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을 노래해
온 세상을 노래해

(원제 : All The World)
리즈 가튼 스캔런 | 그림 말라 프레이지 | 옮김 이상희 | 웅진주니어

※ 2010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 2009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책표지 보면서 느낌이 비슷했던 그림책 이미 떠올린 분 계신가요? 2009년 칼데콧 명예상을 받은 “최고로 멋진 놀이였어!” 의 작가 말라 프레이지가 오늘의 그림책 “온 세상을 노래해”의 일러스트를 맡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2년 연속으로 칼데콧 명예상을 받았네요.

온 세상을 노래해“는 리즈 가튼 스캔런의 아름다운 시와 말라 프레이지의 서정적인 그림이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룬 그림책입니다. 영시를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스캔런의 경쾌한 라임들은 모두 사라져버려 아쉽지만 담겨진 뜻을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말라 프레이지의 그림은 소박하면서도 깊은 삶의 의미를 담은 시를 과함도 부족함도 없이 적절히 시각화해서 보여줍니다. 초록으로 가득한 다원의 차밭에서 듣는 잔잔한 음악 같기도 하고, 흰 눈 속에서 친구들과 실컷 뛰어놀고 난 후 돌아와 따뜻한 아랫목에서 몸을 녹이며 엄마가 만들어준 따뜻한 핫쵸코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의 그림책입니다.

바위, 돌멩이, 조약돌, 모래
온몸, 어깨, 팔, 손
도랑을 파요.
조가비를 주워요.
세상은 넓고도 깊어요.

온 세상을 노래해

바위에서 모래로, 온몸에서 손으로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으로 시선이 옮겨 가며 큰 것과 작은 것, 넓은 세상과 그 안의 작은 존재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으로 들려줍니다. 바닷가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어느새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와 마주한 바닷가로 장면이 바뀝니다.

온 세상을 노래해

바닷가 한 켠에 아까의 그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이 보입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 넓디 넓은 바닷가 모래사장이 넓은 세상이라면 그 속에서 작은 점처럼 보이는 우리들 하나 하나의 살아가는 모습은 세상의 깊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세상은 넓고도 깊어요’라는 싯구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넓은 세상을 향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쳐보라는 뜻, 늘 꿈을 꾸며 살되 자기 자신과 내 이웃 한사람 한사람의 소중함을 잊지 말라는 뜻 말입니다.

온 세상을 노래해

나무, 둥치, 가지, 우듬지
기어올라요, 앉아요.
아침 햇살 빛나던 하늘,
어느덧 새파란 한낮
세상은 오래되었어도
새로워요.

아이들은 오래된 나무에 기어오르고, 매달리고, 뛰어내리며 노느라 정신이 없는데 나무 그늘 아래 잠시 땀을 식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할아버지는 어린 나무 묘목을 심고 계셨나봅니다. 끝없이 순환하는 대자연, 그리고 거기에 순응하되 각자 자신만의 삶을 묵묵히 개척해 나가는 우리네 모습들, 오래된 나무에 매달려 노는 어린 아이들, 새로운 묘목을 심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세상은 오래되었어도 새로워요’의 의미는 아마도 자연과 삶의 순환을 뜻하는 것이겠죠.

온 세상을 노래해

쭈르륵, 기우뚱, 비틀비틀, 꽈당
툭, 들통이 와르르
이 다음엔 더 멋진 날이 올 거예요.
세상은 이렇게 돌고 돌지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슬픈 일도 더러 생기고 그러는게 우리네 인생 살이죠. 안 좋은 일때문에 상처 받은 이들에게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바로 내일에 대한 희망이겠죠. ‘이 다음엔 더 멋진 날이 올거예요’라는 희망 말입니다.

온 세상을 노래해

식탁, 그릇, 컵, 숟가락
배고파서 꼬르륵,
저녁밥 냄새가 솔솔
버터, 밀가루, 김이 나는 커다란 솥
세상은 춥고도 따뜻해요.

어느덧 하루가 저물고 선선한 저녁입니다. 각자의 삶터에서 부지런히 하루를 산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따뜻한 식사를 기다립니다. 포근한 가족들의 미소와 함께 말입니다. 때로는 삶의 질곡이 우리의 마음을 시리고 춥게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의 마음 속 온기를 잃지 않게 지탱해 주는 건 바로 우리의 가족이고 이웃입니다.

온 세상을 노래해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사촌들, 온 가족
피아노, 하프, 바이올린
가슴에, 무릎에,
귀여운 아기

너와 나,
우리가 온 세상이에요.

보고, 듣고, 냄새 맡는 모든 것
그 모든 것이 세상이지요.
그 모든 것이 너와 나,
우리랍니다.

희망과 평화와 사랑과 믿음
세상은 우리 모두랍니다.

가족, 이웃, 너와 나, 우리… 희망과 평화와 사랑과 믿음 세상은 우리 모두랍니다.

멋지죠? 생각만해도 마음 푸근해지고 든든하기도 하구요.

그리고, 지금껏의 이야기를 한 장에 고스란히 담아낸 그림이 있습니다.

온 세상을 노래해

거센 바람과 시커먼 먹구름으로 어두워진 바닷가에 홀로 섭니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바다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삶입니다. 하지만, 저 멀리 어둠 속에서도 스러지지 않은 한줄기 빛이 내 길을 비춰줍니다. 내 마음 속 담긴 희망의 빛이겠죠? 그리고 내 뒤로는 평화로운 집과 가족들이 있습니다. 나의 삶을 오롯이 살아가는 힘은 내 뒤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켜봐주고 격려해주는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칼데콧 수상작 보기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