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4/02/02
■ 업데이트 : 2014/02/15


시가 흐르는 강
시가 흐르는 강  :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이야기

(원제 : A River Of Words : The Story Of William Carlos Williams)
젠 브라이언트 | 그림 멜리사 스위트 | 옮김 이상희 | 큰북작은북
(발행 : 2009/10/22)

※ 2009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 2008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시가 흐르는 강 :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이야기”는 부제에 나와 있듯이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라는 미국의 시인의 일대기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미국의 문학사에서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인이라고 합니다.

시가 흐르는 강

그림책 뒷부분에 자세히 나와 있는 이 시인에 대한 설명 중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윌리엄스가 미국 시문학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업적은 평범한 사물들과 보통 사람들의 생활에 초점을 맞추어 시를 쓴 거예요. 독자들은 윌리엄스의 시에서 소방차와 고양이, 화분, 자두, 아기들, 공사장 인부들, 냉장고를 만날 수 있어요. 윌리엄스는 불필요한 세부 묘사를 없애고, ‘매우 강렬한 통찰력으로 사물 자체를 바라보려고’ 노력했답니다.

윌리엄스가 1883년에 태어났으니 아마도 고전적인 시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시  쓰기를 시도했던 것 아닐까요? 영국과의 전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하긴 했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영국과 다를 바가 전혀 없었던 미국 입장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학적 틀을 만들어 가는데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테니까요.

그림책 “시가 흐르는 강”의 내용은 다른 인물 그림책들이 그렇듯 아주 간단합니다. 어린 시절, 성장기, 그리고 시인으로서 그만이 갖고 있는 가치와 일궈낸 업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들을 담고 있는 그림과 그림책 자체의 구성은 다른 인물 그림책들과 차별되는 개성이 넘쳐납니다.

시가 흐르는 강

그림을 그린 멜리사 스위트는 그림책 “시가 흐르는 강”의 일러스트 작업을 하기 위해 윌리엄스의 고향이자 활동무대였던 뉴저지 주 러더포드에 있는 공공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산 헌 책들의 면지와 표지들에 이 그림책에 들어갈 그림들을 그렸다고 해요. 헌 책들의 면지와 표지가 캔버스가 된 셈이죠. 그리고 콜라주에 사용된 재료는 오랫동안 모아두었던 달력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책표지에 그린 독특한 그림과 콜라주, 그리고 개성 넘치는 다양한 서체들은 일상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삶의 깊이를 표현한 시인의 언어들을 우리가 한 눈에 보고 감상할 수 있도록 아주 멋지게 시각화해주고 있습니다.

시가 흐르는 강

위 그림의 오른쪽에 있는 콜라주엔 윌리엄스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와 불빛 속에서
숫자 5를 보았어요
빨간 소방차에 황금색으로 찍힌
움직이는 5가
긴장한 채 주목받지 못하고
땡땡 종 치고 사이렌 울리러
바퀴를 덜컥대며
깜깜한 도시를 달려갔어요

출동하는 소방차에 찍힌 숫자를 보며 쓴 시인가봅니다. 솔직히 시만 봐서는 마치 초등학교 아이가 쓴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시의 제목을 보는 순간 시인 윌리엄스가 일생을 바쳐 쓰려고 한 시가 무엇이고, 그가 추구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의 제목은 바로 “위대한 숫자” 랍니다.

그림책 속엔 이런 형태로 여러 편의 그가 쓴 시가 담겨져 있습니다.(책의 맨뒤엔 각 그림 속에 담긴 시를 우리말로 옮겨서 따로 정리해두었습니다.) 그리고, 앞뒤 면지에서도 윌리엄스의 시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가 흐르는 강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 이어서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삶이 연대기 형태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연대기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 흰색 부분이 윌리엄스의 일대기입니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왼편엔 그의 시를 발표 연대 순으로 정리했고(갈색 부분), 오른편엔 같은 시기에 발생한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정리해서(노란색 부분) 시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가 흐르는 강

“시가 흐르는 강”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시인은 밤 늦도록 불을 밝히고 시를 쓰고 있습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오래된 책표지 위에 그려져 있습니다. 시인의 삶을 시집에 담아낸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시인의 불켜진 창을 둘러싼 세상은 시인의 단어들로 가득합니다.

한 시인의 삶을 담은 그림책을 만든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첫 번째는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시인의 삶과 그의 작품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우리 문학과 문화를 다른 나라 어린이와 그들의 부모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낯선 이름이 이 그림책 한 권으로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던 것처럼 김소월,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읽힐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 윤동주의 ‘서시’를, 혹은 고은의 ‘만인보’를 읊조리는 이방인을 만나게 된다면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젠 브라이언트와 멜리사 스위트의 인물 그림책 : 눈부신 빨강

칼데콧 수상작 보기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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