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까망씨!
이봐요, 까망씨!

(원제 : Mr. Wuffles!)
글/그림 데이비드 위즈너 | 비룡소

※ 2014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그림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데이비드 위즈너, 그의 이름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글 없는 그림책‘ 일겁니다. 명성에 걸맞게 데이비드 위즈너는 칼데콧상을 여섯 번이나 수상했습니다. 그 중에서 칼데콧 메달도 무려 세 번이나 됩니다.

칼데콧상을 받은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들은 모두 한글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중에서 어떤 그림책이 가장 맘에 들었나요? 굳이 단 한 권을 꼽으라면 저는 “시간 상자“를 뽑겠습니다. 요즘말로 완전 감성 돋는 그런 그림책입니다. 우리 딸내미의 선택은 역시나 “구름 공항“입니다. 아직 못보셨다면 두 그림책 모두 꼭 보세요~ ^^

오늘의 그림책 이야기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최신작 “이봐요, 까망씨“입니다.(참고로 이 글에 사용된 그림책 이미지는 영문판을 촬영한 것입니다.)

이봐요, 까망씨“는 만화처럼 구성된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말풍선과 글들이 나오긴 하지만 고양이 주인이 엑스트라로 잠깐씩 나와서 던지는 몇마디 말 말고는 모두 외계인과 곤충들의 언어뿐입니다. 혹시라도 지구에 잠시 머물고 있는 외계인이나 그림책을 좋아하는 개미나 딱정벌레들이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글 없는 그림책’이란 말은 오직 우리 인간들을 위한 설명일뿐임을 미리 밝혀두는 바입니다. ^^

이봐요, 까망씨!

주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고양이 까망씨, 새 장난감도 본체만체 홱 돌아서서는 주인의 마음을 애달프게 합니다. 까망씨가 지나는 자리엔 주인이 그동안 조공한 장난감들이 잔뜩 있네요.(고양이 키우는 분들은 자신을 ‘집사’라고 부른다고 하죠? 이 집도 주인이 주인이 아니라 집사인듯 해요 ^^)

이봐요, 까망씨!

그런데 까망씨가 스쳐 지나간 자리에 뭔가 좀 이상한게 보입니다. 늘어선 장난감들 사이에 교묘하게 숨어 있었던 괴물체의 정체는 바로 UFO!

이봐요, 까망씨!

UFO 안을 들여다보니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한 것을 자축하며 환호성을 지르고 장비들을 챙겨 탐사를 떠나려는 외계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UFO를 들여다보고 있는 또 하나의 매서운 눈… 집사가 사다 준 장난감들엔 시큰둥했던 까망씨에게 드디어 기가 막힌 놀잇감이 생긴 듯 하죠? 뒤집어진 UFO 속에서 혼비백산한 외계인들은 무사할 수 있을까요?

이봐요, 까망씨!

UFO를 탈출해 도망을 치던 외계인들은 딱정벌레의 도움으로 벽 뒤에 있는 틈새로 무사히 숨어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됩니다. 곤충과 고양이의 투쟁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엄한 벽화.

이봐요, 까망씨!

까망씨를 공동의 적으로 두게 된 외계인들과 곤충들은 만나기가 무섭게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깊은 유대감을 나누게 됩니다. 자신들이 타고온 우주선이 까망씨에게 공격당하던 장면도 벽에 새겨 넣고, 딱정벌레와 개미들과 기념사진도 촬영하고, 서로의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면서 말이죠.

외계인의 말풍선은 네모나게, 곤충들의 말풍선은 구름 모양으로 그려진 걸 보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마음과 마음을 주고 받으며 친해져가는 모습이 재미있네요. 외계인의 말풍선 속에 표시된 언어는 삼각형, 원, 사각형 등으로 도식화 되어 있는 반면 곤충들의 언어는 수많은 점들과 문장부호들로만 이뤄져 있는걸로 미루어 볼 때 외계인들은 언어의 체계 위에 발전된 문명을 누리고 있고, 곤충들은 감정을 주고 받는 소통은 가능하지만 아직은 덜 문명화 되어 있다고 짐작해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이봐요, 까망씨!

결국, 외계인들은 곤충들의 도움으로 고장난 UFO도 고치고 까망씨로부터 무사히 탈출에 성공합니다.

이봐요, 까망씨!

외계인들의 UFO를 놓치고 잔뜩 골이 난 까망씨에게 집사가 가져다 준 새 장난감은 예쁜 우주선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까망씨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돌아서서는 외계인과 곤충들이 숨어 있던 벽 앞으로 가서 웅크리고 앉습니다. 그리고 벽 너머를 뚫어지게 노려봅니다.

이봐요, 까망씨!

까망씨가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는 그림 다음 장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림책 “이봐요, 까망씨!“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 장면은 지금 까망씨가 들여다보고 있는 장면일까요? 아니면 외계인들이 떠나기 전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요?

보는 사람들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게 글 없는 그림책의 매력이죠. 여러분은 어떤 결말을 생각하고 계시나요? 그림책 “이봐요, 까망씨!“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저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지구에서 만난 딱정벌레와 개미 친구들에게 강한 애착을 갖게 된 외계인 하나가 곤충 친구들과 함께 지구에 남기로 합니다. 자신들의 문명을 친구들에게 전해줘서 그들이 사악한 고양이 까망씨를 무찌를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해서 말이죠. 이제 까망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만화적 구성은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친숙함을 주고, 현란한 색감이 주는 판타지 느낌의 그림은 보는 이들이 상상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책,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봐요, 까망씨!“였습니다.


칼데콧 수상작 보기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