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더 읽어 주세요
(원제 : Interrupting Chicken)
글/그림 데이비드 에즈라 스테인 | 옮김 김세실 | 시공주니어
(발행 : 2011/10/30)
※ 2011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딱 한 권만 더요! 가만히 듣기만 할게요.”
“좋아, 그럼 이번엔 끼어들지 않는 거다!”
책을 앞에 두고 아빠 닭과 아들 닭의 말풍선 속 대화내용이 재미있습니다. ‘우리 집 누구누구 닮았네!’ 하는 생각 혹시 들지 않았나요? ^^ 끼어들지 않기 다짐을 받고 있는 아빠 닭과 꼬마 닭의 대화그림으로 시작하는 오늘의 그림책 “아빠, 더 읽어 주세요“는 2011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그림책입니다.
작가 데이비드 에즈라 스테인은 “아기곰과 나뭇잎“, “주머니 밖으로 폴짝!” 등의 작품으로 재치가 넘치는 이야기 속에 따뜻함과 푸근함을 담고 있는 작품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그림책 “아빠, 더 읽어주세요“에서도 그의 유머감각은 어김없이 발휘됩니다. 그림책 표지만 봐도 벌써부터 이야기가 즐겁고 재미있어 질 것 같은 느낌. 오늘도 왠지 아이를 재우는데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은 아빠 닭의 고군분투기 한 번 들어보세요.
잠자리에 들 시간, 아빠 닭이 꼬마 닭을 재우려 하자 꼬마 닭이 책을 읽어 달라 합니다. 아빠 닭은 꼬마 닭이 좋아하는 이야기로 딱 하나만 읽어주는 대신 절대 끼어들지 않기로 약속을 받아 내고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어요. 스탠드 불빛만이 은은하게 비치는 포근한 꼬마 닭의 방, 눈만 감으면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은데…… 하지만 꼬마 닭 표정 좀 보세요. 뭔가 신나는 모험을 앞 둔 아이들 표정 같습니다.^^
아빠가 읽어주신 책은 헨젤과 그레텔. 배 고픈 헨젤과 그레텔이 사탕으로 지은 집을 발견하고 열심히 집을 뜯어 먹고 있을 때 나타난 할머니, 아이들은 할머니를 따라 막 집으로 들어 가려고 하는데…… (아슬아슬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다음 장을 펼치자마자 꼬마 닭이 나타났어요.
꼬마 닭이 팔짝 뛰어 들며 소리쳤어요.
“안돼, 들어가지 마! 이 할머니는 마녀야!”그래서 헨젤과 그레텔은 안 들어갔답니다.
끝!
절체절명의 순간 꼬마닭이 짠! 하고 나타나 헨젤과 그레텔을 구해주고 마음대로 끝내버린 이야기에 동화속 주인공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입니다. 오직 동화책 속 꼬마 닭만 안심이 된 듯 뿌듯해 하는 표정이 압권이네요. ^^
아이들 이야기 책 읽다 보면 흔히들 이런 반응을 보이잖아요. 저희 아이도 어려서 그랬었지요. (아, 백설공주는 진짜 답답해! 누가 와도 문 열어주지 말랬는데 왜 저렇게 번번이 마녀한테 당하기만 하지? 이러면서 말이예요.^^)
하지만 꼬마 닭을 재워야 하는 아빠는 꼬마 닭에게 주의를 주었어요. 이야기에 너무 빠지지 말라구요. 이야기를 편안히 들어야 잠이 들수 있으니까요. 꼬마 닭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어요. 그 할머니는 진짜 마녀였으니까요. 꼬마 닭은 이번엔 진짜로 가만히 듣기만 하겠다며 또 다른 이야기를 읽어 달라고 아빠를 졸랐습니다. 못미덥기는 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이렇게 귀여운 내 자식이 고양이 같은 눈망울로 책을 읽어 달라는데요. 그런데, 과연 아빠는 이야기 책으로 꼬마 닭을 재울 수 있을까요?
동화속 주인공들을 모른 채 하기엔 꼬마 닭은 인정이 너무 많은 아이였어요. 환히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슬프게 끝맺음되는 것을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예요. 가만히 듣기만 하겠다 약속했던 꼬마 닭은 번번히 동화책 속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다급하게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어가 서둘러 행복한 내용으로 결말을 내리고 제멋대로 ‘끝!’하고 소리 질러버렸지요.
꼬마 닭의 모습은 몇 번이고 들었던 이야기를 가슴 졸이며 듣는 우리 아이들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요. 그들의 순수하고 맑은 동심이 책 속 꼬마 닭에 그대로 투영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아빠 닭은 곤란하기 그지 없어요. 얌전히 잠자리에 들어야 할 꼬마 닭이 자꾸만 이야기 때문에 흥분해버렸으니까요.
더이상 들려줄 이야기가 없다며 아빠 닭은 꼬마 닭이 이야기를 들려달라 제안 했어요. 아빠는 잠이 쏟아져 내리는데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빛의 꼬마 닭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떤 이야기냐구요?
바로 ‘아빠 재우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빠 재우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하소연하는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물론 지은이는 꼬마 닭이구요. 책 속에서 이야기를 백 개나 읽어주어야 할 정도로 재우기 힘들었던 아빠는 현실 속에서 책 한 장을 읽자마자 꿈나라로 빠져버렸어요.
아빠를 재우기 위해 이야기를 백 개나 읽어주었다는 꼬마 닭의 과장 속에는 아빠에 대한 자신의 바람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 그렇게 잠 든 아빠에게 다가간 꼬마 닭은 “잘 자요, 아빠” 인사하고, 아빠 옆에서 코~ 잠이 들었답니다.
그런데 왠지 아빠 옆에서 자고 싶은 꼬마 닭의 술수에 아빠가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꼬마 닭에게는 ‘책 = 꿈나라’ 가 아니라 ‘아빠 품 = 꿈나라’ 인것 처럼 보이니 말입니다. 얼굴을 맞대고 잠에 빠진 꼭 닮은 부자의 모습이 너무나 편안해 보이고 사랑스럽네요.
어떻게든 빨리 재우고 싶은 엄마 아빠의 맘과 어떻게든 더 놀다 잠들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아빠 닭과 꼬마 닭의 이야기로 유쾌하게 그려낸 그림책 “아빠, 더 읽어주세요“는 오늘 밤도 아이와 잠자리에서 씨름을 하고 있는 바로 우리집 이야기같아 더욱 정감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