함입니다. 엘리엇, 아빠, 펭귄의 표정을 잘 살펴 보세요. 눈과 입에 조금씩 변화를 줌으로써 그때 그때 상황에 걸맞는 재미난 표정들이 다양하게 살아납니다. 급조한 아이스 링크에서 엘리엇과 펭귄이 스케이팅을 즐기는 장면에서 둘의 표정을 한 번 보세요. 사뭇 진지하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참 재미납니다.

토니 부제오의 기발한 반전 스토리와 데이비드 스몰의 역동적인 그림이 조화를 잘 이룬 그림책 “엘리엇에게 엉뚱한 친구가 생겼어요” 였습니다.


칼데콧상 수상작 보기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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