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책표지 : 살림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색깔 이야기
(원제 : Red Sings from Treetops : A Year in Colors)

글 조이스 시드먼 | 그림 파멜라 자가렌스키 | 옮김 이상희 | 살림어린이

※ 2010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는 계절의 변화의 오묘함을 다양한 색의 변화로 표현하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2006년 “봄 여름 가을 겨울 연못 이야기“로 이미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바 있는 선생님이자 시인인 작가 조이스 시드먼은 이 그림책에서 계절의 변화를 아름다운 한 편의 시로 표현하고 있고, 일러스트레이터 파멜라 자가렌스키는 그녀만의 아름다운 화풍으로 책의 생명을 더욱 깊이감 있게 살려주고 있어요. 파멜라 자가렌스키는 이 그림책으로 2010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했고 이어 2013년  “깊은 밤 호랑이처럼” 으로 두 번째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했습니다.

나무에서 노래하고 있는 빨강의 정체가 무엇인지 빨강을 찾으러 떠나 볼까요?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봄이 오면 빨강은 나무위에서  힘내라며 짹짹짹 노래합니다. 봄에 새로 태어난 초록은 새싹 너머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거뭇한 나무 사이를 떠다니죠. 봄에는 빗방울도 초록 맛이 난대요. 노랑은 황금방울새에게 봄옷을 입히고 처음 피어나는 꽃들로 노랑과 보라가 서로 손을 잡기도 하지요. 환히 빛나는 파랑 봄 하늘, 머리털도 없고 깃털도 없는 갓 태어난  연분홍 빛 예쁜 아기새들까지 자연 속에 숨은 색깔들이 모두 힘을 합쳐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봄, 세상 모든 색깔이 꿈틀꿈틀 기지개를 펴는 봄. 그 아름다운 봄은 세상에 숨어 있던 모든 색깔들이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내미는 계절이예요.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여름엔

하양이 유리잔 속에서
달그락거려요.

노랑은 닿는 데마다
모든 것을 녹이지요.
고소한 버터 냄새, 짭잘한 소금 맛.

빨강은 쌩 날고
삐뚤빼뚤 날고
빙빙 맴돌아요.
빨강은
무당벌레의 작은 발로
내 손가락을 타고 다니며
속삭여요.

초록은 여름의 여왕이에요.
초록은 나무에서 지저귀고,
강아지 무릎에 달라붙고,
잎새로 모두 모두 뒤덮어요.
잎새들, 잎새들!
초록은
어쩌면 이리도 다르고
또 다를까요?

여름의 색깔은 더욱 풍성해 집니다. 파랑은 노랑 초록과 함께 물 위에서 춤추고, 청록색, 하늘색, 남색 새로운 이름도 생겨나지요. 보라색 그림자를 만드는 여름날의 저녁, 자줏빛이 될때까지 흘러드는 한여름밤의 그림자, 여름밤의 비밀을 품은 까망.

봄에 새로 태어나 수줍음 많은 초록은 여름이 되면 여왕이 됩니다. 같은 색들이 계절마다 이렇게 다르게 변한다는 사실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자연이 가져오는 아주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다정한 눈 속에는 세상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듯 합니다.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깔 갈색. 지쳐서 퍼석거리는 초록은 이제 한숨을 쉬며 속삭입니다.

한참 동안 다스렸지.
이제 갈색한테 넘겨줄 때가 됐어.

갈색은 뚱뚱해진 도토리, 조그만 지붕의 둥근 집, 내 손에서 반들거립니다. 하지만 가을에도 여전히 색상은 살아 있어요. 빨강은 가을 나무 위에서 잎사귀로 열매로 변신을 하고, 노랑은 자동차로 변신했지요. 진보라는 가을의 냄새입니다. 주황은 묵직한 보름달로 여물어 가고 가을 바람 속에는 까망이 있어요. 비밀 가득한 까망, 그리고 까망 하늘에 하양색 달.

계절을 어느 한 순간 뚝 떼어 표현한 것이 아닌 그 변화를 찬찬히 그린 그림과 글이 인상적입니다.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한 장 한장 시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다 보면 넘어가는 계절들은 자연 속 시간의 변화만큼 오묘한 느낌으로 지나가네요.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하얀색, 회색이라 생각했던 겨울에도 색상은 존재합니다. 연분홍은 따스한 손가락으로 차가운 뺨을 꾹 누르고 하늘 깊숙한 곳에 파랑이 반짝이고 있지요.하늘 깊숙한 곳에 반짝이는 파랑! 하~ 너무 멋진 표현입니다.

하양은 어디에 있나요?
하양은
소곤소곤 속삭여요.
동동동
떠오르고,
젖은 손가락이
나뭇가지와 그루터기를 더듬어
공공 뭉쳐요.
하양은
낮을 눈부시게 해요.
밤을 속 드러나게 해요.

눈싸움, 떠들썩한 놀이, 파티…….
흥흥,
겨울은 하양 맛이 난답니다.

까망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하양, 진줏빛 하늘, 겨울 숲에서 손 잡은 회색과 갈색, 집으로 돌아간 빨강과 주황, 노랑, 바늘처럼 뻣뻣해진 채 때를 기다리고 있는 초록.

이렇게 오가는 계절 속에 색깔들은 서로 함께 어울려 하나의 계절을 만들어 갑니다. 그림책을 다 보고나면 그냥 예사로 지나치던 세상의 모든 빛깔들이 내게 손을 내미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한겨울 메마른 나뭇가지의 갈색 속에 꽁꽁 숨은 그 작은 초록빛이며 내려앉은 듯한 찌푸둥한 흐린 하늘 빛… 어느 계절에나 우리 주변에는 알록달록 예쁜 빛깔의 색들이 함께 해왔고, 그 알록달록 색잔치는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게 되는지 새롭게 느끼게 해줍니다. 마음을 활짝 열고 가만히 지켜 보면 세상은 온통 저마다의 색깔들로 넘쳐 납니다. 색깔과 색깔은 계절을 따라 이동하며 이곳에서 저곳으로 모양으로 냄새로 느낌으로 변신을 하죠.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 온갖 빛깔들이 빚어내는 한바탕 축제 그 세상 속에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행복합니다. 세상에는 행복할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른들이 보아도 아이들이 보아도 아름다운 그림책, 그림책을 읽고 나면 나만의 계절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는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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