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우리 집은
한밤에 우리 집은

(원제 : The House In The Night)
수잔 마리 스완슨 | 그림 베스 크롬스 | 옮김 정경임 | 지양어린이
(발행 : 2009/08/15)

※ 2009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글을 쓴 수잔 마리 스완슨은 그림책 작가이자 시인입니다. 25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고 있다고 해요. “한밤에 우리 집은”의 글은 ‘This Is The Key Of The Kingdom’ 이란 구전 동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림은 베스 크롬스가 그렸습니다. 원래는 목판화에 심취했다가 목판화와 비슷한 느낌에 좀 더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면서도 작업 속도가 빠른 스크래치보드의 매력에 빠졌다고 해요. 오늘 소개할 “한밤에 우리 집은”도 그렇고, 그녀의 첫 번째 그림책인 “겨울 할머니”, 이누이트의 전통을 담은 “등잔, 얼음, 그리고 물고기호” 등 대부분 스크래치보드로 작업한 그림책들입니다.

참고로 스크래치보드(Scratchboard)는 두꺼운 카드보드지나 나무 합판에 백점토를 바른 후 다시 그 위에 먹물이나 흑색 잉크를 입힌 판의 표면을 에칭용 바늘이나 스크래치보드용 펜촉 등의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내는 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판화 기법 중 하나라고 합니다. 흑백의 대비와 세밀한 선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어서 아주 섬세한 표현이 필요하면서도 목판화의 느낌을 살리고자 할 때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 이미 스크래치보드 잘 알고 계시고 이미 체험해 본 아이들도 있을겁니다. 요즘 시중에서 아이들 대상으로 판매하기도 하고 문화센터 프로그램도 있는 듯 합니다. 까만 보드를 나무펜 끝으로 긁으면 알록달록한 색이 나오면서 예쁜 그림으로 변하는 바로 그거거든요. ^^

한밤에 우리 집은

위에 설명한대로 흑백의 명확한 대비와 섬세한 선으로 이뤄진 그림의 첫 느낌은 차가운 듯 하지만 날카롭지 않고 둥글둥글 이어지는 선들로 인해 부드러운 온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부드러운 질감, 흑과 백의 대비 속에 도드라지는 노란색의 경쾌함들… 위 그림에서 전해지는 이런 느낌은 “한밤에 우리 집은”의 모든 장면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그림 이야기만 잔뜩 늘어놨는데 그렇다고 해서 칼데콧 메달을 수상하는데에 글보다는 그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굳이 공헌도를 따지자면 그림도 좋긴 하지만 제 생각엔 6 : 4 로 글 쪽에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려면 열쇠가 있어야 해
집안에는 불빛이 환해
빛은 침대를 비추지
침대 위엔 그림책
그림책을 펼치면 날아오르는 새

새는 노래하지
별빛 총총한 밤하늘의 어둠을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달님
달님의 얼굴을 비추는 해님
해님은 달님을 비추고
달님은 어둠을 밝히고
밤하늘의 어둠을 노래하는 새

새는 그림책 속에
그림책은 침대 위에
침대 위에는 빛이 비치고
빛은 집안에 가득하지
집으로 들어가려면 열쇠가 있어야 해
우리 집엔 빛이 가득해

이제 막 잠자리에 든 아이 곁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편안한 자장가, 수잔 마리 스완슨의 글은 딱 이런 느낌입니다.

한밤에 우리 집은

열쇠, 잠자리 곁의 스탠드 불빛, 침대 등 포근한 이불을 덮고 엄마 아빠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기울이는 아이에게 익숙한 집 안의 소품들로 시작해서 아이의 시선을 그림책에 집중시킵니다. 그리고 그림책 속에 잠시 빠져들었다가 다시 아이에게서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가는 풍경과 소품들. 어느새 아이는 까무룩 잠이 듭니다.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자장가는 앞문장과 뒷문장이 끝말잇기처럼 이어지며 꼬리에 꼬리를 물듯 반복됩니다. 열쇠로 시작한 이야기는 ‘집 > 불빛 > 침대 > 그림책 > 새 > 어둠 > 달님 > 해님’ 으로 이어지더니 다시 ‘해님 > 달님 > 어둠 > 새 > 그림책 > 침대 > 불빛 > 집’ … 이렇게 역순으로 되돌아와서는 열쇠로 끝이 납니다.

Here is the key to the house.

In the house burns a light.

In that light rests a bed.

한글로 옮겨진 글에서도 그 느낌이 충분히 살아있긴 하지만 영어 원문은 앞 문장의 끝단어가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는 고리임을 좀 더 명쾌하게 보여줍니다.(보통 라임이나 펀치라인이 뛰어난 영어 원작의 경우 한글로 옮겨 놓는 과정에서 그 맛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경임 번역가는 원작의 맛깔스러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 한 줄로 옮긴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한밤에 우리 집은

온 세상이 어둠으로 뒤덮인 한밤에

한밤에 우리 집은

우리 집은 빛으로 가득합니다.

그저 포근한 자장가 한 소절이지만 그 속엔 아이에 대한 엄마 아빠의 사랑과 바램이 담겨 있습니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빠, 하루 종일 아이 돌보랴 살림하랴 지친 엄마, 또는 맞벌이로 하루 종일 아이와 떨어져 지내다 이제 막 아이와 마주한 엄마 아빠, 힘든 일상 속에서도 그들이 행복할 수 있는 건 자신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아이의 행복한 웃음, 이보다 더 할 수 없이 평화롭게 잠든 아이의 얼굴 때문이겠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열고 닫는 열쇠는 엄마 아빠의 희망이 담긴 상자를 여는 열쇠입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 그 열쇠는 바로 아이겠죠. 잠든 아이의 방을 환하기 비추는 빛은 아이에 대한 엄마 아빠의 사랑입니다. 어두운 한밤에 우리 집을 환하게 비추는 빛은 엄마 아빠를 향한 아이의 사랑이고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엄마 아빠의 바램이기도 하구요.

장난꾸러기 우리 아이들을 잠자리로 이끄는 그림책 이면서, 엄마 아빠의 지친 하루에 행복한 청량감을 주는 그림책이기도 한 “한밤에 우리 집은”… 놓치지 마세요~ ^^


칼데콧 수상작 보기


※ 수잔 마리 스완슨이 영감을 얻은 전래 동요도 한 번 감상해 보세요~ ^^

This is the Key of the Kingdom

This is the key of the kingdom.
In that kingdom there is a city.
In that city there is a town.
In that town there is a street.
In that street there is a lane.
In that lane there is a yard.
In that yard there is a house.
In that house there is a room.
In that room there is a bed.
On that bed there is a basket.
In that basket there are some flowers.
Flowers in a basket,
Basket on the bed,
Bed in the room,
Room in the house,
House in the yard,
Yard in the lane,
Lane in the street,
Street in the town,
Town in the city,
City in the kingdom.
Of that kingdom this is the key.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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